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달링하버에서 만난 그 남자

<일주 일기>이면서 <1주 일기>이기도 합니다.

by 지수



13.

시드니 달링하버에서 만난 그 남자







혼자 여행 3일 차가 되니 '아, 저녁은 누구랑 같이 먹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슬금슬금 튀어나온다. 식비가 비싼 것도 있겠지만 여행 와서 입을 떼는 것이 음식 주문할 때뿐인 것 같다. 이젠 좀 말하고 싶다. 그런데 영어 말고 한국어로.



동행 구하기는 실패했지만 <달링하버에서의 불꽃놀이> 정보를 입수했다. 달링하버로 가는 길에 만난 건강용품점. 호주에서 영양제를 많이 사간다던데 나도 구경이나 좀 해볼까? 했는데 선글라스가 눈에 띈다. 호주여행 필수품이 있다면 그것은 선글라스와 선크림일 테다.



80% 할인을 하고 있는 선글라스. 이 확률은 물품의 할인율이자 내가 구매할 확률이라고 누군가가 그러더니 정말 그렇다. 여행을 시작할 때 분명 비움의 삶을 살겠노라 했는데- 구매 전 세 번 고민하겠다고 한 약속은 거짓부렁이 되었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딱 질색이지만 이러다간 실명할 것 같아.

그렇게 구매한 갈색 테두리, 푸른빛 렌즈를 지닌 선글라스.







만족스러운 구매를 하고 달링하버로 가는 길. 이곳저곳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지나가며 홀로 유유히 걷던 도중 뒤에서 누가 말을 건다.



“Hello”



어느 요리 프로그램에서 본 듯한 푸근한 인상의 남자가 말을 건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말. '어디서 왔냐, 혼자 여행 왔냐, 이곳에 친구는 없냐' 등의 질문을 한다. 의심하기 싫은데 왠지 좀 무섭다. 하지만 그의 질문에 물 흐르듯 정보를 술술 불고 있는 내 모습. 어느덧 그는 내가 다음 주에 인도네시아 발리에 간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쓰면서도 어이가 없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건실한 청년이었다. (사실 나이는 모른다. 그래도 40세까지는 청년이지 않을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출신인 그는 시드니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저녁에 예정된 약속까지 시간이 비는데 혼자 걷는 나를 발견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말을 걸었다고 한다.



You must be E(MBTI…)




나에게 시드니 맛집을 알려주는 그




달링 하버의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좋은 자리가 어디냐고 물으니 그 길까지 같이 안내해 준다. 괜찮은 자리를 잡아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그는 불꽃놀이 시작 전까지 시드니에 대한 여행 정보를 알려준다. 덕분에 시드니의 맛집과 여행포인트들을 알게 되었다.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인도네시아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나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했다. 그는 여러 음식점을 추천해 준다.



또 그에게 '족자카르타가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 안전한 나라인지’도 물었다. 그는 너무 섹시하게만 입지 않으면 별일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더니 내 옷을 본다. 이렇게 입고 가라고 한다.



알겠다.








그는 2019년에 한국에 방문했다. 홍대, 이태원, 북촌 한옥마을, 부산 등 꽤나 여행을 많이 한 그는 기본적인 한국어도 꽤 할 줄 알았다. “네”, “이쁘다”, “멋지다” 와 같은-

이태원의 펍에 방문했을 때 배운 한국어들이라고 한다.



그는 나에게 묻는다.


“진짜로 많은 한국 청년들은 싱글로 살아? 결혼을 많이 안 하는 추세야?”


응, 나 싱글이야 얘야. 쩜쩜…



‘내 주변 사람들은 거의 결혼을 했지만 나는 아직 안 했어. 하지만 이전보다 많은 청년들이 각자의 이유로 결혼이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저런 문장을 멋지게 구사할 자신이 없어서 말을 삼켰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그가 신기하다.







6분 간 터지는 불꽃들. 음악도 없이 불꽃만 터진다. 멋있는데 뭔가 웃기다.

그렇게 잠깐의 친구이자 가이드가 되어 준 그와 헤어진다. 수많은 정보를 알려준 그와 감사의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키미노… 나마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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