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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Jan 27. 2018

평균 -35℃의 일상

이불 밖은 위험하다.

 1월 4주 몽골 투브아이막 종모드시

낮기온 평균 -35℃, 밤기온 -40℃, 체감온도 -50℃


지금 이불 밖은 위험하다.

바지 3겹, 무릎까지 오는 털 장화와 롱 패딩에 목도리까지 칭칭 감아도 몸이 으슬으슬한 날씨다.

워낙에 추워서 곰처럼 껴입고 다니기 때문에 돌아다닐 수 있는 것 같다. 다들 멋부릴 생각은 1도 하지 않는다.

한국도 이번 주 정말 춥다고 하던데 이 정도 껴입고 다니면 땀이 좀 나지 않을까 싶다. 멋을 포기하십쇼 ㅋㅋㅋ


지난 목요일, 낮기온이 -32℃도였나? 좀 따뜻한 날씨인 것 같아 카메라를 들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그러고 금요일에 다시 -40대 진입..)

℃℃℃

길은 얼음과 눈으로 덮여있고, 사방에는 석탄을 때우는 화력발전소(?)의 연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눈이 참 공격적으로 쌓였다.

몽골에서 정말 다양한 형태의 눈을 보았다.


작은 빛가루처럼 공기 중에서 빛을 산란하며 반짝반짝 천천히 내리는 눈. (그래서 이게 눈이 내리는 건지 반짝이 가루가 내리는 건지.... )

흐린 하늘에 마치 안개처럼 내리는 눈.   

그리고 펑펑 내리는 함박눈.


여기 눈은 건조해서 걸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고(이젠 생활소음)

눈을 가지고 장난이라도 치듯 바람과 함께 흩날려서 바람의 결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추운 겨울의 소소한 재미라고나 할까..

여러 동물의 발자국.

새, 소, 개, 사람.

추운 날씨에 너네도 고생이 많다-

요즘 새롭게 신축되고 있는 것 같은 주택단지.

저 집에는 수도가 들어올까..? 내가 가장 궁금한 것

갈색 문에서 연기가 조금씩 계속 나왔는데, 그 연기를 타고 고드름이 아주 공격적으로 생겼다. 우어어어ㅓ

작고 여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인간의 손길. 나무야 죽지 말고 살아주라.

추운 날씨에 스케이트장은 텅텅 비었다.

눈이 담장보다 더 높이 쌓일 기세다.

투명한 얼음으로 만든 미끄럼틀은 대리석과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초심을 잃은 눈사람의 아찔한(?) 뒤태

해 질 무렵, 달이 떴다.

개와 늑대의 시간.

차들도 겨울옷을 입는다.

눈이 시멘트처럼 담벼락에 쌓여있다.

시커먼 아스팔트 위에서 바람에 따라 눈이 춤을 추고 있었다.

1동에서 보이는 저 멀리 2동 게르촌.

게르도 있고 직접 지은 집들도 모여있는 동네. 수도가 없으면 꽤나 불편할 것 같다.

그런데 진짜 추운 겨울에는 게르가 오히려 아파트보다 따뜻하단다. 그런데 환기를 안 해서 공기가 아주 답답하다고..

밤에 보면 집들 사이로 하나씩 있는 가로등이 마치 별처럼 보인다.

저 멀리 눈 덮인 동네를 보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나 보다.

이 추운 날 흰 들판에서 말 타고 달리기는 아니고 구보하기 ㅋㅋㅋ 멋지다!

눈이 좀 더 덮였을 때는 산이 마치 하얀 사막 같이 보였는데, 고새 눈이 바람에 많이 날려갔나 보다.

저 까만 길은 강이 얼었나 했는데 차가 다니는 길이었다.



동네 한 바퀴 돌아온 후 내 모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밖에서 10분 이상 일이 있으면 렌즈를 끼고 목도리를 하는데, 급 나가느라 그냥 안경을 끼고 다녔더니,

볼은 완전 빨개지고 안경은 얼고 카메라는 약 40도 이상의 온도차에 눈물을 막 흘려댔다.


오랜만에 상쾌했던 외출!

이제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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