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 헤아 레아
<애인에게 받은 장미를 먹으며>
헤아 레아
어둠이 오길래
어제 보고 남겨 놓은 장미가 생각났습니다
화병에 쓰러지듯 몸을 기댄 장미
지금껏 붉은 장미만 주었다며
분홍 장미를 주었습니다
나는 그 장미를 품에 끌어안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 그가 내 곁에 없으니까요
너무 우울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울었습니다
그가 그리운데, 그가 필요한데
그를 느끼고 싶어서 그 장미를 먹었어요
한 잎을 떼어내 입에 넣었죠
이와 이 사이에서 짓눌려 조각나는 장미
쓰고 떫은맛이 내 혀에 닿았죠
손바닥을 세게 쥐었어요
장미를 씹는 기분을 아시나요
당신은 어쩌다 알게 됐나요
무슨 슬픔을 겪고야 말았나요
어떤 괴로움을 견뎌야 했나요
내 발 등을 덮을 만큼 눈이 내리던 날
그 위를 걸었던 기억이 떠오르듯이
나는 다시 장미를 천천히 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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