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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안 Dec 13. 2024

믿어도 괜찮아 (2)

나를 사랑하는 방법




의사도 말리지 못했던 나를 정신차리게 했던것은, 모든 시술을 마친 후였다. 첫번째로, 가슴절제 흉터의 시선을 분산시키기고 겨드랑이 부분의 색소침착을 가리기 위해 했던 '타투'의 결과적 만족감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나오는 만족감이었다. 타투를 해서 가려지기는 커녕, 나의 몸은 오히려 타투의 형태가 이상하지 않나? 라는 또다른 의심이 시작되었다. 팔꿈치 안쪽부분으로 길게 이어지던 날개형태의 타투는 뒤에서 보면 겨드랑이 털처럼 보이는것 같아서 머리가 아팠다. 그 부분을 더 길게 확장시켜서 큰 타투를 하자니, 여름에 반팔제복을 입을때 보일 것 같았고, 작게 하자니 형태가 너무 애매했다. 색상도 화이트톤으로 날개를 뒤덮어 더 쨍한 색상을 만들고 싶었지만, 전혀 화이트톤의 발색이 나오지 않았다. 약간의 누리끼리함? 정도의 발색만 나올 뿐이었다. 타투는 나에게 어떤것을 완전히 커버하거나 드라마틱한 효과의 아름다움을 주지 못했다.


  두번째로 턱선 지방흡입 시술과 복부 지방흡입수술을 한 후였다. 3월과 4월. 불과 1개월의 텀을 두고 전신마취를 두번이나 하며 수술을 감행했다. 수술의 이유는 물론 '중성적이고 아름다운 선'을 만들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나의 원가족과 닮은 부분을 내 몸 안에서 없애고 싶었다. 유전적으로 가족들이 얼굴과 하복부 부분에 살집이 있는 편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볼 때마다 나의 원가족으로부터 학대받은 기억이 생각나서 끔찍하게 싫었다. 나의 몸을 도려내는것과 동시에 원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함께 도려내고 싶었다. 그러나 지방흡입수술은 '지방유착'이라는 부작용이 생겨났고, 오른쪽 턱 아랫부분에는 목주름처럼 보이는 형태의 지방유착이 생겼다. 하복부에는 오랜 수술시간으로 인한 두꺼운 두개의 바늘자국과, 가로로 길게 주름진 모양의 흉터가 남게 되었다. 지방흡입시술 역시도 그 자체로는 완벽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줄 수 없었다.


타투를 비롯해 무려 세번의 시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형태적 아름다움은 완전해 지기는 커녕, 신경쓰이는 부분들만 더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하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어떠한 의학적 시술을 받는것을 그만두게 되었다. 코도 더 세우고 싶었고, 얼굴 윤곽수술도 더 하고 싶었지만, 그것을 다 해낸다고 한들 완벽한 형태의 아름다움이란 나의 몸에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완벽한 몸이나 아름다움의 형태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어떤 결정을 했다'는 사실. 그 사실 자체에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모든 과정들은 온전히 나를 사랑하기 위해 감행했던 '의지'와,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갈 '용기'로 충만했던 순간들이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 가감없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아낌없이 고통을 감내했다는 사실. 그 모든 과정들이 나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임을 알기에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프라이드' 그 자체였다.



 "세상에 완벽한 글은 없고, 단지 마감을 마친 글이 있을 뿐."이라는 한 작가의 말이 생각났다. 초고를 계속 고치고 가꾸어나가는 과정처럼, 나의 몸도 정답을 찾는것이 아닌, 스스로를 사랑하는 노력 그 자체가 가장 큰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이만하면 됐다' 라는 느낌이 나의 정답이 될 뿐이다. 모든 예술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예술을 하든 스스로의 작품에 대해 수치심을 아니 느낄 수 없고, 개망신을 딛고 또 딛고 일어나서 조금더 만족스러운 형태를 만들어 가는 것 뿐이라고. 뚝딱킹의 춤도 마찬가지다. 뭔가 '대단히 잘해서' 라기보다는, 개망신과 모멸감을 매번 느끼면서도 스스로를 마주하고 끝까지 해내보이는 힘이 내면에 느껴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 그 자체에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과정 그 자체가, 사랑이더라.



 존경하는 한 댄스강사님이 말해주었다. "춤은 틀리고 맞고를 떠나, 내가 내 몸으로 표현하는 모든 과정이 소중한 거야. 뚝딱거리는 게 뭐 어때서? 거기서 내가 뭘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는지가 진짜 중요한 거지. 내 춤은 나만의 이야기니까. 힘을 내. 너의 춤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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