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품에는 종류가 많습니다. 그것도 정말 많습니다. 여타 품목(의류, 책, 서류, 추억의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 물건은 전부 소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시작하기 전부터 전의를 상실하기 쉽지만 다행히도 세부 카테고리를 참고해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가 제시하는 소품의 세부 카테고리 및 정리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CD·DVD류 - 스킨케어용품 - 메이크업용품 - 액세서리류 - 귀중품류(인감, 통장, 카드) - 기계류(디지털카메라, 코드류 등 전기 관련 물건) - 생활 용구(문구, 재봉도구 등) - 생활용품(약류, 세제, 티슈 등의 소모품) - 주방용품·식료품 - 그 외 용품
**취미 용품은 따로 모아 정리
이제 소품의 여러 세부 카테고리 중 일부 카테고리의 정리 경험을 나눠 보려고 합니다.
1) CD·DVD류
CD·DVD는 여전히 사용하는 물건이지만,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저는 CD·DVD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번 플레이라도 해보려고 노트북 옆면을 기웃거리며 살폈지만, 마침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노트북에는 CD를 넣을 구멍조차 없더군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어차피 플레이할 기기 자체가 없다 보니 미련을 내려놓기는 한결 수월했습니다. 그리하여 옛날에 공부하던 영어 교재에 함께 들어 있던 CD, 예전에 했던 음악 공연을 담은 CD와 DVD, 음악 앨범 등이 떠나갔습니다. 다행히 음악 파일은 대부분 예전에 미리 컴퓨터에 옮겨두었던 터라 크게 아쉽지 않았습니다. 이제 제게는 CD·DVD류에 해당하는 물건이 없습니다.
2) 스킨케어용품
뭐든 쟁이고 아껴둘 줄만 알고 제대로 쓸 줄은 몰랐던 옛날에는 토너, 로션, 자외선 차단제 등 화장품 샘플을 받으면 잘 모셔두고 살았습니다. 물론 아예 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몇 년째 쌓이다 보니 애초에 수량이 많아서 좀처럼 줄지 않았고, 샘플은 용량이 적으니 여행 갈 때 쓰겠다는 명목으로 남겨두고 평소에는 잘 쓰지 않았죠. 하지만 화장품은 우리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니만큼 사용기한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제 갈지 모를 여행이나 언젠가 필요할 순간을 위해 화장품 샘플을 남겨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하여 샘플뿐 아니라 일반 용량의 화장품도 사용기한이 오래 지난 것은 모두 정리했습니다. 오래된 화장품을 아까워하기보다는 더 최근에 산 화장품을 잘 사용해 주고 제 피부를 더 아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 제가 가진 스킨케어용품은 얼굴에 바르는 크림 하나와 선물로 받은 핸드크림이 전부입니다.
3) 메이크업용품
메이크업용품도 참 종류가 다양합니다. 특히 색조 화장품은 '하늘 아래 같은 컬러는 없다'라는 구호에 따라 원하는 색깔을 갖추다 보면 그 수가 불어나기 쉽지요. 하지만 구매 과정에서 아무리 신중하게 골라도 막상 사용해 보면 생각보다 제게 어울리지 않거나 원래 생각한 느낌과 다른 색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메이크업용품은 사용기한도 기한이지만 '어울림'을 기준으로 하여 자주 쓰는 것만 남기고 정리했습니다.
4) 액세서리류
옛날에는 액세서리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반지는 손이 불편해서 끼지 않고, 귀걸이는 귀를 뚫지 않아 끼지 않았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는 목걸이만큼은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한창 옷차림에 관심이 많을 때는 목걸이를 여럿 갖춰두고 그날그날 옷에 어울리는 것으로 다르게 착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옷차림의 기조가 단순함과 깔끔함으로 바뀌니 목걸이도 거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은 목걸이가 둘 남아 있습니다.
한편 한동안 귀찌를 좋아해서 네 쌍 정도를 사서 착용하던 시기도 있었는데요. 장식을 길게 늘어뜨린 비교적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했다 보니 이 역시 단순하고 깔끔한 옷차림에는 어울리지 않는 과한 액세서리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귀걸이가 아닌 귀찌라서 착용하면 어쩔 수 없이 귓불이 눌려서 아팠습니다. 이제 웬만하면 제 몸을 아프거나 불편하게 하는 물건은 사용하지 않기에 귀찌도 전부 놓아주려 했지만, 네 쌍 중 디자인과 색상이 특히 맘에 든 두 쌍을 보면 마음이 약해져서 그 둘은 남겨두었습니다. 현재는 거의 착용하지 않지만 볼 때마다 제 눈을 즐겁게 해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귓불의 아픔을 견딜 만큼 특별한 순간이 오면 착용할 수도 있고요. 나중에 남은 미련도 마저 내려놓을 수 있게 되면 보내주려고 합니다.
소모품은 적당히
우리는 겨울철에 먹을 도토리를 모아둬야 하는 다람쥐가 아닙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언제든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소품 중에서도 세제, 티슈 같은 소모품은 묶음으로 사면 단위 가격이 저렴해져서 경제적이지만, 그렇다고 몇 년이 지나도 다 쓰지 못할 만큼 지나치게 쌓아둘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적당량만 구매하면 집안의 소중한 공간도 지키고 비품도 전혀 부족함 없이 생활할 수 있습니다.
'무심코'를 주의하세요
마리에는 소품을 정리할 때는 무엇보다 '무심코' 갖고 있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설레는 것만 남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작은 물건 하나하나는 마치 티끌처럼 쌓입니다. 화장품 샘플, 업체 홍보용으로 제작해서 나눠주는 볼펜이나 메모지, 어딘가에서 받은 사은품, 나무젓가락, 포장 음식을 먹고 나서 씻어둔 플라스틱 용기 등이 있지요. 유용하게 잘 쓰면 문제가 없지만 단지 크기나 부피가 작아서, 혹은 언젠가는 쓸 수 있는 물건이라는 이유로 '무심코', 그리고 '너무 많이' 저장해 두면 공간을 차지할 뿐 그 쓰임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또 설레지 않는 물건을 먼저 소진하려다가 정작 설레는 물건을 사용하지 않고 묵혀서 못 쓰게 되는, 안타까운 주객전도 사태도 발생할 수 있지요. 소위 '아끼다 똥 되는' 사례입니다. 애초에 물건이 과잉생산되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미 물건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는 우리가 가진 모든 물건을 낭비 없이 끝까지 사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로서 물건을 사용하는 만족감을 극대화하고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는 것과 설레는 물건만 남겨서 가치 있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