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간 다니던 회사를 떠난 지 2주 째이다. 첫 주야 어찌어찌 짐 정리도 하고 퇴사기념 가족여행도 하며 보냈지만 다음주 부터는 매일 습관처럼 따르던 루틴에서 벗어나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2주 간 겪어 온 직장 금단증상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므로. 그러면 온전한 나를 만나기 위해 어렵사리 떠날 결심을 한 스스로에게 너무 미안해 지니까.
익숙하고 안전한 생활에 지나치게 오래 길들여져 있었다. 움직이는 자전거 바퀴 위에 발만 얹어 놓아도 별 힘을 들일 필요없이 굴러가며 적당한 수입을 고정적으로 가져올 수 있었던 직장.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그 편안함에 기댄 삶은 나의 능력이나 성장을 조금씩 가로막았고 결국엔 작은 도전에도 두려워하며 움츠러드는 못난 모습을 마주하게 했다. 그리고 숨이 막혔다. 그저 떠나고 싶었다. 보다 나은 나를 만나고 싶었다. 떠나기만 하면 그렇게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예측은 지난 2주 동안 확연히 어긋났다. 그 안에서 숨막혔던 기억들이 희미해졌고 그 안에서 좋았던 일들과 퇴사로 인해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된 혜택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퇴사를 선언하던 순간이 머릿속에서 여러 차례 재생되면서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가진 마음속의 간극에 아찔할 정도였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나는 무엇이 두려운 걸까. 무엇 때문에 나를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결정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후회하는 걸까. 순간순간 결코 행복하지 않아 몸과 마음이 상해가고 있었던 날들이 분명히 존재했는데 왜 그걸 기억하지 않으려 하는 걸까. 어지렵혀진 지금의 내 책상처럼 무질서한 마음과 정신에 피폐해져 내 시간을 알량한 돈과 바꾸는 대신 내 시간의 주인이 되어 당분간 나를 바로 세우고 싶어했던 용기를 가진 나는 어디로 가 버린 걸까.
직장생활의 금단증상을 과감히 끊어내어 과거에서 벗어나고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미래의 불안함을 설레임으로 물들이기 위해 안하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만 했던 브런치 작가분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서 매일 읽고 쓰는 습관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 누구에게 내보이기 꺼려했던 나의 불안하고 못난 모습을 기꺼이 인정하고 드러내는 일, 할까 말까의 기로에 섰을 때 죽이되든 밥이되든 할까에 한 표를 던지고 행해 보는 일. 그 순간순간이 나도 모르게 움츠러 들었던 내 날개를 활짝 펴줄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믿어야만 한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 온 과거의 나에게 넘겨받은 바통을 더 멋지고 당찬 미래의 나에게 전달해 줄 수 있도록 내 몸과 마음과 정신과 마음을 가다듬을 때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옆에서 함께 지켜봐주고 응원해 줄 글벗들이 있어 그 길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라라크루 12기와 함께 오늘부터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