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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영 Jan 10. 2021

운동에 인생을 담는 일을 주저하지 않을 것

[나만보시리즈] 누구나 넘어질 수 있는 거야..

아이가 다섯 살이 되면서 내 고민도 늘었다.

이제는 제법 말도 잘 이해하고 의사표현도 할 줄 알면서 어설프지만 교육이 가능한 나이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영어를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활어처럼 파닥거리는 아이를 보니 욕심이 났다.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은 무엇인가 가르치면 잘 할 거라고 거듭 강조했다. 나는 유치원 입소를 앞두고 마음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 재모는 에너지가 왕성한 아이다. 하루 종일 열심히 놀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야 하는 밤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실랑이가 벌어진다. 그래서 아이가 요구하는 대로 졸려 지쳐 쓰러질 때까지 놀아보기도 하고, 취침시간에 맞춰 어르고 혼도 내면서 재웠다. 그러나 아이는 잠든 시간과 상관없이 한결같이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어차피 기상시간이 똑같다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들쭉날쭉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 이후 우리 집 취침시간은 대부분 저녁 8시에서 8시 30분 사이를 넘겨본 적이 없다. 어느 정도 생활패턴이 자리 잡은 쌍둥이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충분히 소진시킬 적절한 운동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 


삼신 할미의 무차별적인 성별 폭격으로 나는 삼 형제를 키운다. 아직도 둘째로 쌍둥이를 임신한 후 성별이모두 같음을 확인한 그날 밤을 잊을 수가 없다. 남편은 한 손에 맥주를, 나는 얼음이 절반 이상인 냉수를 들이키며 집 천장을 쳐다보면서 각자의 한 모금에 한숨과 ‘캬-‘를 섞어 말아 서로의 착잡한 마음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다짐한 한 가지가 심지가 강한 아이들로 키우자는 의견 일치를 봤다.   


강한 심지를 갖기 위해 에너지를 태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한참 고민했다. 이는 곧 운동과 직결됐고, 어떤 운동이 가장 극한 상황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되짚어보게 됐다. 그리고 처음부터 곧잘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넘어져야 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 시작했다. 생각의 끝에 발견한 것은 바로 아이스하키였다. 


다섯 살 [봄]에 시작한 아이스 하키


한 시간 반 동안 이뤄지는 아이스하키 수업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40분, 그 다음은 50분, 60분.. 이렇게 적응기간을 거쳐 차츰 매 주말에 하는 일상적인 아이의 일과로 자리 잡아갔다. 빨리 적응하기 위해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운동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회를 앞두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은 급하게 달려 배울 일이 아니었다. 오늘 시도한 동작이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에, 아니면 그 다음에 조금씩 성공하면 될 일이다. 


팀의 막내로 43개월밖에 안된 꼬맹이에게 너무 가혹한 짓인가 싶다가도 점차 내게서 독립해 가는 아이를 보면 이 시점이 늦지 않은 타이밍임을 감지했다. 한 달 내내 넘어지던 녀석은 얼음판 위에서 못하겠다고 울부짖기도 했다. 두 달째 접어들었을 때는 숨바꼭질이나 술래잡기를 하면서 빙판과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세 달을 꽉 채우고서야 잡고 타던 보조 봉을 치우고 두 발로 슥슥 밀며 타기 시작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쌍둥이 동생이 생긴 뒤로는 아빠 엄마와 오롯이 보낼 시간이 없었는데 운동 가는 시간에는 동생들을 할머니에게 맡겨 두고 자신에게만 시선을 맞추는 부모와의 시간이 싫지 않아 보이는 눈치였다. 


링크장 앞 웨이팅 석에 서서 남편과 나는 연습 내내 얼음판 추위에 덜덜 떨며 혹여나 울부짖을 아이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많이 넘어져야 더 잘 탈 수 있어”라고 넘어져 지친 아들에게 괜찮다고 다독였다. 코치님, 감독님도 타다가 넘어진다고.. ‘누구나 넘어질 수 있는 거야’라고 아들에게 건네는 위로는 지나고 보면 반대로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육아가 늘 행복한 일은 아니라고. 누구에게든 지치고 힘든 일이라고. 매일을 잘 보냈는지 아닌지는 지금 당장 중요치 않다고. 지치면 일어서서 다시 다음 하루를 시작하는 게 중요한 거라고.


어느 날은 차 안에서 아이가 먼저, “엄마랑 아빠가 없는 링크장에서도 이제 혼자 스스로 일어날 수 있어요!”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매번 링크장에서 격렬한 자신과의 몸싸움을 해야 하는 의도를 감지한 듯 무심코 내던진 아이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언젠가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도 넘어지면 툴툴 털고 일어나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 통한 듯, 한 번쯤은 운동에 인생을 담아봐도 좋을 일이다. 삶은 누구와 비교하며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나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해 가는 여정이기에 말이다.




**

어느 덧 아이가 하키를 시작한지도 3년이 넘어간다.

우리의 주말은 성실하게 기록된 운동 시간에 맞춰 그간 인생의 이모저모를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더불어 공부도, 운동도, 인생도 빨리 가서 해치워버리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이제는 어떻게 즐기며 살아갈 지에 대해 내 아이와 남편과 함께 고민해 보려고 한다.




*위 글은 <엄마이지만 나로 살기로 했습니다(21세기북스)>에 실리지 않은 글로, <나만보시리즈(나만보기 아쉬운 글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 다양한 글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책 정보 바로 가기:


교보문고 https://bit.ly/2K7ym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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