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나 著, 『독서모임 꾸리는 법』을 읽고
독서로부터 격리되어 지냈다. 나에게는 독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럴싸한 핑곗거리들이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병원에서 3교대 근무를 하니 정말 피곤했다. 3일 저녁, 4일 밤을 내리 일한 후 주어진 2일의 휴무는 잠을 자느라 다 써 버렸다. 한 번은 카페에 읽을 책을 가져갔는데 한 장도 채 못 읽고 어느새 책을 베고 잠이 들었다.
일을 시작한 다음 해에 결혼을 했고, 아이 낳고 워킹맘으로 살다 보니 마흔이 되었다. 첫째가 두 돌을 맞은 지 며칠 후 둘째가 태어났다. 특대형과 소형 기저귀를 두 녀석에게 정신없이 갈아주고, 작은 녀석에게 모유를 먹이고, 아이들이 잠든 사이 허공을 보며 끼니를 때우던 그 해의 기억은 이상할 만큼 흐릿하다. 그 시절부터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은 것이 내 30대의 독서였다.
대학원을 다니면서도 핑계는 이어졌다. 전공도서, 논문을 읽어댔기에 별도의 독서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책이 '지식, 사상, 감정을 일정한 틀에 맞추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여 묶은 것'이고, 독서가 책을 읽는 것이라면, 나는 필요한 지식의 조각들을 뽑아서 읽기는 하였으나 완전한 하나의 서사나 사상을 읽어내는 독서는 하지 못했던 것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방학이 되면 두꺼운 책 서너 권 이상으로 된 대하소설 읽는 것을 즐겼다. 밤낮으로 책을 읽고 그 이야기 속에 잠시 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 시절에는 지식 독서를 좋아하지 않아서 문학 편식을 했었다. 혼자만의 독서는 학생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한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인 듯싶다.
한 달 전, 우연한 기회로 『오후의 글쓰기』를 집필하신 이은경 작가님의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가장 큰 수확은, 그곳에서 진정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사랑하고 실천하는 엄마 동지들을 만난 것이다. 독서모임이라고는 근처에도 안 가 본 병아리 주제에, 평일 오전시간에 온라인 독서모임을 해 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고맙게도, 23명의 동지들이 내 손을 잡아 주었다.
우리 모임은 독서모임이 처음이어도, 그동안 책을 많이 못 읽었어도 환영받는 '순한 맛' 모임을 표방한다. 물론 나와 같은 초보를 이끌어 줄 만한 고수님들도 함께여서, 든든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게다가 독서모임의 노하우나 경험을 소상히 밝혀둔 책들이 여럿 나와 있어서 모임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을 쓴 원하나 씨는 출판사 대표이자 독서모임 기획 경험이 많은 분이라고 한다. 숫자가 그 경험의 깊이를 엿볼 수 있게 하는데, 자그마치 6년 간 200회가 넘는 모임에서 350여 명의 회원들과 독서모임을 했단다. '골고루 읽고 다르게 생각하기 위하여'라는 책의 부제처럼, 다양한 형태의 독서모임을 위한 자세한 전략들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150페이지 남짓한 얇은 책이라, 독서 초보인 나도 하루 만에 다 읽었다. 분량이 적은 데도 불구하고, 독서모임 만들기, 모임 준비하기, 모임 운영하기, 더 재미있게 독서모임하는 법, 새로운 독서모임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추천도서까지 아주 알찬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보 작가들이 모여 독서모임의 방향성을 조율하는 단계라서 단언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글쓰기에 참고가 될 만한 책에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찾고, 실제 자신의 글쓰기에 적용해 보면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우리 모임의 주된 목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이런 가정하에, 『독서모임 꾸리는 법』에서 소개한 '첫 모임에서의 질문', '모임 운영하기 전략'을 각색하여, 첫 모임의 토의거리를 아래와 같이 작성해 볼 수 있다.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성함(필명), 거주지역(추후 오프라인 모임 때 참고) :
창작 분야/주제/키워드 :
참여 동기, 경험, 독서 취향을 공유해 주세요.
독서모임을 신청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독서모임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다른 독서모임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어떤 모임이었나요?
평소에 어떤 책을 읽나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독서 습관(시간, 장소, 방법, 환경 등)은 어떤가요?
가장 좋아하는 책, 최근에 읽은 책을 소개해 주세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와 좋아하게 된 계기는?
독서모임 운영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눠요.
행사 : 저자와의 만남, 전문가 초빙, 강연 참석 등
(지역별) 소모임 : 전시회, 책방 투어, 뒤풀이 등
독서모임 책 발간
글쓰기 과제(브런치 발행) 부여 및 과제수행 모니터
회비 운영
독서모임 이름 정하기
독서모임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결정해요.
다음에 읽을 책과 발제자
모임 빈도, 요일, 시간에 불만은 없는지
온라인 회의 플랫폼(ZOOM, Google Meet)은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자료는 어떤 방법으로 공유하는 게 좋을지
운영진 지정 및 역할 분담
모임 규칙 정하기 : 완독하기, 경청하기, 발언은 두괄식으로 간략히 하기, 발제자는 모두에게 발언 기회를 공평하게 주기 위해 노력하기, 발제자의 진행에 적극 협조하기, 00번 이상 연속 불참 시 탈퇴 등
발제 방식 (예시) : 다시 볼 문장에 밑줄, 생각해 볼 문단에 메모, 관련 정보 검색(팟캐스트, 북튜브, 영화, 다른 책 등), 발제문 작성은 자율로 하되 진행을 위한 메모(토론거리, 시간 배분 등)는 권장
진행의 틀 (예시) : 간단한 책 소개 (발제자) → 저자가 가진 문제의식에 대하여 각자 어떻게 생각하는지 토론 (토론 주제 부여 및 진행 : 발제자) → 기억에 남는 구절과 감상 공유 (희망자) → 모임 마무리 (발제자) → 차후 모임 관련 공지 (운영진)
아마도 모임을 이어 가면서 수많은 시행착오, 도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회원들이 '글쓰기'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창작분야나 관심사가 구체화됨에 따라 소모임으로 나눠야 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것처럼 모임이 시들해질 수도 있고, 대다수의 결석으로 2~3명만 참여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독서모임 왕초보인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던데, 2023년 새해에는 신나는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아서 설렌다.
* 사진 출처 : Unsplash (Alexis Br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