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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Jan 12. 2023

손톱을 깎는 아침

또각또각. 길어진 손톱도 묵은 마음도



2023년이 시작되고도 벌써 2주 가까이 흘러가고 있다.

새해를 선물 받는 기분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요즘은 깨끗한 1월 공기의 상쾌함과 함께 세월의 무게감도 같이 느끼게 된다.

1월 1일이 신나고 설레던 마지막 때는 언제였을까?




그간 브런치의 연락을 부끄럽게 슬쩍 밀어냈던 것이 사실이다.

블로그는 가볍고 브런치는 보다 묵직해서 정연한 글을 남겨야만 할 것 같았다.

모든 수정은 서랍 안에서 끝내고 짠 하고 작품을 선보여야만 할 것 같은.



하지만 다시 새해가 왔다. 묵은 방을 쓸고 환기할 시간.

오랜만에 마음먹고 브런치를 찾았다.

그럴 줄은 알았지만 정말 텅 빈 작가의 서랍을 열어보며 무슨 마음을 남길까 생각한다.

이번에는 작년처럼 너무 고민하지 말자. 새해니까.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면서,

조금은 느릿한 내가 손쉽게 새로워지고 싶을 때 쓰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할까 한다.

바로 손톱깎기다.








손톱깎기와 다듬기.

신문지를 펴 놓고 묵은 손톱을 또각또각 잘라낸다.

가끔 기분전환 삼아 네일 아트를 받기도 하지만 젤네일을 벗겨내면 손톱이 잘 부스러져 자주 하지 않는다.

멋 부린 손톱이 아까워 길게 기르다 느지막이 자르는 것도 싫다.

잘 다듬은 생손톱이 젤네일보다 더 깔끔해 보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일주일에 한 번씩 손톱이 뒤틀리거나 부스러지기 전 스스로 깎고 다듬어 준다.

언제부터인지 손톱 손질 하나는 열심이라고 부모님이 놀릴 정도로 소중한 습관이 되었다.



짧아진 손톱을 부드럽게 다듬고 나면 샤워만큼이나 극적으로 새로워진 자신을 느낄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손톱을 깎은 후 당장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 보자.

특히 키보드로 타이핑할 때 타자감이 기막히게 좋아진다. 약간 과장하면 새 손가락을 선물 받은 기분.



가을겨울은 날이 건조해 손톱 주변에 거스러미가 잘 생긴다. 그럴 때는 바셀린 밤을 톡톡히 발라 주자.

가격도 저렴할 뿐 아니라 쉽게 구할 수 있고, 큐티클 오일보다 꾸덕한 제형이라 찬 바람에 손이 다시 건조해져도 손톱 주변만큼은 잘 지켜 준다.








오늘은 왜 이렇게 슥슥 글이 써질까?

아침에 손톱을 깎았기 때문이다. 타이핑하며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느낌이 좋다.

잠깐 멈추고 손톱 끝을 엄지손가락으로 슥슥 쓸어 본다.

어떤 일에도 준비된 것 같은 손이다.

기분좋은 시작.

나는 월요일 아침보다 손톱을 자른 날이 더 새로운 한 주간의 시작처럼 느껴진다.



깊은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단순노동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누군가 그랬던가.

손톱깎기는 딱 그런 소일거리다.

매년 1-2월에는 의식처럼 방을 정리하며 집안 비워내기를 하는데 손톱깎기 또한 작은 비워내기라고 생각한다. 머리를 비우고 내 몸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행위.

올해는 생각은 적당히, 그리고 보다 행동하는 해가 되기를.


자주 찾아올게,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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