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일간 Jul 15. 2024

(팀장편향적으로 생각한) 소통이라는 것

컴퓨터 책상들 사이

소통이 좀 더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세상에 ‘소통’이 많이 들린다. 많은 유투버, 블로거들이 “우리 소통해요.”라고 할 때부터였을까. 다만, 요즘 나는 ‘소통’이라는 단어가 싫다. 어디서나 맞지 않는 의미로 ‘소통’이라고 하고 있는 듯해서 이기도 하고, 내 옆 사람이 ‘소통’ 단어 때문에 회사에서 너무 고생하고 있어서 이기도 하다.


소통 (명사)
1.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2.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와이프는 직장에서 열명 남짓 팀의 팀장이다. 어려서부터 반장도 많이 했고, 사회에서 만났을 때도 사람들을 이끄는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팀장이 된다 했을 때 잘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들 그러듯 곧 ‘차라리 실무 일을 많이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라며 똑같이 ‘사람 스트레스’의 굴레에 빠져들었다.


면담을 하거나 내부 피드백 기회가 있을  때, ‘좀 더 소통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일하는 모습을 내가 다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격식을 차리거나 마음을 못 숨기는 성격은 확실하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던 본인의 옛 상사들처럼 되지 않으려 설명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궁금했다. 그런 얘기를 왜 듣게 되는지. 그래서 그 ‘소통’을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래 자세히 물어보고 들었다. 적은 샘플이지만 내 주관적인 판단으로는 그 발언을 한 사람들은 ‘소통’의 원래 뜻과 조금 거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정리해 본 팀원으로서 ‘소통’을 잘못 이해한 사례들이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느낀) ‘소통’을 잘못 이해한 사례

내 의견이 더 관철되기를 바란다.

일방적인 업무 하달이 아닌 내가 납득하고 원하는 업무를 하고 싶다.

듣기 싫은 이야기는 안 듣고 싶다.

먼저 다가와서 이야기해 주길 바란다.



하나하나 구구절절 이해시키고자 글을 쓰려했다. 하지만 두 가지 중요한 내용만 전달해도 충분할 것 같다.


“소통은 양방향이다.”

의견을 내는 것은 좋다. 하고 싶은 업무를 주체적으로 원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회사는 자선사업체나 학교가 아니다. 시스템과 규정이 있고, 차상위 조직장과 주변 조직들이라는 신경 써야 할 주체들도 많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무언가를 바꾸는 건 초기 스타트업이 아니면 쉽지 않다. 업무도 마찬가지다. 우선순위와 리소스, 전체적인 스케줄에 맞춰 일을 분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이 운이 좋은 예외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쉽지 않을 거라는 걸 기본으로 생각하고, 어떤 문제들이 있을지 미리 생각해 보면 좋겠다. 그래서 조직장이 안된다고 하면 그 이유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 봤으면 좋겠다. 그 후 내 의견을 계속 개진하고 원하는 업무를 요청해야 하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쉽지 않은 상황이 당연한데 당신의 상사가 의견을 들어주고 설명을 해준다면 그분에게 잘하자.   


“당신의 팀장도 사람이다.”

팀원이 듣기 싫은 말은 그들도 하고 싶지 않다. 마찬가지로 그들도 듣고 싶지 않은 얘기를 듣기 싫어한다. 월급이 조금 더 많을 수도 있고 나이가 조금 더 많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해도 이 힘든 사회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이다.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그래서 똑같이 회사에서 외롭고 힘들다. 당신처럼 감정이 있으나 그 위치 때문에 억지로 숨겨야 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평가를 해야 하는 위치라면 혹시 모를 오해를 막고자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어야 하는 자리다. 그래서 그들은 외롭더라도 먼저 다가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걸 버티라고 돈을 더 많이 받는 거 아니냐고. 꼭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 버리는 순간,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말도 안 되는 요구나 무리한 요구도 들어주려 노력하기, 개인적으로도 관심 가지기, 듣기 싫어할 말은 하지 않기, 그래서 혼자 중간관리자로서 외로워도 참기. 이 모든 것을 포함하기엔 월급차이가 너무 적은 것 아닌가.  


그러니 말할 기회가 있으면 물어보자. 혹시 힘들지 않냐고. 그 또한 숨겨야 하기에 직접 말은 못 하더라도 그 한마디가 엄청난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 다 힘들다. 회사에 있으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서로 어떤 상황이고 마음인지 이해해 보려 노력해 보자. 그래서 도와줄 게 있음 도와주고 서로 위로도 되어주는 그런 상황. 나는 그게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그리고 우리 앞으로도 많은 소통 바래요.”

여기에 쓰인 ‘소통’ 말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