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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블리 Dec 16. 2024

에필로그 :: 스물여덟, 유학 가기 좋은 나이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나이

한국에서 아이엘츠 상담직에 종사하며 약 300명의 유학 준비생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점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20대 중•후반, 또는 그보다 더 높은 연령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해외 유학을 꿈꾸고 있다는 것.


안타까운 건, 그중 편안한 얼굴로 상담실에 들어오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는 된다. 20대 중반만 되어도 그간 국내에서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들이 있을 것인데, 그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한국도 아닌 외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다? 걱정이 먼저 드는 게 당연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정작 나는 캐나다에서 유학을 하며 ‘나이 먹고 오길 잘했다’ 라는 생각을 꽤 자주 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10화는 ‘유학을 가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와 같이,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나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을 위한 글이다.





스물여덟 유학길,
오히려 좋은 이유



1) 스무 살의 나는 평범한 대학생중 한 명이었다. 학교도 잘 다니고 친구들이랑 놀러도 잘 다니는 인싸 중의 인싸.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지만, 실상 내면은 그렇지 못했다. 삶의 목표도, 졸업 후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유의 팔레트 가사처럼 “애도 어른도 아닌” 그런 시기였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스물여덟. 8년간 쌓인 경험치가 슬슬 빛을 내기 시작했다. 20대에 겪은 모든 기쁨과 슬픔 그리고 크고 작은 성취들이 쌓이면서, 스무 살 때보다 단단한 내면과 건강한 멘탈을 갖게 되었다. 덕분에 유학생활 중에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불안이나 막막함, 외로움에도 크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갈 것을 스물여덟의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2) 열아홉, 대학 전공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마음에 나 홀로 전공도출과정을 진행했던 것을 기억하는 독자분들이 있을까?

*참고- 스물여덟 유학생의 1학년 회고 (희망 편)


8년 뒤,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여행을 이 세상 무엇보다 좋아하게 된 나, 전공은 Tourism Management 로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이번만큼은 그 어떤 도출과정도 필요치 않았다.


스물여덟의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한국의 영문학과 교수님들은 늘 정장 차림으로 강의실의 화이트보드 앞에 서 계셨던 모습이다. 그렇다면 캐나다는 어땠을까?


관광경영학이라는 프로그램 이름에 걸맞게 야외 수업이 있는 날이면, 교수인지 투어가이드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사람이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다가온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건 보드마카가 아닌 초대형 관광지 맵.


밴쿠버의 눈이 부신 햇빛을 막아줄 선글라스와 버킷햇을 이중으로 착용한 투어가이ㄷ.. 아니 교수님은 챙겨 온 대형 맵을 펼치며 여행지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해 준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대학 수업이 있구나.



이와 같은 신선함을 한 번씩 경험할 때마다 나는 재미를 느꼈다. 하고 싶은 것을 고른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뿌듯함도 함께 들었다. 그렇게 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3) 2학년이 되자마자 취업 과목을 수강하게 됐다. 그 해 일정 시간의 실습을 완료해야 졸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실습 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력서, 자기소개서, 모의면접 같은 취업 준비 과정이 필수로 요구되는 상황.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덕분일까, 경험부자인 스물여덟의 나에게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내 이야기로 채워나가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특히나 그 시기에는 ‘나이 먹고 유학 오길 잘했다’ 는 생각이 계속 들 정도로, 경험의 힘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혼돈 그 자체였던 스무 살의 내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이렇게 쉽게 채울 수 있었을까?



이를 통해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유학을 가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는 것,

오히려 좋은 나이만 있다는 것을.




에필로그


20대의 한 시점에,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내 안에 '반골 기질'이 존재한다는 것.


반골이란 명령이나 권위, 사회적 통념에 따르지 않고 반항하는 기질을 의미한다.
출처:나무위키​​​​​​


'명령이나 권위에 따르지 않고 반항하는 기질' 에 대해서만 따로 에피소드를 쓸 수 있을 정도로 풍성한 K-직장생활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이번 10화에서는 ‘사회적 통념에 따르지 않는’ 내 안의 반골 기질에 초점을 맞춰보았다.



150명이 넘는 독자분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신 에피소드 1화 -[프롤로그] 반항의 시작​- 에서 언급했듯, 나는 20대 초반까지는 한국 사회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순응하며 살아온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부터는 보고 읽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들을 통해 삶에 대한 나만의 관점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삶'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을지는 몰라도, 딱 그 만큼 '내가 원하는 삶'과는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이제는 안다.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때에는, 그저 다수가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마음 편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쪽으로 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실패의 가능성이 저 쪽보다는 낮은 안전한 길일 거야, 설령 실패한다 해도 이 중에서 나 혼자만 실패하는 건 아닐 거야. 



그러나, 20대를 지나오며 여러 가지 직/간접 경험이 쌓일수록, 삶을 대하는 생각이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사회에서 정해주는 대로, 타인의 욕망을 나의 것으로 착각하며, 앞사람을 따라가기만 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첫 에세이 <스물여덟, 유학 가기 좋은 나이>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내 삶의 주체가 되어, 세상 어디에서나 내가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길 꿈꾸는 사람들. 나는 앞으로도 그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



To. <스물여덟, 유학 가기 좋은 나이> 독자분들께


10주간 쉼 없이 달려온 첫 브런치북 연재가 끝이 났네요.


 화를 올릴 때마다 받는 좋아요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늘어가는 구독자 수가 신입 햇병아리 브런치 작가에게는 정말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시 한번 보내주신 관심과 응원에 감사합니다!


유학을 꿈꾸는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저 멀리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는 온갖 불확실성에 대해 이런저런 걱정이 되겠지만, 그 모든 과정을 퀘스트 깨듯 즐기며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부한 말로 들릴지는 몰라도, 유학을 시작하며 경험 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저를 성장시켜 주더라고요. 성취 대신 성장을 유학의 목표로 잡으면, 그 여정을 조금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Try Everything의 정신으로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꿈의 독자 여러분들을, 저 버블리가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좋은 연재 기획해서 돌아올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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