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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연 Mar 28. 2024

종이 한 장이라고 얕봤다간...

무한 증식합니다


  이제 의류와 책에 이은 세 번째 정리 품목, 서류 차례입니다.


  정리는 어떤 물건을 남길까 버릴까 결정하는 결단의 연속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책을 읽으면 단지 활자에 불과한데도 거기서 단호한 말투가 생생히 묻어납니다. 마리에는 그중에서도 서류 정리에 대한 기준을 가장 단호하게 제시합니다.


서류는 '전부'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이렇게나 명료하고 단호한 원칙이 또 있을까요. 마리에는 서류가 아닌 품목에는 '설레는 것만 남겨라'라는 대원칙을 적용하지만 서류에는 유독 엄격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계약서처럼 버리면 안 되는 중요 서류나 당장 필요한 서류도 있으니 몇 가지 조건을 더 붙이기는 합니다.


  ‘지금 사용하는 것’

  ‘한동안 필요한 것’

  ‘보관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것’

  이 세 가지에 해당되지 않는 서류는 전부 버리자.


  서류에는 책과 편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종이가 해당됩니다. 편지는 사진과 더불어 추억이 담긴 대표적인 물건이므로 가장 마지막 카테고리인 '추억의 물건'으로 분류하여 맨 뒤에 정리하지요. 감정적 애착이 큰 물건인 편지를 빼고 나서 남은 종이는 대부분 감정적 애착이 크지 않은 물건입니다. 그래서 서류는 다른 물건보다 상대적으로 정리하기 쉬웠습니다. 다만 감정적 애착은 없는 상태에서 서류의 필요성만 판단하는 과정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던 듯도 합니다. 게다가 서류에는 개인 정보가 포함된 경우가 많으므로 한 장 한 장 꼼꼼히 확인하고 파쇄 작업에도 공을 들여야 했죠. 이때는 마치 방망이 깎는 노인이 된 듯 수련하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간 쌓인 종이가 아무리 많다고 한들 계속해서 정리하다 보면 끝은 반드시 있는 법입니다. 또 방을 가득 채우고 있던 불필요한 종이와 정보가 점차 빠져나가는 과정이 눈앞에 확연히 보일 때, 우리의 마음도 덩달아 개운하고 가벼워집니다. 이것이 바로 정리의 참맛 아닐까요.




서류를 정리할 때도 고개를 든 지적 허영심


  서류에도 계약서, 설명서 등 종류가 여럿이지만 제가 서류를 대거 정리할 때 양적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던 서류는 각종 학습 자료였습니다. 학교와 학원에 다닐 때 수업을 들으며 열심히 필기했던 노트, 수업 시간에 받은 유인물, 제본 교재 등이 있었죠. 열심히 공부했던 자료는 열심히 공부했던 자료라 아무래도 애착이 남았습니다. 또 자료는 이따만치 받았지만 제대로 공부하거나 활용하지 않아서 깨끗하게 남아 있는, 또다시 '언젠가'를 기약하며 고이 저장만 해둔 자료도 있었고요. 그러나 책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자료 역시 자료 속 정보를 내가 습득하여 활용하고 적용하는 데 그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니 미련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묵은 종이 뭉치와 더불어 지적 허영심까지 모조리 비우고 나니 제 방도, 마음도 한결 가뿐해졌습니다.



그때그때 처리하는 습관 들이기


  수년 혹은 수십 년 묵은 서류 정리를 한바탕 마친 후에는 비록 뻔하디 뻔한 얘기지만 그 이후로 생기는 서류를 그때그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요즘은 여러 절차나 자료가 전산화된 경우가 많아 옛날보다는 서류가 쌓이는 일이 드물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단지, 고지서, 안내문 등 여러 종이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손안에 불쑥 들어오곤 합니다. 이제는 영수증 한 장이라도 주머니에 넣었다가는 나중에 그 내용을 확인하고 파쇄해서 버릴 생각에 귀찮음이 몰려옵니다. 그래도 '그때그때' 원칙을 지키면 할 만합니다. 서류 정리는 양이 적어도 여전히 번거롭지만, 이제 전처럼 무더기로 쌓이는 일은 웬만해서 발생하지 않으니까요.




언제나 깨끗하게 준비된 책상이 우리를 맞아준다면


  중요한 업무나 과제, 시험을 앞둔 순간에는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기에 앞서 책상부터 정리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당장은 업무에 돌입할 마음의 준비가 채 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안 그래도 눈앞의 과제 때문에 부담스럽고 심란한데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서류가 즐비해서 마음이 더욱 어수선해지는 바람에 집중하기 어려워서이기도 할 것입니다. 책상은 우리 손이 잘 닿는 높이에 있고, 윗면이 넓고 평평한 물건이므로 무엇이든 일단 올려놓고 보기 좋습니다. 특히 일하거나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온갖 종이가 쌓여 너저분해지기 쉽지요. 하지만 서류 정리를 제대로 한번 해두면, 그리고 이후에 생기는 서류에는 '그때그때 정리' 원칙만 잘 지킨다면 이제 늘 깔끔하게 준비된 책상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줄 것입니다. 인테리어 잡지에 나올 듯 정갈한 책상이 갖춰져 있다면 비록 마음에 부담이 되는 일을 앞두고 있더라도 조금 더 설레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업무를 보거나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깨끗하고 널찍한 책상의 맛을 한번 보고 나면, 전처럼 너저분하고 좁다란 책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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