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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Feb 20. 2018

이커머스 업자로서 경험한 MCN/인플루언서 커머스

미디어커머스 제(멋)대로 헤집어보기 #5

나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몇 차례 미디어커머스를 추진하며 다음의 세 가지 축으로 움직여 왔다.

1. Content Commerce  
2. Influencer Commerce
3. Network Commerce

이번에 미디어커머스를 추진하면서는 이 셋을 동시에 끌고가는 대신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첫 단계는 인플루언서 커머스였으나, 이내 순서를 바꿔 콘텐츠 커머스부터 본격화했다. 아직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MCN(Multi-Channel Network)과 사업구조를 짜기 어려워서였다.


1. 인플루언서 커머스(Influencer Commerce)의 정의

나는 인플루언서 커머스를 이렇게 정의한다.
 
인플루언서 커머스 :
인플루언서 > 콘텐츠 > 상품 > 구매전환의 과정으로 소비자 동선을 설계해 마케팅과 매출 증대를 꾀하는 이커머스 유통방식
학문적 근거가 전혀 없는 자의적 해석이라는건 함정

('인플루언서'를 정의하는건 넘어갑시다. 다들 아시잖아요..)



2. 이커머스와 MCN 시장의 이해관계 차이 


흔히 한국 MCN의 발전을 말하며 이커머스 연계 가능성을 들추곤 한다. 중국 왕홍의 활약상을 전해 듣다보면 기대는 더욱 높아간다. 그러나 국내 현실에서 직접 맞닥뜨리면 언론 기사와 업계 상상으로 내다본 전망과 다르다. 현실에서는 이커머스와 MCN의 이해관계 구조가 어긋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파워 인플루언서는 기존 MCN 시장에 머문다. 간혹 이커머스로 넘어와도. 평범한 개인 쇼핑몰이나, 대형 쇼핑몰에 단순 입점한 판매자로 수렴한다. 기존의 틀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이해관계의 차이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이렇다.  


 

3. 인플루언서가 돈버는 방식 세 가지 


인플루언서가 돈버는 방식은 세 가지다. 자기를 팔거나 / 광고를 팔거나 / 상품을 팔거나.  


3-1. 자기를 팔거나  

아프리카TV에서 많이 보인다. 인플루언서 자신이 곧 콘텐츠이며, 시청자로부터 현금에 준하는 무언가를 직접 받는다. 아프리카TV는 별풍선, 유튜브는 슈퍼챗이다.  


3-2. 광고를 팔거나 

3-1.은 인플루언서에게 돈을 주는 주체가 시청자라면, 3-2.는 광고주 혹은 플랫폼(예: 유투브)이다. 전자는 일반적인 광고 모델, 후자는 미디어 플랫폼 기반의 수익배분(Revenue Share  Affiliate, 이하 RS) 모델이다. 시청자는 대신 시간을 지불한다. 인플루언서는 좋은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하고 그 댓가로 시간과 시선을 받아와 광고 유통업자에게 넘기고 돈을 받는다.


3-3. 상품을 팔거나

이는  가지다. 인플루언서가 직접 자기 상품을 팔거나, 남의 것을 대신 팔아주거나. 뭐가 됐든 이커머스 플랫폼과 관련이 깊다. 아래 4. 이어진다.

 


4. 인플루언서가 이커머스로 돈벌기 


위 3-3.을 이어가 보자.


4-1. 직접 자기 상품을 팔거나 = 기존 이커머스로 수렴 


인플루언서가 직접 자기 상품을 팔면 이는 단순한 판매자(Seller or Vendor)다. 판매자인데 겁나 유명할 뿐이다. 임지현이라는 사람이 패션 인플루언서로 유명하지만, 그의 상품을 파는 임블리는 단지 하나의 쇼핑몰이거나 판매자다. 수익 모델도 일반 유통과 같다. 자사 쇼핑몰에서는 제조원가를 제외한 마진을, 타 쇼핑몰에 입점하면 판매수수료를 제외한 마진을 남긴다.  


4-2. 남의 상품을 대신 팔아주거나 = 새롭게 이커머스로 확장   


인플루언서가 남의 상품 팔아주고 수익을 배분받는 방식(RS)은 나름 새롭다. 중국 왕홍 시장의 예로 자주 등장하는 모구지에(蘑菇街; mogujie.com)가 대표적이다. 모구지에는 인플루언서와 판매자를 연결해주고, 인플루언서 커머스에 최적화된 전문 매장과 미디어 환경, 프로모션 기능들을 제공한다. 하지만 인플루언서와 상품 판매 수익을 배분하는 주체는 개별 판매자다. 모구지에는 한켠 물러서 있다. 이 점이 Amazon을 비롯해 기존 이커머스 시장에 익숙한 RS Affiliate 모델과 다르다.          

이미지 출처 - <중국 모구지에, 전자상거래의 미래를 엿보다>, 슬로우뉴스, 2016/11/24
참고 기사 : 중국 모구지에, 전자상거래의 미래를 엿보다 - 슬로우뉴스, 2016/11/24


그래서 이제부터 아래에서 말할 인플루언서 커머스는 위 4-2.의 의미로 좁혔다.  



5. 국내 인플루언서 커머스의 한계 


모구지에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수익배분의 주체가 누구냐다. 주로 판매자다. 모구지에는 트래픽, 매장, 연결을 제공하는 기능적 플랫폼 역할에 집중한다. 한국은 모구지에 같은 플랫폼이 없어서인지, 이 수익배분 주체가 걸림돌이다.   


수익배분 주체의 한계 


국내 인플루언서 커머스 사례가 많지 않지만, 그나마도 있다면 수익배분 주체가 대개 플랫폼이다. 그곳에 입점한 판매자는 적극적이지 않다.


반면 알려진대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은 대개 마진이 박하다. 이커머스 시장 규모나 성장세는 좋아도, eBay(G마켓+옥션)를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다. 성장이 큰 만큼 경쟁도 치열해서다. 그래서 인플루언서와 나눌 수수료의 여분도 박하다.

(스타일난다, 난닝구, 임블리, 무신사 같은 쇼핑몰은 수수료 체력이 좋지만, 그들 스스로가 이미 인플루언서의 가치를 내재화했으니 논외로 하자)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은 수많은 상품과 다양한 카테고리를 아우른다, 그중에는 인플루언서와 수익을 나눌만큼 높은 판매수수료의 상품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상품은 대개 해당 카테고리에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덜 팔린다. 그래서 인플루언서에게 돌아가는 돈이 적다. 그러면 안 굴러간다. 패턴이 대체로 이렇다. 아래와 같은 순환의 반복이다.


a. 인기 상품 > 잘 팔린다 > 시장지배력 높다 > 플랫폼이 가져가는 판매수수료 낮다 > 인플루언서에게 배분할 수익이 모자라다 > 인플루언서가 안 한다


b. 플랫폼이 가져가는 판매수수료 높다 > 인플루언서에게 배분할 수익률에 여유가 있다 > 그러나 비인기 상품 > 그래서 시장지배력 낮다 > 그래서 잘 안 팔린다 > 그래서 인플루언서와 나눌 수익이 적다 > 인플루언서가 안 한다


c. 위 b.이지만 하겠다는 인플루언서 등장 > 그러나 비인기 인플루언서 > 플랫폼이 안 한다


d. 위 b. 이지만 하겠다는 인플루언서 등장 > 다행히 파워 인플루언서 > 높은 수익배분율 요구 > 아까 말했다. 그런건 비인기 상품이라고 > 파워 인플루언서도 비인기 상품을 많이 파는건 어렵다  > 그래서 인플루언서와 나눌 수익이 적다 > 인플루언서는 명분도 실리도 잃는다 > 인플루언서가 안 한다  


e. 수익배분이 적으니 인플루언서는 미니멈 개런티나 정액의 수익 보장을 원한다 > 플랫폼이 안 한다

win-win 이 돼야 사업이 된다.


수익배분 주체의 한계 외에도, 다른 걸림돌도 있다.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 입장에서 인플루언서 커머스 시장을 열자며 뛰어들었다가 의외의 부분에서 당황했다. 인플루언서 자체의 영향력이 약하다는 현실이다. 팔로워가 많고 인지도가 높아도, 판매 성과는 빈약했다. 들인 리소스 계산하면 효과가 없거나 안 하느니만 못했다. 사실 나는 현장에서 이게 가장 놀라왔다.


인플루언서 영향력의 한계 


상황을 살펴보니 이랬다.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지 않았다.

파워 인플루언서일수록 팬들의 거부감을 우려해 자신의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곤 했다. 인플루언서를 믿고 구매한 팬들이 상품에 불만을 느끼면, 그 데미지가 고스란히 그 인플루언서에게 되돌아 오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의 공간에서조차 판매를 독려하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나서도 효과가 적었다.

그의 추천으로 상품에 호감을 느낀 사람들이 있어도 판매까지 잘 이어지지 않았다. 인플루언서가 사란다고 사람들이 네~하고 사지는 않더라. 가격비교하고 최저가로 찾아간다. 플랫폼은 수익배분도 하고, 최저가도 맞춰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인플루언서의 기여도는 어느 정도인지 점점 가늠하기 어렵다.


가끔 유명 연예인이나 파워 인플루언서가 상품을 소개해 대박난 사례가 등장하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미미하다. 그나마도 구조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사업모델이라기보다 단순한 PPL이나 광고에 가깝다. 인플루언서 커머스로 볼 의미는 딱히 없다.


선명했던 경험과 현실  


현장에서 내가 겪은 이 두 가지 한계는 한시적일망정 협소한 경험은 아니었다. 트레저헌터, CJ E&M(다이아TV) 같은 업계 최대 인플루언서 에이전시는 물론, 존재조차 몰랐던 각양각색의 브로커들, 심지어 인플루언서 개개인과도 직접 제휴해 봤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2018년 2월 현재 기준으로, 국내 MCN 시장에서 이커머스와 수익배분 형태로 성공한 사례가 드문 이유가 내겐 그렇게 선명했다.



6. 전문 플랫폼의 등장과 본질적인 구조 변화를 기대하며 


한국과 중국의 인플루언서 커머스는 다르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시장의 사이즈 차이인지 진화단계의 차이인지 이유는 확실치 않다. 확실한건 현재는 수익배분으로 이커머스와 MCN의 이해관계를 맞추긴 어렵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언젠간 모구지에 같은 대형 전문 플랫폼이 등장하리라 예상한다. 그래서 위 5.에서 말한 두 가지 한계를 극복하길 기대한다.   

모구지에 사례. 동영상이니 클릭이나 해봅시다.


그러나 수익배분 주체가 플랫폼이라는 한계는 지금도 극복이 불가능하진 않다. 플랫폼이 아니라 그곳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나서는 것도 가능은 하다. 오히려 판매자가 인플루언서와 수익을 배분하는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나설만큼 가치가 있느냐가 더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다.


이는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도 숙제다. 모구지에 같은 플랫폼이 등장하면 쉽게 풀릴지 모르나,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풀릴만한 숙제라는 확신이 시장에 없다면, 누가 됐든 그런 플랫폼 투자에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나는 회사의 미디어커머스 담당자로서 인플루언서 커머스의 숙제를 함께 풀어갈 생각이다. 작년에는 적극적인 수익배분의 주체로서 회사 차원에서 많은 시도를 해왔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새로운 방법들을 모색할 계획이다. 수익배분의 주체와 방법을 다양화하고, 적극적인 시장 참여자들과 시장 상황에 맞게 인플루언서 커머스를 진화시키고자 한다. 그 결과가 이 글의 속편이겠다.  


출발은 여기서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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