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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M Oct 18. 2021

내 새끼 공부 지도 (1)

화, 참지 말고 다스리기











































































































































  그렇게 학원 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고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자마자 나의 감춰왔던 교육열은 불타올랐다. 계획표를 짜고 아이 옆에 앉아서, 무슨 선생님이라도 된 냥 말투도 단호해졌다. '엄마'라는 나의 본분을 잊은 것이다.

  오늘 아침에 뭐 했냐는 아주 간단한 물음에도 대답을 못 하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

이것은 내 영역이 아니구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겠다.

가족끼리는,

운전도 배우지 말랬는데.


  이 날 남편과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눠 보았다. 우리 부부는 문제가 있으면 100분 토론을 하는 스타일인데, 남편은 이성적이고, 나는 감성적이지만 계획형이라 가능했던 것 같다. 둘이 앉아서 교육에 대해서 약 10년 동안 이야기를 주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관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주장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남편은, '아이를 정말 "대치동 엄마"처럼 확 잡지 않을 거면 애매하게 건드리지 말자. 자기가 스스로 공부가 하고 싶다고 먼저 깨달을 때까지 가만 놔두자.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데 벌써부터 스트레스받기 시작하면 중, 고등학교 때 가면 답이 없다.'


  나는, '그건 너무 로또 기다리듯이 확률 게임하는 거 아니냐. 난 그렇게 힘들게 공부를 시키고 싶은게 아니다. 아직 엄마의 한 마디가 하늘의 울림 같은 이 시기에, 기본적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잡아 주고 싶을 뿐이다. 다만 나도 그렇게 지도받아 본 적이 없으니 방법을 못 찾고 있을 뿐이다.'


  다른 집 엄마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이렇게 양 쪽의 의견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의견을 좁히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통일하는 것이 좋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맞추든, 아니면 같이 합의 하에 절충안을 내놓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 학습을 봐주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일인데 그때 그때 신경전 벌이는 것도 힘들뿐더러 아이도 혼란스러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의견을 합치한 후 아이의 학습을 도와줘야 한다. 절대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고 해서 갑자기 자리에 앉아 혼자서 공부를 쓱쓱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자. 아이의 학습 지도는 아이가 자기 주도식을 처음 시작하는 과정과 같다. 어떤 방송에서 오은영 박사님께서 하셨던 이야기이기도 한데,


  아이가 처음 자기 주도식을 하려면 가장 먼저 느껴야 하는 것이 '배고픔'이다. 배고픔을 느끼고 앙앙 울 때 입에 먹을 것이 채워짐으로 인해서 배고픔이 해소된다는 것을 안다. 그걸 깨달았다고 해서 바로 숟가락 젓가락을 들고 자리에 앉아 매너 있게 식사를 하는게 아니다. 처음엔 손으로 집어 먹고, 먹다가 장난도 치고, 갑자기 의자에서 탈출도 하고 그런다. 그렇게 몇 년을 배운다. 밥은 자리에 앉아서 먹어야 하고, 손이 아닌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해서 먹는다는 것을. 그 이후에 입에 음식이 있을 땐 말을 하지 않는다거나 반찬을 휘젓지 않는다거나 하는 고급 기술도 배우게 된다. 중요한 것은, 혼자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공부에 대입해보자. 우리 아이가 7세까지는 후기 이유식까지라고 본다면, 생존을 위한 공부까지만 하면 된다. 의사소통은 해야 하니까 언어를 배운다든지, 여러 가지 감각 발달을 위해서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든지, 신체 발달을 위해서 가벼운 운동을 배운다든지, 세상의 다양한 것들을 간접 체험해보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든지. 이 정도가 7세까지 가볍게 해 줄 수 있는 교육들이다. 그래서 이때까지는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즐거운 상태여야 한다. 아이가 5살, 6살인데 공부하기 싫다고는 주장을 한다면 아이를 나무랄게 아니라 내 자신을 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8살이 된다. 어제까지 7살이었던 아이가 갑자기 '어머님, 공부 좀 해보겠습니다.'라고 하진 않는다. 두 돌 아이가 식탁에 앉아 까불듯이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집중력이 짧다. 모든 부모님들은, 이 순간에 절대로 아이에게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이제 막 두 돌 지난 아이가 식탁 의자를 들락날락거리는 것이 혼날 일인가? 아니다. 모르는 거다. 똑같이, 지금 막 8살이 된 이 아이도, 모르고, 어렵다. 그런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면서 너는 어떻게 한 자리에 5분도 못 앉아있냐고 윽박을 질러댄다면 이제 우리 아이는 공부와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단 1분을 앉아 있더라도, 수학 문제 단 한 문제를 풀고 일어나더라도,


이야, 혼자서 했네? 잘했다~ 5분 있다가 다른 것도 해볼까?


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시간을 점점 늘려가야 한다. 혼자 책가방을 챙기고 학습 계획을 짜는 것은 고급 기술이다. 많이 바라지 말고 정말 이 과정만 1학년 내내 해도 좋다. 아이가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화가 나는 이유는 보통 상대방의 행동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 화가 난다. '왜 저러지? 도대체 왜 저런 말을 하지?' 내 머릿속에 상대방이 하는 말과 행동의 흐름이 자연스럽지가 않을 때 화가 난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의 공부를 지도할 때 정말 화가 많이 난다. 답답해한다. 그럴 땐 절대로 참지 말자. '화'라는 것은 어쨌든 감정이기 때문에, 그때 그때 풀지 않고 억지로 참으려고 하면, 언젠가는 터진다. 감정은 다스리는 것이다. 다스려야 한다. 나는 아래 두 가지 방법이 가장 핵심적이라고 본다.

  첫 번째로, 아이를 한 번 이해해보는 것이다. 그냥 머리로만 '쟤가 그렇겠지'하고 생각에 그치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깊이 이해해보는 것이다. 아이가 내 눈앞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내가 화가 난다면, 가만히 생각해본다. 내가 지금 무엇이 이렇게 화가 나는지. 아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인지, 너무 산만해서인지, 과도하게 짜증을 낸다든지, 방금 설명한 것도 자꾸 모른다고 한다든지. 보통 이 안에 분류가 다 될 테지만 아이마다 성격이 다양하기에 또 다른 이유로 어쨌든 엄마를 복장 터지게 할 것이다. 묵묵부답형은 우리 첫째 아이의 케이스다. 잘 모르거나 분위기가 험악해지면 입을 닫아버린다. 아이를 처음 학습시킬 때 나도 방법을 몰라 아이에게 그렇게 화를 냈었다. 내가 준 압력이 아이에게 부담감으로 작용됐고 아이의 머리가 굳어버린 것이다.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앞에 앉아서는 반대로 방해만 하는 셈이다. 그래서 자꾸 언성이 높아지고 아이에게 빨리 대답하라고 채근하게 될 것 같으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리 아이가 나 때문에 기가 죽고 부담스러워하고 있구나. 이제 막 숟가락 들기 시작한 애한테 젓가락질을 하라고 한 걸까.' 하고 아이의 눈을 한 번 보면, 그렇게 측은할 수가 없다. 그래도 내 새끼라고, 불쌍한 마음이 들면 아이를 위하게 된다. 어떤 유형의 아이든 같다. 산만한 아이면 산만한 그 본인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해보자. 본인도 좀 진득이 앉아서 공부 좀 해 봤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해서 부모님의 칭찬도 좀 듣고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를 못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과도하게 짜증을 내는 아이라면 스스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길래 그토록 짜증이 나는지. 자꾸 까먹는 아이도 역시 산만한 아이처럼 본인이 더 답답할 것이다. 이렇게 아이가 '왜' 저러는지 잠시 헤아리며 한 숨 돌린 후 부드러운 톤으로 지금 무엇이 힘든지 파악해 보고 같이 해결해주자. 묵묵부답형은 끝까지 대답을 안 할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잠시 휴식을 주고 나서, 마라토너를 끌고 가는 페이스메이커처럼 한 개, 한 개, 응원해주며 물도 줘 가며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평소에 기분 좋을 때 이렇게 말해주는게 좋다.

"혹시 공부할 때 어떤게 힘들어? (대답을 들어보고) 아.. OO이는 그런게 힘들었구나('지겨워서'라는 답이 나오더라도 놀라거나 짜증 내지 말기). 내가 자꾸 언성이 높아지는 건 내가 스스로 답답해져서 화가 나서 그래. 절대로 너의 잘못이 아니야. 나도 앞으로 너에게 화내지 않도록 노력할 테니, 너도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은지 알려줬으면 좋겠어. 알겠지?"

하고 약속 도장까지 받으면 좋다. 이렇게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아이가 '아, 부모님께서 내가 공부할 때 나 때문에 화가 나시는게 아니구나.'를 느끼며 감정 신뢰가 쌓여야 조금은 시원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 올 것이다.

  두 번째로는 '비교하지 않기'다. 아무래도 내 아이가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금세 다른 친구들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이걸 시작하면 아마 우리 아이가 전교 1등을 해 와도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전교 1등보다 더 높은 곳이 위치한 아이는 많기 때문이다. 차라리 비교를 하려면, 이 아이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라. 얼마나 일취월장해 있는지 모른다. 1학년 1학기 때 책상 앞에 1분도 못 앉아 있던 아이가 10분이나 앉아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그런데 누군가의 자녀가 영어 학원에서 두 시간 씩이나 공부를 하고 온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이 감동은 와장창 깨질 것이다. 그러니 그런 말을 들으면, 제발, '아, 그 집 아이는 그렇구나.'하고 거기서 생각을 멈췄으면 좋겠다.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우리나라 사교육이 활개를 치는 것이다.


  공부를 떠나서 아이에게 화내고 소리치는 것은 정말 좋을게 못된다. 그리고 우리도 알고 있지 않은가. 화는 내 안에서 나온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은 나를 열 받게 하려고 태어난게 아니다. 물론 어려서부터 부모와 좋은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아이가 의도적으로 부모를 열 받게 하곤 한다. 그러면 그 아이를 탓할게 아니라 내 자신을 좀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물어보자.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화내는게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들어주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어른이고, 이 아이를 낳은 부모이기 때문이다.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아이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 놔야, 당신의 아이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 가슴을 치고 땅을 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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