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월요일

월요병 극복기

by 지영민

자동차 배터리가 말했다.

"맞아요, 주인님 태우고 나간 지는 꽤 되었죠. 그런데 이 놈의 블랙박스가 계속 칭얼거려서 삼시세끼 챙겨 주느라 제 체력이 바닥나 버렸어요."


지금 내 상태가 딱 그렇다. 분명 돈 벌러 집을 나선 적은 없었다. 주말이라고 빈둥거리며 놀 거라 굳게 다짐했었다. 의도적으로 늦잠을 자고 밥도 두 끼만 먹었다. 그래도 아이들과 약속한 유기견 봉사활동은 다녀와야 했다. 분리수거 배출하는 날도 하필 일요일이었다. 애들에게 쓰레기 들려 보내고, 나도 뭔가 해야겠다며 주변을 둘러본 게 화근이었다.


소파를 괜히 끌어냈다. 수북한 먼지가 집안일 세포에게 호통을 쳤다. 다혈질 세포는 당연히 파르르 떨었다. 내친김에 소파 스툴을 창가로 옮기고, 거실 탁자를 90도 돌려서 배치하고... 이것저것 건드리고 번잡스레 움직여 댄 후 뿌듯하게 손바닥을 탁탁 털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차차, 내 주말!


몸과 마음을 푹 놓아버리지 못한 주말 끝에, 만사가 귀찮은 월요일 오전을 맞았다. 얼굴은 흙빛, 까만 피로가 톤업크림의 광채를 남김없이 삼켜버렸다. 내 체력은 금요일 오후 5시, 남은 에너지는 딱 한 시간 분량. 마지막 힘을 짜 내어 몇 문장 썼다. 신기하게도 5시간 정도는 버틸 힘이 생겼다. 말도 안 된다.


*사진: Unsplash (Daniel @ bestjumpstarterrevi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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