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 헤아 레아
헤아 레아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슬픔과 가까워지는 것이다
어느 날
‘하나’는 내게 성병에 걸렸다 말했다
‘둘’은 며칠 전 자살 시도 한 얘기를 했으며
‘셋’은 아버지를 향한 증오에 대해 들려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는 내게 마약에 대한 갈망을 말했고
‘둘’은 삶의 무의미함을 털어놓았으며
‘셋’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들려주었다
나는 그들에게 같은 부탁을 했다
살라고, 그냥 살라고, 우리 그냥 살자고
언제나 삶이 평소 같을 수 없더라
그 평소가 평범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이 무책임한 세상아
이 보이지 않는 신이시어
이 적나라한 운명이여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누군가를 탓해서라도 살라고
누군가를 미워해서라도 살라고
엄마의 자궁에서
온 힘을 다 해 하나, 둘, 셋
세상에 나온 것처럼
온 힘을 다 해 살아가는 이들에게
살아갈 용기를 함께 외쳐주고 싶다
언젠가는 그 고통 속에서 나오게 될 거라며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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