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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in Oct 22. 2023

가이드guide로서의 교사

낮잠자는 선생님


요즘 tv N의 <아주 사적인 동남아>라는 프로그램이 있음






       


        아주 사적인 동남아연출김상아, 곽지혜출연이선균, 장항준, 김도현, 김남희방송2023, tvN





작년에 최대흥행작중 하나인 <재벌집 막내아들>의 출연진들이 여럿 포진함(여럿이라고 하기엔 두 명임...)



그 중 김남희 배우를 애정하는 편임(김도현 배우도...)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그가 보여준 듬직함 때문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중저음의 보이스가 매력적임



그런데 그런 그가 현실에서는 나름 '막내'임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서로 한명씩 돌아가면서 가이드가 되어 그날의 여행을 도맡아 준비하는 것 같았음(사실 이 프로그램은 딱 한 번 봤기에 포멧의 특징조차 모름)



내가 본 회차에는 김남희 배우가 그 날의 야시장투어를 맡았던 것으로 보임



형들은 맥주를 마시며(이선균 배우) 아주 느긋하게 야간일정을 기대하고 있지만 김남희는 혼자 빨빨거리며 형들의 의견을 묻고 일정을 조율함



......



결국 그는 침대에 대자로 뻗음



결국에는 코까지 골며 잠에 빠짐








© dannyg, 출처 Unsplash






나도 남자 넷이서 가는 여행의 일정을 대충 짜본 적이 있고 일정부분 가이드를 맡아서 리드했던 적이 있음



공교롭게 그게 코로나 전 나의 마지막 해외여행이 되어버렸음



당시 사진을 첨부함(가출한 정신과 함께 초점도 나갔음)








2020년 2월 싱가포르에서 이 일행은 본 분들은...복 받으실 겁니다^^;






원래 계획은 네 명이 모두 같은 옷을 입기로 하였지만, 사진을 찍은 친구는 입지 않음(결국 나는 이 셋 중에 한 명이라는 말임!)



각설하고, 가이드guide는 쉽지 않음



아니, 가이드는 매우 어려움



첫째, 일단 어떤 것을 남들보다 잘 알아야 함



여행가서 가이드랍시고, 검색만해도 나오는 것들을 읊는다면 요즘엔 먹고 살기 힘듦



<카지노>에서 더이상 카지노 업(?)을 못하게 된 어떤 이가 가이드로 전업을 했는데, 사람들은 모두 딴 데를 보고 있음 








<카지노> 중 우사장






날씨가 더웠던 탔도 있지만 설명이 노잼이기 때문



설명이 노잼인 것은 그 안에 '스토리텔링'이 없기 때문임



가이드는 정보를 잘 아는 것을 넘어서, 그 정보를 조직하여 잘 전달하는 능력이 필수적임



사람은 정보를 이야기로 접할 때 그것에 더 흥미를 갖고 주목하는 경향이 있음



성경이 등장인물 없이, 정보만 나열했다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을까(실제로 성경에 그런 부분이 있음. 누구의 아들은 누구고, 누구는 몇살까지 살았고...그 부분에서 많이 성경읽기를 포기한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님)





둘째, 가이드는 잘 아는 것을 넘어서, 모든 것을 잘 조율해야함



여행객들은 주로 한 두 명이 아님



나와 내 친구들을 보더라도, <아주 사적인 동남아>를 보더라도, 가이드가 붙는 여행은 최소 두 명이상임



부부라고 할지라도, 둘의 의견은 상이할 확률이 높음(사실 부부들이, 생면부지의 남들보다 의견이 더 상이한 경우도 있음)



누구는 해넘이를 보고싶은데, 또 누구는 맛집에 가고 싶고, 또 누구는 버스를 타고 싶은데, 누구는 경치를 보며 걷고 싶어 하는 것이 관광온 사람들의 심리임



자신이 사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뽕을 뽑으려는 마음도 한몫함



아무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니즈와 원트를 모두 충족시키려면 엄청난 협상과 조율 스킬이 필요함




셋째,  가이드는 활동량이 많음



한마디로 하루 만보는 기본이라는 뜻임



패키지 여행을 가보신 이웃들을 알 것임



우리가 쉬고있는 와중에도 가이드는 자꾸 어디를 들락날락함



개인적인 일일수도 있고, 관광 및 여행에 관련된 일일수도 있고, 활동의 목적을 떠나 체력소모가 엄청남



관광객 수가 많아질수록 체력소모는 기하급수로 느는데, 이건 어디서나 있는 '빌런'이 있기 때문



아내와 중국으로 패키지 여행을 간 적이 있음



여름에 중국은 우리나라 못지 않게 더움(참고로 칭따오 맥주의 고향, 청도였음)



첫 관광지에 도착해서 관광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후회했음



엄청난 인파는 애교였고, 엄청난 습기가 엄습했음








© golfarisa, 출처 Unsplash







대충보고 버스에 타서 기다리던 식사를 하러가려는데 한 가족이 오지 않음



10분, 20분이 지나자 사람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함



결국 가이드가 내려서 돌아다니다 20분만에 데리고 들어옴



이런 빌런들이 적어도 한 명 혹은 한 팀은 있고, 여기에 더해 여행은 언제나 변수싸움임



해당 관광지를 수백번 다녀 본 가이드라 할지라고 갑자기 생긴 변수를 컨트롤하는 방법은 결국 발로 뛰는 것임








© bhurnal, 출처 Unsplash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가이드란 직업이 교사와 꼭 닮아 있음을 발견함



초등교사를 기준으로 살펴봄



첫째, 교사는 학생보다 교과지식에 대해 능통해야함



아무리 ChatGPT가 등장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교사는 교실에서 유일한 지식 권위자임



그것이 무너지면 사실 학급운영이 어려워짐



둘째, 교사의 학급경영 업무 중 사실 대부분이 이 조율에 관한 것임



학생들의 상호작용의 양은 학생의 숫자의 제곱에 비례함



즉, 학생 한 명이 많아지면 엄청난 양의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것임



교사는 그 수많은 상호작용에서 발생한 갈등들을 중재해야함



교사의 인지적/감정적 캐파는 기본적으로 ‘1/N’됨



개별화 교육/학생중심교육을 위해선 학급당,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무조건 적어야하는 이유임



왜 교육의 질이 교사당 학생수 혹은 학급당 학생수로 판가름나는지 알 수 있음



(교육부는 자꾸 학급을 담당하지도 않는 교장/교감, 보건, 영양, 특수교사를 통계에 넣어서 대중들에게 교사를 덜 뽑아도 되는 것처럼 호도함)



(또, AI를 교실에 도입하여 교사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보조할 수 있다고 보도함. 가장 질 높은 교육은 ‘인간 대 인간’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임을 생각할 때 이 역시도 경제논리로 교육을 바라보는 것에 불과함)








'상이할 수 있음'이라는 말은 실제로 상이한 곳이 많다는 뜻임



현재 학생수의 양극화가 진행 중임



학군지라고 불리는 학교는 교사당 학생수가 40명에 가까운 곳도 있지만, 농어촌의 초등학교는 폐교하는 곳이 많음



사실 농어촌이 문제가 아님



이미 서울에서도 폐교한 초등학교가 나옴






            


        '아이 줄어 폐교'…서울 한복판 초등학교도 문 닫는다뉴스내용[앵커]학생 수가 줄면서 폐교 절차에 들어간 학교… 시골 어느 분교의 얘기가 아닙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학교들의 얘기인데요.저출산으로 아이들이 부족해 문을 닫는 어린이집과 학교, 그 현장을 정인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기자]서울 광진구의 화양초등학교에 졸업생들이 찾아왔습니다.[박진솔/서울 화양초 졸업생 :...출처JTBC





당연히 전체 학생수는 줄고, 이를 평균내니까 학급당 인원수와 교사1인당 학생수가 저렇게 나오는 것임



정말 평균의 역설임



‘평균의 허점과 그 폐해’에 관련해서는 이 책의 리뷰를 진행할 때 다룰 예정임






       


        평균의 종말저자토드 로즈출판21세기북스발매2021.06.14.





다시 교사로 돌아와서, 조율이 학급경영에서 교사일이라면, 협상은 행정업무에서의 교사의 일임



학교에는 ~부장, ~부장하는 식의 직책이 있음



학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행정업무는 이런 부장들과 교감이 모두 한다고 보면됨



그런데 그 업무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님



다만, 그 업무에 연관되는 사람이 워낙 많고 다양해서 교사 한 명이 그들과 모두 협상 혹은 설득 혹은 조율해야함



누군가 말했음



21세기 비접촉/비대면이 디폴트값인 모바일 노마드,  MZ세대들에게 사람들과 대면하는 직업은 기피될 것이라고



교사는 대표적인 기피직업이 될 수 있음



아니 벌써되고 있음






            


        교총 "교권추락으로 명퇴 교사 급증…대책 마련해야"뉴스내용교원단체가 교권 추락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들이 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오늘 입장문을 통해 "지난 2월 말 명예퇴직 신청 교원이 6천39명에 달한다"며 "2017년 3천652명, 지난해엔 4천639명 등 명예 퇴직자가 매년 급증하는 추세여서 심각한 교단 공백마저 우려된다"고...출처MBC




            


        학생수 급감에 교대 인기도 시들…신도시는 "학교 더"뉴스내용[앵커]이처럼 학생 수가 크게 줄면서 교사 인기도 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교육대 경쟁률부터 낮아지고 있는데요. 반면, 일부 지역에선 과밀 학급이 문제라 '지역별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이어서 김지성 기자입니다.[기자]올해 대입 정시 모집에서 전국 교대와 초등교육과 13곳 중 10곳이 경쟁률...출처JTBC






하루에도 수십몇의 아이들과 대면하는 것이 교사의 디폴트임



그런데 그 한 명의 아이뒤에 최소 네 명이상의 부모/조부모가 있음



대인관계와 언어적 능력이 극도로 발달한 사람이라도 피곤함을 느낄 수 밖에 없음



그런데, 단순히 저출산으로 학생수가 감소하니 교사수도 감소시키겠다는 논리는 정말 어불성설임



셋째, 활동량으로 따지자면 교사는 거의 하프마라토너임



20KM를 달리면 대략적으로 2만보가 찍힘



학교마다, 교사마다 다르지만, 


많은 이동수업과 체육수업, 그리고 점심시간 지도, 하교지도를 마치고, 학교를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다 퇴근하면 대략적으로 이 정도 걸음수가 나옴



체육수업이 있거나, 현장체험학습이라도 다녀오는 날엔 정말 마라토너가 된 기분임



‘녹초’라는 말의 정의를 매일 퇴근할 때 몸소 느낌



초임시절에 집에 오면 6시도 안됐는데 골아떨어지는 나를 보고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는 혀를 차심



참고로 나도 체력이 나쁜 편은 아님



그런데 체력이 나보다 곱절은 좋은 체육교육 전공인 동생이 학교에 출근 후 돌아오자마자 뻗은 걸 보고 아버지는 깨달으심



내가 게을러서 퇴근하자마자 낮잠이나 자고 있었다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의 결론



가이드는 힘들다.



교사는 가이드다.



교사는 힘들다.








© gift_habeshaw,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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