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4.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자기 세계가 있는 사람

by 버블리

내게는 거의 8년째 써오고 있는 갈색 표지의 Q&A 다이어리가 하나 있다. 일반 일기장과 다른 점은, 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이 매일 하나씩 주어진다는 것이다.


* ‘Q&A : 5년 후 나에게’ 라는 다이어리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 5년 동안 적은 답변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일기장의 특징이다.





이번 15화의 제목을 보자마자, 최근 다이어리를 쓰며 마주한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그 질문은 '가장 듣기 좋은 칭찬은?' 으로, 그동안 내가 적은 답변은 '귀엽다, 사랑스럽다, 똑부러진다' 느낌의 형용사들이었다. (예쁘다는 외모 칭찬보다, 이와 같은 기질 칭찬이 더 좋다는 부연 설명도 함께 적혀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써낸 답은, 그전에는 쓴 적 없던 새로운 단어였다.



Self Q&A : 나 사용 설명서 15화는,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이다.





"버블리는 자기 세계가 있는 애야."


1년 하고도 반년이 다 되어가는 기간 동안 나를 지켜보신 회사 대표님의 말씀이었다. 당시 대화의 맥락을 돌이켜보면 칭찬하려는 의도로 말하신 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관찰 결과를 말하시는 듯한 담담한 말투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더 좋았다.



자기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세계를 갖고 있다. 그 세계 안의 내용물은, 개인이 삶에서 내리는 선택의 총합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매력적인 세계’와 그렇지 않은 세계를 가르는 요소는, 그 모든 선택이 얼마나 나다운 선택인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나다운 선택이란 타인이나 사회에서 심어준 욕망이 아닌, 온전히 내 마음에 기반해서 내린 선택을 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우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 브런치북의 연재 목적과도 통하는 내용이다.)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일이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반면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인지

혼자 보내는 시간을 어떤 일들로 채울 것인지


이처럼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생각해 볼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서론에서 언급한 갈색 다이어리 덕분인지는 몰라도, 내게는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해 볼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내 세계의 구조


내 세계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들은 일/ 사랑/ 여가로, 우선순위를 매길 수 없을 만큼 나에게는 셋 다 똑같이 중요하다. (그래서 축이라는 표현이 무엇보다 정확하다.)


이 구조의 좋은 점은, 하나가 흔들린다 해도 전체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그중 어느 하나에 목매지 않게 된다.


이렇다 보니 때로는 이런 오해도 받는다.


"버블리님, 브런치 쓴 거 봤어요. 아니, 그때 헤어져서 힘들었다는 거 진짜에요? 회사에서는 티 하나도 안 나서 몰랐어요."




지난주에는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예상하지 못한 (아주 강한 레벨의)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내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예전의 나라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마음이 내내 불편한 상태로 주말을 보냈을 것 같다.


하지만 금요일 퇴근 후, 나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계획했던 본업 관련 컨텐츠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그리고 오늘 토요일 오후, 집에서 조금 떨어진 카페에 와서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는 중이다.


이처럼 ‘여가‘라는 축이 단단히 버텨주고 있는 이상, 나는 내 소중한 주말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세계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은, 위에서 언급한 형용사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나는 갈색 일기장에 이 단어를 적어내면서, 이 말이 왜 그렇게 내게 인상 깊게 다가온 걸까 생각해 봤다.


그건 겉모습이나 기질 이상으로,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알아봐 준 표현으로 느껴져서였다.






오늘의 질문

Q1. 지금까지 들었던 말 중, 가장 듣기 좋았던 칭찬은?


Q2. 내 삶을 지탱하는 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Q3.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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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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