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으로 꿈을 찾다, 너무 진부한가요?
2020년의 어느 날, 모두 잠든 조용한 새벽. 거실에서 옅은 불을 하나 켜놓고 혼자 일기를 쓰고 있다.
본격적인 캐나다 유학 준비를 앞두고, 나에게 최종적으로 묻고 답하는 시간.
‘캐나다 유학, 정말 가치 있을까?’
나는 행동이 빠른 편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반짝하고 고개를 들면,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행동을 취하는 데까지의 텀이 신기하리만큼 짧다. 친구들은 ‘저 세상 추진력’ 이라며 이런 나를 신기해했다. 캐나다 어학연수 때도 마찬가지였다. ‘캐나다로 가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나갈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아래의 물음표들은 내 여정에서만큼은 깔끔하게 생략.
*출처: 내게 조언을 구하던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버블리야, 나도 너처럼 캐나다 갈까?
어학연수가 도움이 될까?
몇 년 있는 것도 아닌데 영어가 늘기는 할까?
아, 그냥 한국에서 취업하는 게 나으려나?
단기 어학연수를 앞두고 누구나 할 법한 고민들이다.
그럼 나는 무슨 생각으로 위 물음표들을 건너뛰고,
고민 말고 Go! 모드로 어학연수를 진행시킨 걸까?
어떤 일을 계기로 이와 같은 신념을 갖게 된 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선택보다 중요한 건 선택 후의 행동’ 이라는 것을 20대 초반의 어느 시점에서 알게 되었다. 어떤 선택을 하던 정답은 없으니, 내가 가기로 결정한 길을 옳게 만드는 것이 나의 몫이라는 것. 삶이라는 숲에서 선택이라는 갈림길에 설 때마다 나를 조금 더 용감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신념이기도 하다. 친구들이 신기해하는 나의 ‘저 세상 추진력’은 이러한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거겠지.
그런데, 그런 내가, 유학을 앞두고 고민이란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엄청 진지하게. 다이어리의 페이지 일부를 반으로 갈라 왼편에는 유학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Advantage), 그 옆에는 반대의 내용(Disadvantage)을 적어본다.
4년 전 일기장을 펼쳐 고민의 흔적들을 훑는 도중,
내 눈에 들어온 단어.
Disadvantage
비용 대비 효율
쉽게 말해서 가성비다.
유학의 ‘가성비’가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내가 했었구나.
가성비란,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뜻하는 말로, 사용하거나 투입한 금액과 비교한 성능을 뜻한다. ‘가성비가 좋다’ 라는 것은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다는 뜻이다.
(출처: 나무위키)
위 사전적 정의를 당시 내 상황에 대입해 보면, ‘2년이라는 시간& 4천만원 가량의 학비 대비 이익의 비율’ 정도로 바꿔볼 수 있겠다.
졸업한 지 2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자문해 본다.
과연, 걱정했던 대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학 오길 잘했어
1. 한국 사회에서 정해놓은 기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 중, 이력서에 생년월일을 적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분들이 있을까?
나는 한국에서 이력서에 나이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적는 것에 대해서 어떠한 의문도 품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 캐나다에서는 사진, 나이, 국적, 결혼 여부와 같은 개인 정보를 이력서에 적어낼 필요가 없다.
밴프 페어몬트 인사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방금 열거한 것들은 업무 능력과 관계없는 불필요한 정보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인의 능력은 지원자의 경력 및 학력으로 충분히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
국적이나 결혼 여부와 같은 요소들은 지원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서류뿐만 아니라 면접에서도 일절 묻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 한국에서 살면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는 당연한 게 아닐 수 있겠구나.
왜 이런 것에 의문을 가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까?
2. 재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캐나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의 범위가 넓어졌다.
아래는, 내가 학교를 다니는 학생의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교내 마케팅 동아리 활동
1박 2일 휘슬러 호텔투어 및 워크샵
업계 종사자들과 함께 하는 학교주최 취업 박람회
페어몬트 Festive Season Support 단기 채용
취업과목 및 전담 부서를 통한 학교의 취업서포트
정부산하 관광기관 주최 네트워킹 이벤트 참가
이처럼 학교에서 제공해 준 여러 기회들을 통해, 본인의 일에 만족하며 일하는 업계 종사자들과의 만남까지도 가능했다. 그럴 때마다 내 안에서 피어오르던 동기부여와 자극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자극은 나를 꿈꾸게 했고, 한국이 아닌 환경에서도 도전하게 했으며,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신선한 성취감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세 번째, 그 모든 경험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유학을 마치고, 나는 아래와 같은 길을 지나오고 있다.
2023.4월 | (한국) 아이엘츠 상담직 근무
2023.10월 | 어학연수•유학 인스타그램 운영 시작
2024.6월 | (캐나다) 사립컬리지 마케팅팀 근무
2024.9월 | (캐나다) 현지 유학원 상담직 근무
2024.10월 | 브런치 작가활동 시작
위 리스트에서, 그 어떤 것도 캐나다 유학 경험과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브런치도 캐나다 유학스토리를 담은 원고로 지원해서 합격했다.)
문장 그대로다. 그 모든 경험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스물여덟이라는 나이에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 아이엘츠라는 시험을 준비하며 받았던 압박감, 유학생으로 열심히 살아가면서도 늘 마음 한 구석에 존재했던 취업에 대한 불안함 등. 그 길을 먼저 걸어가 본 사람이라서 나눌 수 있는 ‘스토리’들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순간에 가장 보람을 느끼는지, 어떤 이들을 돕고 싶은지, 누구를 도울 수 있는지 이제는 하나도 빠짐없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다.
모든 게 혼란스럽기만 했던 스무 살을 지나,
마음속 깊이 꿈이란 걸 간직한 서른 살이 된 것이다.
2020년 그날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캐나다 유학, 나에게 정말 가치 있을까?
과거의 내게 보내는 짧은 편지로 답변을 대신해본다.
To. 유학을 고심중인 2020년의 너에게
안녕, 오늘따라 고민이 많아 보이네. 여러 가지 생각이 많겠지만, 너답게 고민 말고 Go! 해봐. 선택을 옳게 만드는 건 너의 몫이니까. 그리고 지금껏 그래왔듯, 너는 그 선택을 옳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니까.
앞으로 펼쳐질 2년이 쉽지만은 않을거야. 그렇지만 그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낸다면, 결국에는 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거야. 믿어도 좋아.
누구보다 널 응원할게!
- 미래에서 버블리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