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두렵게만 느껴지는 유학생들을 위한 글
프롤로그에서 나는 이런 표현을 썼다.
달기만 한 어학연수와 단짠단짠 유학.
도대체 무엇이
달기만 했던 내 캐나다 라이프에
짠맛을 추가했을까?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던 어학연수와 달리, 유학은 밴쿠버로 가는 편도행 티켓부터 끊고 시작했다. 캐나다 정부의 승인을 받은 공립학교에 진학하면 졸업 후에 일을 할 수 있는 취업비자가 나오기 때문에, 2년의 학업을 끝내고도 3년을 더 일하며 머물 수 있는 상황.
학비만 내고 즐겁게 어학원만 다니면 됐던 지난날과 달리, 이제는 캐나다라는 나라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 준비도 함께 해야 하는 ‘예비 외국인 노동자’가 된 것이다.
학교를 입학하고 첫 1년 동안은 이 같은 사실 -졸업 후 이 나라의 예비 외노자가 된다는 사실-이 그리 실감 나지 않았다. (지난 5화인 ‘스물여덟 유학생의 1학년 회고-희망 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학을 앞두고 정해놓은 목표들을 향해 달려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빴기 때문일까, 첫 1년 동안은 취업준비에 대한 두려움이 내 삶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첫 1년의 주요 목표들을 모두 이루고 나니, 이제는 새로운 목표 설정이 필요했다. 동시에, 예정된 졸업을 위해서는 2학년 학업을 병행하며 ‘Co-op’ 이라 불리는 일정 시간의 실습을 끝내야 했다. 여기서 실습이란 교내 실습이 아니라 실제 근무 경험을 의미한다. 즉, 한낱 유학생 감자에 불과한 내가, 학교를 마치기도 전에, 한국도 아닌 캐나다 밴쿠버에서, 돈을 받고 그만한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의 나는 그 흔한 ‘취업 스트레스’라는 것을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나는 왜 이 나이가 될 때까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걸까?’ 류의 스트레스를 받아 본 적은 있어도, ‘졸업하고 취업이 안되면 어떡하지?’ 와 같은 걱정은 해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대체 이때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걸까, 당시 내 이력은 아래와 같다.
대학 재학 중 영어학원 파트타임 강사로 근무 경험 있음
수도권 4년제 영어영문학과 보통의 성적으로 졸업
지역자치 주최 초등학생 영어캠프 조교로 활동
(졸업 후) 캐나다 어학연수 및 테솔 수업 수료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마치 커리어를 처음부터 영어강사로 정해놓고 시작한 사람 같지만 그렇지 않다.
스티븐잡스의 Connecting the Dots가 괜히 유명한 게 아니야.
불행은 한 사람의 능력과 기대의 불일치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해서, 위에 적은 나의 이력으로 Samsun*, KaKa*, Googl* 과 같은, 소위 말하는 대기업 취업을 간절히 원할 때, 나는 불행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내 이력을 낮추려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 내용을 위한 비유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한국에서의 나는 늘 행복했다. 대기업은 아닐지라도, 내가 그동안 쌓아놓은 이력을 필요로 할 곳을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다녔다. 내 능력과 기대가 일치한 덕분일까, 서류를 넣으면 늘 면접으로 이어졌고 면접 결과는 매번 합격이었다.
> 이렇게 내게 취업이란,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그렇다면 캐나다에서는 어땠을까?
당시 스물여덟 1학년 유학생의 이력을 살펴보자.
캐나다 학력은 있으나 캐나다 경력은 없음
매 학기 성적 우수자 리스트에 올랐으나 캐나다 경력은 없음
교내 클럽 활동 이력은 있으나 그 외 캐나다 경력은 없음
절망적이다.
무엇보다 현지 경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환경에서, 마땅히 적을 수 있는 경력이 없었다.
영어는 또 어떤가. 한국에서는 영어를 이만큼만 해도 나라는 지원자에게 후한 가산점이 붙겠지만, 영어가 모국어인 캐나다에서 가산점은 커녕 감점이 되진 않을까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졸업하고 여기서 취업 안 되는거 아냐?’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내게 불리하고, 불공평하며, 불공정하고, 그 어디에도 희망이 없다고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밴쿠버에서 나보다 부정적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 글은 과거의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또는 앞으로 처할 예정인 이 세상의 모든 유학생 분들을 위한 글이다.
유학생 시절 취업을 앞두고 느꼈던 절망감을 날것 그대로 공유했으니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라는 동질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길 바라며, 이제부터는 그 길을 먼저 걸어가 본 사람으로서 해줄 수 있는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처음부터 유학을 다시 시작한다면
성적관리보다 캠퍼스 활동 참가에 더 높은 비중을 둘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이력서에 성적을 별도로 적을 필요가 없고, 최종 면접에서도 학점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성적관리를 아예 손에서 놔버리면 졸업이 힘들어질 수 있으니, 본인만의 적절한 기준을 세우는 것을 추천한다.
Q. 그럼 성적 잘 받아봤자 소용없나요?
A. 학점을 그대로 적지는 않아도,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의 Dean's List와 같은 장학생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 이력서에 별도의 Awards 탭을 만들어 그 이력을 기재할 수 있다.
성적관리에 최선을 다한 것에는 후회가 없지만, 캠퍼스 활동을 좀 더 활발하게 참가하지 못했던 것은 아쉽게 느껴진다. 내가 처음부터 유학을 다시 시작한다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시행되는 각종 클럽 활동, 워크샵, 이벤트를 네트워킹의 장으로 활용하며 적극적으로 인맥 관리에 힘을 쓸 것이다. 이때 준비물은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친화력, 적절한 자기 PR, 그리고 미리 세팅해 놓은 링크드인 계정 정도가 되겠다.
각종 인터뷰 기회에 최대한 나를 노출시킬 것이다.
운이 좋으면, 위에 적은 첫 번째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인터뷰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또는, 우리 학교처럼 취업 서포트 팀이 따로 있는 경우에는 각종 채용 공고가 올라오는 별도의 포털사이트가 존재하기도 한다.
그 페이지를 수시로 드나드는 와중, 조금이라도 내 흥미를 끄는 공고가 있다면?
Just do it 정신으로 일단 도전할 것이다. 엔트리레벨 포지션이던, 파트타임이던, 무급인턴십이던 뭐든.
-이거 한번 도전해 볼 만 한데 파트타임이네, 시간이 짧아서 돈이 안 되겠네. 패스.
-아무리 그래도 내 시간 써가면서 일하는데 돈 받으면서 하는 게 좋지, 무급인턴십 패스.
많은 일들이 그렇듯, 역시나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더 많았다.
그러나 지원한다고 해서 100% 합격이라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합격 여부를 떠나 추후 본 게임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현지 인터뷰 경험이 추가된다는 장점이 있다. 저절로 얻어지는 이야깃거리는 덤이다.
파트타임이나 무급 인턴십으로 시작하더라도, 내가 회사에 보여주는 역량에 따라 추후 풀타임으로 전환 가능성도 존재한다. ‘Just Do It’ 정신으로 똘똘 무장하여 첫 단계부터 차근차근 쌓아가볼 것이다.
그렇다 할 해외경력은 아직 없다 하더라도, 하나 분명한 건 유학생이라면 그 나라의 학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워킹홀리데이나 다른 루트로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내게 없는 것을 걱정하고 불평하는 대신,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을 똑똑하게 이용해보자. 라고 2024년의 버블리가 과거의 버블리에게 말합니다...
Sting - Englishman in New York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세상의 모든 유학생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