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사막에서 일출과 일몰을

반짝반짝 빛나는 길, #7 Uyuni

by 일로나

우리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선라이즈 투어에 나갈 준비를 하였다. 숙소 앞에서 10분 정도 떨고 있으니 지프차가 도착했다. 차에는 S군과 중국인 커플이 이미 타고 있었다. 이렇게 5명이 한 팀이 되어서 바로 출발했다.

우유니 시내에서 사막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정확한 시간은 재어보지 않았지만 멀지 않은 느낌이었다. 사실 내가 졸아서 더 가깝게 느껴졌던 것일 수도 있다. 사막에 도착하기 전에 사막 입구에선가 호텔인지 상점인지 모르겠지만 잠시 내려서 둘러보게 했다. 난 너무 졸리고 귀찮아서 정말 대충 겉모습만 보고 다시 차에 타버렸다. 추웠다. 너~무 추웠다.


사막에 도착하니 아직 깜깜했다. 깜깜한 사막은 그래도 빛이 났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해를 기다리는 시간은 좋았으나 추운 건 너무 싫었다. 옷을 얇게 입은 탓도 있지만 사막의 새벽 공기는 뼈를 뚫고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차 안에서 몸을 녹였다가 다시 나와서 사각거리는 소금 밟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새 사방이 분홍빛으로 점점 밝아져 왔다. 일출 직전의 소금 사막은 색깔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 연한 분홍과 연한 하늘색 파스텔 톤의 색깔들이 묘하게 섞이면서도 경계를 두고 주위를 서서히 밝혀나갔다. 밝아진 세상은 정확한 데칼코마니를 이루었다.


소금사막 저 밑에서 서서히 세상을 밝혀내던 해는 어느 순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해가 뜨기 전의 그 푸른빛이 더 좋았다.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색이었다. 지금도 그 새벽의 시린 푸른빛이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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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이드는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어 주려고 했다. 우유니에 다녀온 사람들의 사진이 왜 넘쳐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어디로든 사진기를 들이대어도 작품 사진이 나오는 이 마법 같은 풍경도 한 몫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가이드 겸 기사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포즈를 취하며 단체 사진과 개인 사진을 끝없이 찍었다. 급기야 다른 팀과 합세해서 사람으로 UYUNI 글자를 만드는 사진까지... 놀랍게도 모든 사진은 정말 작품 사진이 되었다. 거기에다 무슨 설정을 해서 통에서 나오게 보이는 비디오까지. 우유니 사막 투어 가이드 겸 기사를 하려면 필수로 사진을 잘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사진을 잘 찍어주는 가이드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고... 한국인들이 찾는 특정 가이드는 엄청 인기가 많다는 소문을 어제 투어 신청하러 간 여행사에서 들었다.


우유니의 소금 사막에서 서서히 떠오르며 빛을 내던 일출 장면은 장관이었다. 기대 이상이었고 생각보다 긴 시간을 사막에서 보냈다. 소금을 사각사각 밟는 느낌도 좋았고, 지프차를 타고 광활한 하얀 사막을 달리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쏟아지는 아침 햇살은 소금에 부딪혀 더 반짝거렸고 찬란한 느낌마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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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쓰러져 잠들었다. 그 좁디좁은 방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그래도 몇 시간 정도 자다가 점심시간이 다 지날 때쯤 나가서 점심을 먹었다. 함께 간 A양은 또 김치볶음밥을 먹겠다고 했다. 나는 굳이 음식을 가리지 않기에 여행 다니면서 한식을 찾아 먹지는 않고 현지 음식을 고루 경험하는 편이다. 김치볶음밥을 파는 식당에서 현지 음식도 팔기에 나는 야크 스테이크를 먹었다. 질긴 소고기 같았다. 아니 양고기에 가까웠나... 여하튼 질겼다는 기억밖에 없다. 점심을 먹고 다시 S군과 합류해서 일몰 투어를 찾아 나섰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어제보다 사람들이 더 많았다. 몇 군데 여행사를 돌아다니다가 귀여운 한국인 여자 세명을 만났다. 그녀들도 오늘 일몰 투어를 갈 것이라고 같이 팀을 만들어서 가자고 했다. 그렇게 우린 스스로 팀을 짜서 투어 신청을 했다. 그녀들은 정보가 많은지 가이드도 지정하고 싶어 했으나 인기 많은 가이드는 벌써 모두 찜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여행사에서 추천하는 가이드와 함께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일몰 투어는 5시에 여행사 앞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우리는 그 시간에 다시 모이기로 했고, 나는 동생들과(S군과 A양) 함께 우유니 동네를 거닐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고산병이 가시질 않았다. 다른 때 같으면 예쁜 카페에서 맥주도 마시고 햇볕도 쬐고 하루 종일 돌아다닐 텐데... 그러기엔 머리가 너무 무거웠다.


일몰 투어를 가는 사람들은 정말 많았다. 그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단연 눈에 띄었다. 그만큼 많았다. 어느 부분만 보면 여기가 한국의 어느 관광 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여행사 직원이나 가이드들은 한국어로 인사 정도는 할 줄 알았다. 그건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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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에서 지급하는 장화를 신고(우리는 흰색 장화로 통일했다. 귀여운 친구들이 흰색 장화가 사진에 예쁘게 나온다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아침보다 더 신나게 더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역시 가이드가 중요하긴 했다. 나는 사실 몇 시간 되지도 않는데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가이드가 출발하면서부터 팁 이야기를 하고 팁을 많이 줘야 사진도 잘 찍어 줄 거라고 반협박처럼 말했다. 그나마 나와 A가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아서 어느 정도 알아듣고 자르고 진정시켰기에 망정이지, 스페인어를 모르는 사람들 같으면 삥 뜯기기 딱 좋은 케이스였다. 그 가이드가 하는 말 중에 충격적인 것은 한국인은 돈이 많으니까, 돈도 잘 준다, 자기는 오늘 한국인 6명을 태웠으니 운이 좋다는 즉, 한국인 = 돈. 이런 말을 계속 해댔다.


아침에 같이 갔던 기사는 팁에 대해선 한 마디도 안 하고 사진을 최선을 다해서 찍어줬는데, 우리가 지칠 때까지 말이다.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팁을 챙겨 줬었는데, 이 가아드는 입으로 운을 다 까먹어대면서 운전했다. 그리고 우리가 요청하지 않으면 사진을 잘 찍어주지도 않았고, 급기야 귀여운 동행 셋이 불평을 해대고, 내가 항의를 해대고 해서야 조금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 귀여운 동행들이 없었더라면 우린 정보가 없어서 별 다른 사진 요청을 안 했을 것이다. 그녀들은 프링글스, 물통, 의자 등을 이용한 사진을 요청했는데, 첨엔 가이드가 프링글스 통이 없어서 못 찍는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어쩌다 트렁크에서 우리가 프링글스 통을 발견했고 그 가이드는 아주 뻔뻔하게도 몰랐다면서 찾았으니 찍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제야 왜 한국인들이 가이드들을 찜까지 해가며 투어 신청하는지 알게 되었다. 좋은 가이드를 만나는 것은 복불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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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이드가 엉망이어도 우리 팀워크는 아주 좋았다. 발랄하고 귀여운 그녀들 덕분에 우리까지 덩달아 발랄해졌으며, S군의 드론과 카메라 덕분에 인생 샷을 건지기도 했다. 우리는 그녀들이 알고 있는 모든 종류의 우유니 샷을 가이드에게 요청해서 찍었다. 물론 가이드에게 요청하는 일은 내가 맡았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뿜뿜하며 당근과 채찍을 이용했다. 어차피 팁은 투어 끝나고 주는 것이니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며...


사람들이 왜 우유니로 여행을 오는지 알 것 같다. 우유니의 소금 사막은 경이로움을 넘어서 신비롭다. 그리고 순간순간의 느낌이 다르다. 처음엔 그저 광활하고 하얀 사막이라고 어딜 봐도 하얀 바닥과 파란 하늘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의 각도와 햇빛의 양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해 질 녘의 소금 사막은 따뜻했다. 아마도 햇빛이 주는 느낌이 큰 것 같다. 강렬하지도 않았고 너무 붉지도 않아 은은하게 넘어가는 해가 또 다른 감성을 북돋았다. 흔하게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황혼을 닮지 않아서 좋았고, 불 타오르 듯 물들지 않아서 특이했으며, 해가 지고 있는 방향에서 반대쪽은 또 다른 세상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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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별들이 물결을 이루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정말 말 그대로 별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거기에다 어느새 나타난 초승달은 밤의 소금사막을 더욱 정취 있게 해 주었다. 우리는 자리를 조금 옮겨 별구경을 나갔다. 하늘에 별들을 박아 놓은 듯이 별들이 가까이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S군은 카메라로 하늘의 별들을 열심히 찍어 댔다. 하지만 눈에 담는 것만큼 모두 담기지 않아 짧게 탄식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 사막의 별들을 담기 위해 카메라도 새로 장만해서 왔다고 했다. 내 생각엔 아무리 최신식의 카메라라도 이 별들을 실물만큼 담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다. 나도 내 카메라로 여러 번 찍어 봤으나 만족할 만한 컷은 없었다. 자연은 그 어떤 렌즈로도 투시되지 않을 것 같다. 자연을 바라보기에 가장 좋은 장비는 인간이 가진 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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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보고 별을 찍어 대다가 서로를 찍어 대다가 더욱 선명해진 초승달을 보며 신나게 사막 위를 뛰어다니며 아이가 된 듯이 놀았다. 자연에 감탄하고 함께 동행해준 이들에게 감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연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지만 여행의 반은 사람으로 채워진다.


생각보다 일몰 투어는 긴 시간이었다. 일몰을 보고도 별빛과 달빛이 비친 소금사막을 미친 듯이 뛰어다녀서 우리는 지칠 대로 지쳤다. 우유니 시내에 돌아오니 8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귀요미 동행들도 A양도 내일 새벽 출발이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모두 각자의 숙소로 흩어졌다. 아쉬움이 더 깊은 여운을 줄 것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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