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글만 줄 수 있는 것
캐나다에서 일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에 첫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라고 일을 아예 놓지는 않았지만, 3주 동안만큼은 '일하는 나'보다, '그냥 나'로 보낸 시간의 비중이 훨씬 컸다. 이렇게 온전한 나로 존재하며 내 시간이 많아질 때면 재밌는 일이 생긴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마음의 소리가 유독 또렷하게 들린다는 점이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Self Q&A : 나 사용 설명서 14화는, 내가 가장 나다움을 느끼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새 휴가 2주 차, 나는 필리핀 바탕가스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새파란 오션뷰를 보며 해야 할 일을 모두 쳐냈으니, 이제는 내 자유를 즐길 시간이다.
이제 뭐 하지?
그때 들려오던 마음의 소리.
-일기장에만 쓰고 덮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했던 문장들 있잖아, 그거 컨텐츠로 만들자.
밴쿠버에서 인천으로 떠나는 날부터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오는 날까지, 유독 이번 휴가동안 내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일기장에 줄줄이 등장하고 있었다.
일기를 10년째 써오고 있는 사람에게 처음 들려온 말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해 보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밴쿠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필리핀에 있는 나에게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오직 글만 줄 수 있는 것
그렇게 그날 바로 시작했다. 평소에 찍어둔 사진 위에, 일기장의 내용을 각색해서 텍스트를 넣는 작업을 했다.
만드는 과정부터 결과물까지, 나와 잘 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었다. 이전에 책 컨텐츠를 만들었을 때 받은 느낌과 같았다. 공통점은 모두 글이 들어가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도 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에 글이 더해지니, 이제는 정말로 나다운 느낌이 들었다. 사진과 영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글을 통해서는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 지를 표현하기에 글만 한 게 있을까?
P.S - 친동생의 말
"언니, 이게 언니랑 딱이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느낌으로 언니랑 완전 잘 맞아!"
내가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내 안에 있는 생각을 꺼내서 밖으로 보여줄 때다.
그리고 나에게는 글이, 내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다.
오늘의 질문
Q1. 충분한 자유시간이 생긴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 세 가지는?
Q2. 그중 가장 하고 싶은 일은?
Q3. 내가 가장 나다움을 느끼는 순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