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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아 레아 Mar 01. 2024

애인에게 받은 장미를 먹으며

시집 - 헤아 레아





<애인에게 받은 장미를 먹으며>




헤아 레아



어둠이 오길래

어제 보고 남겨 놓은 장미가 생각났습니다

화병에 쓰러지듯 몸을 기댄 장미

지금껏 붉은 장미만 주었다며

분홍 장미를 주었습니다

나는 그 장미를 품에 끌어안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 그가 내 곁에 없으니까요



너무 우울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울었습니다

그가 그리운데, 그가 필요한데

그를 느끼고 싶어서 그 장미를 먹었어요

한 잎을 떼어내 입에 넣었죠

이와 이 사이에서 짓눌려 조각나는 장미

쓰고 떫은맛이 내 혀에 닿았죠

손바닥을 세게 쥐었어요



장미를 씹는 기분을 아시나요

당신은 어쩌다 알게 됐나요

무슨 슬픔을 겪고야 말았나요

어떤 괴로움을 견뎌야 했나요



내 발 등을 덮을 만큼 눈이 내리던 날

그 위를 걸었던 기억이 떠오르듯이

나는 다시 장미를 천천히 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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