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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ll We Dance?

우리 같이 춤추러 갈까요?

by 백안



<프롤로그>



"여러분들도 스스로의 신체를 긍정하지 못한 적이 있었나요? “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얼굴에 작은 트러블 하나만 생겨도 스트레스를 받고, 평소보다 살이 조금 찌거나 빠져도 자신감을 잃기 마련일 거예요. 몸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조차도 머리를 자른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사람은 외모에 아주 작은 변화만 생겨도 큰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해집니다.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외모 또한 그만큼 권력이 되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이상적인 기준도 수천 년 전부터 계속 존재해 왔지요. 고대 선사시대부터 장식품이나 얼굴에 그리는 문양들은 힘과 권력과 아름다움의 상징이 되기도 했지요. 각자의 문화적 배경이 다르지만 그 본질적인 의미는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로부터 왔을 것입니다. 외모를 평가하는 용어들도 정말 많습니다. 단순히 칭찬의 표현뿐만 아니라, 그 언어들 중에서는, 비하적 의미로 쓰이거나 과하게 대상화되는 언어들도 정말 많습니다.


'대두, 옷걸이, 어좁이, 호빗, (화장한 남성에게) 게이 같다, 숏다리, 남자 같은 여자, 멸치남, 절벽녀, 베이글남/베이글녀, 루저남, 꿀벅지, 초콜릿 복근..' 등이 대표적이지요. 이런 외모 평가적인 단어들은 때로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만큼 외모에 집착하고, 외모에 열광하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이 초정상적인 미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은 자기 모습을 긍정하기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긍정하기 위해서 과도한 미적 기준에 맞추려 몸을 깎고 뼈를 깎아내는 고통을 견뎌내며 몸을 혹사시키기도 합니다.


잠깐 성형학 논문을 언급하겠습니다. 1960년대 의사 유재덕은 한국사회에서 미용술에 불과하다고 여겨졌던 성형수술을 '전문의료과목'으로 제도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는 1963년 <대한산부인과> 학회지의 한 논문에서, 성형외과는 오래된 의학 분야이며 불구가 된 신체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재건 성형을 주요한 본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름다워지고 싶어서 성형수술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언급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정신건강에 위해를 줄 만큼 미를 찾는 나머지, 의사를 찾아가 미용수술을 받게 되고, 그 결과가 욕구를 충족시켰을 때 비로소 의사는 한 환자를 정신적으로 구출해 내게 된다." 1960년대 당시에는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 자체를 병리적으로 해석한 것이죠.


그러나 이후에 시대가 변화하면서, 성형은 더 이상 병리적인 것이 아닌, 자아존중감을 높여주는 하나의 수단처럼 인식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은, 인간 본연의 욕구이자 병리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죠. 이제 성형수술은 인간이 쌓고자 하는 여러 가지 'spec'을 쌓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물론 저 역시도 성형수술을 여러 번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형수술만으로는 제 외모에 대해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신체 불편증(바디 디스포리아)을 앓고 있는 30대 여성입니다. 이 질병은 몸에 대해 갖는 콤플렉스 같은 것인데, 그 정도가 심하면 생사를 매일 각오하고 살아야 할 만큼, 그 고통 또한 심한 병이기도 합니다. 또 '완벽'에 대한 강박적인 신경증도 같이 가지고 있어서, 제 외모를 구석구석 만족스럽지 않게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한 원인으로 수없이 많은 성형수술을 받았습니다.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껴질 때마다 몸에 날카로운 칼을 대어 왔었죠. 가슴부터 시작해서, 얼굴.. 코.. 턱.. 복부까지.. 그러나 반복된 성형수술과 각종 시술들로는 결코 저의 신체불편증을 극복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주 운 좋게도 나의 신체불편증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춤'을 통해서이지요.


"Shall We Dance?"라는 저의 첫 에세이는, 춤을 통해 내 몸과 표현에 대해 스스로를 긍정해 온 일기이자 해방일지입니다. 이 글은 단순히 몸에 대한 불편증을 이겨내 온 이야기뿐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서, 가정, 사회, 종교로부터 온 각종 비애감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또 이글의 가장 마지막에는, '춤추는 대한민국 만들기'라는 섹션을 통해, 진정으로 추고 싶은 춤이 무엇인지 찾게 된 이야기까지도 담아보았습니다. 이 글이 몸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분들과, 사회적 혐오와 차별의 타깃이 되는 모든 분들에게, 당신이라는 '아름다운 조각'을 내면에서부터 꺼내줄 용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작가 백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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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ang_film






그럼, 우리같이 춤추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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