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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안 Nov 08. 2024

처음으로 나의 손을 긍정하다. ‘왁킹’을 배우다!!!

첫 스트릿댄스 체험기. '왁킹'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2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은 당연히 마네퀸 ‘쎄라’ 님의 왁킹 배틀이 아닐수 없지! 하이힐 신고 한쪽 다리 턴아웃해서 리듬에 맞춰 ‘딴! 딴! 딴! 딴!’ 올라가는 스킬이라니… 진짜 대박이지! 무엇보다도 댄서에게서 풍겨지는 카리스마랑 자신감 넘치는 에너지가 완전 짱이었어.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압도적인 그 분위기! 어렵겠지만 너무 멋진 왁킹에 어디한번 도전 해 보고싶다는 열정이 마구마구 솟구쳤었어. 마침 쎄라님의 춤 초보자를 위한 ‘뚝딱이반’ 이라는 왁킹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어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수업을 예약했어.









어디한번 스타일링(두.근)     


춤 배우러 가기 전에 제일 고민한 건, 옷장에 운동복이랑 정장밖에 없다는 거였어. '도대체 뭐 입고 가야 하지?' 하면서 한참을 고민했지. 운동은 '장비빨'이라고 하잖아? 그래서 옷이라도 멋지게 입으면 몸도 자동으로 폼 나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감성적인 옷을 입고 가기로 결심했어. 그때가 2월이라 꽤 쌀쌀했었고. 그래서 나는 비니에, 털 스웨터에, 무거운 목걸이까지 주렁주렁 달고 '춤은 기세야!' 이런 비장한 마음으로 학원에 갔지. 근데 학원에 도착하니까, 나처럼 털옷에 목걸이까지 잔뜩 달고 온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고. 그 이유는 시작한 지 10분 만에 딱 알게 됐어. 처음 해보는 동작을 몸에 익히려면 계속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70분 동안 반복하니까 땀이 쏟아지더라고! 10분마다 털옷 벗고, 비니 벗고, 주렁주렁한 악세사리까지 다 벗으면서 '이럴 거면 왜 옷 샀지?' 하는 허무함이 밀려왔어. 그날 이후로는 춤 배우러 갈 때, 최대한 가볍고 시원한 옷을 입고 가야겠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지. 춤이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을때 가장 멋져보이는 '기세전'인 것은 맞지만, 옷에 기세가 들어간것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더라고. 근데 그런건 있었어. 내 모습이 예뻐보이고 멋져 보일수록 스스로 자신감이 생기니까 기분이 좋아지는건 있더라구. 내가 느끼는 기분과 감정이 그대로 춤으로 표현이 되기 때문에 내가 만족스러워 보이는 나의 모습인 채로 춤추는게 너무 즐겁다고 생각해. 꼭 거울속 나와의 데이트 시간 같은 기분이 들어.     



처음으로 셀프네일아트를 하다!





                           

왁킹?     


‘왁킹’은 1970년대 디스코 열풍 때 로스앤젤레스의 게이 클럽에서 만들어진 춤이야. 왁킹 스타일은 주로 70년대 디스코 음악에 딱 맞는 춤인데, 팔을 회전시키는 동작과 멋진 포즈, 그리고 풍부한 표현력이 특징이지. 팔과 몸을 길게 쓰면서 손가락을 쭉 펴고, 몸의 곡선들을 이용해 아름답게 표현하는 춤이야. 다른 춤들이랑 비교하면, 이렇게 팔과 몸을 예쁘게 움직이는데 집중하는 점이 왁킹만의 매력이지!     

첫 춤 수업은 어려웠지만, 진짜 너무 재밌었어! 강사님이 너무 멋지고 유쾌하셔서 분위기가 완전 좋았고, 처음으로 큰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었는데 그게 너무 신났어. 동작은 10개 중에 겨우 6~7개 정도만 따라 할 수 있었지만, 그 음악에 맞춰서 몸을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나고 즐거운 경험이었어.

강사님은 내가 춤을 처음 배우는 걸 딱 아신 것 같았어. 뚝딱이인 나한테도 '말'로도, '눈빛'으로도 열심히 피드백을 주셨고, 덕분에 내가 조금씩 나아지는 기분이었어. 왁킹을 배우면 몸의 중심이 단단해지고, 몸을 곧게 펴게 된다는 걸 느꼈는데, 단순한 동작인 것 같아도 선생님의 내공이 엄청나게 느껴졌어. 그게 너무 멋졌어! 



https://youtube.com/shorts/gWleyw-Cxig?si=P-QSDJfNGrjPOXFR

지금은 천이백만쎄라가 되어버린 CERA 님의 왁킹댄스! (출처: 유튜브)


첫수업 어땠냐고?


첫 춤 배우러 간 소감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창피함을 이겨내는 과정' 그 자체였어. 춤을 배우러 가면 엄청 큰 전면 거울이 있는데, 내 모습을 계속 마주하면서 춤을 춰야 하잖아. 내가 내 모습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시간이 진짜 괴로워. 신체에 대한 불만이 많아서 거울 속 내 모습이 싫고 부끄럽기도 한데, 동작까지 잘 못 따라 하면 더 창피해지더라구. 특히 예쁘게 표현하는 동작을 할 때는 못나 보이는 신체 부위가 자꾸 눈에 띄고, 그게 너무 부끄러워. 왁킹은 손동작을 많이 쓰는데, 내 손이 거칠고 투박한 게 너무 신경 쓰였어. 취미가 바벨 운동이나 락클라이밍 같은 거친 운동이라 손에 상처도 많고, 그게 또 눈에 띄어서 너무 창피했어.


손에 대한 콤플렉스는 어릴 때 들었던 외모 평가에서 시작된것 같아. 중학교 때 "너 손이 진짜 남자 손 같아"라는 말을 듣고, 그 말이 너무 아파서 큰 상처를 받았었거든. 그떄부터 내 손이 싫어졌어. 또래에 비해 손가락도 두껍고, 까만 피부에 굳은살도 많았거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예쁘다고 생각하는 가늘고 긴 손이랑은 너무 멀었지. 그래서 친구들이 하는 우정 반지도, 나만 사이즈가 없어서 못 샀던 적도 있었어.

사진 찍을 때도 손은 항상 뒤로 감추거나 주머니에 넣고 찍었어. 손은 그냥 도구로만 생각하고, 그 이상은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근데 왁킹 배우면서 손으로 왕관 만드는 포즈가 안 되더라고. 그래서 강사님한테 "손을 왕관처럼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요?"라고 물어본 적도 있어.


그랬더니   '마디마디에 힘을 쫙쫙 주는 것'이 포인트라고 조언해 주시더라구.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어. 힘줘서 뻗어대는걸 부끄러워 하는 나 자신이 있다는걸 그때는 몰랐던 거지. 계속 연습하고 또 연습했어. 내가 왜 손가락을 못 뻗을까? 그랬더니, '나의 손을 스스로 부끄러워 하는 자신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더라구. 두 번째 왁킹 수업을 들으러 갔을 때는, 거울 속 내 손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스타일링을 해봤어. 그리고 데싱디바 손톱까지 붙이고 갔지! 나를 사랑하려는 노력이었는지, 두 번째 수업에서는 첫 번째보다 훨씬 동작에 자신감이 생겼고, 거울 속 내 모습이 못나 보이지 않는 것 같더라고. 사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어. 그냥 핸드크림을 꾸준히 바르고, 손등에도 썬크림을 발랐고, 데싱디바 손톱을 세 번째 손가락까지 나만의 색으로 붙였을 뿐인데… 첫날과는 완전 다른, 새로운 자신감을 얻고 나니까 내가 쭉쭉 뻗어가는 느낌이었어!


  내가 내 손을 가꾸고 사랑하려는 노력을 하니까 이제는 네일아트나 손톱을 붙이는 것 없이도 내 손이 너무 사랑스럽고, 그 자체로 꽃이고 왕관같다고 느껴져. 내가 나를 사랑하려는 노력보다 아름다운건 세상에 없는 것 같아. 특히 처음해보는 분야일수록 결과적인 만족감이 엄청 커져. 살면서 단 한번도 그런 방식으로 스스로를 사랑해주는 방법을 몰랐으니까. 지금도 여전히 굳은살과 까만피부의 손이지만, 내 손에는 자신감이 생겼어.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자신감이 나를 무엇보다도 빛나게 만들어줘. 나를 사랑하는 힘 하나로, 오랜세월 이어왔던 콤플렉스까지 극복해 준 춤. 나는 춤을 정말 사랑하게 된 것 같아.   



  춤 처음 배우러 가면 춤을 못 출까봐 걱정 많이 되지? 근데 그 걱정은 전혀 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 그냥 앞에 나와서 춤추는 게 아니야. 먼저 동작들을 배우고, 그다음에 음악에 맞춰서 계속 몸에 익을 때까지 연습하고, 또 하고, 또! 그렇게 반복하는 시간이 필요해. 그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처음엔 할 수 있는 동작만 따라하면 돼. 뚝딱이 수업은 선생님마다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포즈 중심으로 배워. 음악만 빼면, 태권도장 처음 갔을 때 '태극 1장' 배우는 기분이랑 비슷해. 국민체조도 몸치라고 해서 못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잖아? 초급반은 그 정도로 따라하기 쉬운 편이야. 계속 동작을 배우고 몸에 익힌 후, 음악에 맞춰서 여러 번 반복해. 음악도 처음엔 느린 배속으로 시작해서 원래 속도까지 여러 번 반복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선생님들은 다들 프로고 동작도 완전 달인이라, 수강생들이랑 호흡하면서 '프로 뚝딱이' 수준으로 춤을 잘 가르쳐줘서, 재미있게 수업을 들을 수 있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 해보자! 다이어트 효과도 있고, 재미도 있고! 수업 끝나면 벌써 다음 주 춤 수업이 기다려질 거야!



아름다움이란?     


‘춤’은 입체적인 예술이야. 그래서 무한한 시간 동안 여러 면에서 나를 마주해야 해서 가끔 괴로울 수 있지만, 그런 어려움을 이겨냈을 때 얻는 만족감이 결국 '가장 큰 예술'이라고 생각해. 거울 속 내 모습을 보고 창피함을 극복하는 게 그 시작이야. 그다음엔 내가 시선을 두는 곳에서 느껴지는 콤플렉스들을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꾸고 사랑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돼.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야 나를 계속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거든. 또 춤을 못 춰도 끝까지 해보고, 최대한 촬영하고 그 영상을 다시 보는 게 중요한 이유는 '자기 자신과 마주할 용기를 갖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못하는 내 모습을 비웃는 그 즐거움은, 세상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유함과 재미' 그 자체였어.

춤은 늘 어른처럼 힘주고 살아가려는 나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어 주었어. 

그리고 무엇이든 처음 해보는일에 대해선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나를 비웃을 줄 아는 태도에서 다시 도전할 용기와 여유가 생기더라구.

"춤 수업이 끝나기 전, 내 마음은 온통 다음 주 춤 수업에 갈 생각에 두근거렸어!"




'왁킹' 첫 수업을 들었던 날.  /  *출처-OFD Studio 유튜브



'왁킹' 두번째 수업을 들었던 날.  / *출처-OFD Studio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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