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왔다

스타 라잇 델리

by 디노

얼마 전 쉬는 날, 무심히 유튜브 영상을 몇 개 찾아보다가 유퀴즈에 나온 나이 지긋한 두 분의 영상을 보았다.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서 보다 보니 오랜 세월 뉴욕에서 장사를 하다 은퇴하신 분들임을 알았다.


나름 바쁘게 살다 보니 남들이 다 아는 이야기를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분들도 이미 꽤 오래전에 알려졌음에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스타라잇 델리(Starlite Deli)', 뉴욕의 심장부, 브로드웨이 근처에서 39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왔던 작은 델리 가게다. 스타라잇 델리라는 이름의 이곳은 각종 뮤지컬과 공연이 열리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거대한 광고판이 빛나는 극장가 거리 속에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아침이면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들러 커피 한 잔과 베이글을 사 가고, 점심시간이면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샌드위치를 사며 북적였다. 그리고 저녁이면 공연을 마친 배우와 관계자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가게를 오가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은 바뀌었지만, 따뜻한 인사, 짧은 대화, 그리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간들이 이곳을 지탱하는 힘이 아니었나 싶다. 뉴욕의 빠른 시간 속에서도 이곳만큼은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Joe라는 손님은 39년 단골이었다고 한다. 39년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존경할만하지만 같은 시간 손님으로 찾아준다는 것도 너무나 감동이다. 가게를 닫는다는 소식에 스타라잇 델리 모든 직원에게 감사카드에 직접 쓴 글과 50달러씩을 선물해 준걸 보면 그분에게 이 가게는 각별한 곳이었으리라.


마지막 영업일, 수많은 단골들이 가게를 찾았다. 브로드웨이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300건이 넘는 기부금을 모아 약 2,400만 원을 은퇴 선물로 전했고, 떠나는 노부부를 위해 한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 장면은 가게의 주인이 아니었던 나조차도 깊은 감동과 뭉클한 울림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델리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눈 따뜻한 인연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언젠가 문득 그곳을 떠올릴 때면, 진한 그리움이 밀려올 것이다. 그리움의 대상은 커피도, 샌드위치도 아닌, 바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스타라잇 델리는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쌓인 시간과 추억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같은 온기로 남아 있으리라.


결국,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 안에서 행복도, 기쁨도,
감동도 피어난다.
역시 사람이다.



뉴욕 한복판의 작은 델리에서, 나는 그 소중한 진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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