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걸리고 말았다.

코로나 양성 후 자가격리 5일 차

by 김형준

나는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손도 잘 씻고, 마스크도 잘 쓰고 다니고,

무엇보다 나는 정부랑 사람들 코로나 예방 수칙 커뮤니케이션하는 전략 만드는 일을 하는데,

제가 걸려버렸습니다. 코로나19.


1.

코로나 바이러스는 스텔스처럼 돌아다니네요. 어디서 걸렸는지라도 알아야 그 이후에 만난 분들에게 소식을 알릴 텐데 알 길이 도무지 없는 바이러스입니다. 아마도 지난 주말 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디선가 바이러스와 접촉을 했고, 그렇게 손 세정을 했는데도, 걸리고 말았습니다.


2.

월요일 아침. 목이 따끔거렸습니다. 몸 컨디션은 조금 무거웠지만 혹시 몰라 자가 키트도 오전과 오후 두 번 검사를 했습니다. 두 번 다 한 줄. 음성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나는 아니야 하며. 아이들과 가족과 열심히 접촉(?)을 했습니다. 다행히 회사는 재택이라 가지 않았지요.


3.

화요일 이른 아침. 몸이 조금 더 무거워져서 슬슬 불안해서 다시 검사. 음성이 나왔습니다. 아닐 거야. 왜 PCR 검사를 안 받느냐 생각하겠지만 제가 사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정부 프로토콜이 자가진단이 끝입니다. 자가진단서 음성이면 음성, 양성이면 양성, PCR 검사 비용을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에 5만 원 내외로 민간 병원에서 받아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4.

화요일 오후가 되자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갔습니다. 일을 하려고 해도 몸이 무거워 집중이 힘들어 팀원들에게 나 아파서 쉰다고 하고 자리에 누워서 자기 전에 한 검사에서도 또 음성. 이렇게 열이 나는데도 음성이니 난 아닐 거야 하며 침대에 누워 수요일을 맞이했습니다.


5.

수요일에도 여전히 열이 38도를 오르락거렸고 회사에는 병가를 냈습니다. 수요일 오후에 이건 아니다 싶어 자가 키트를 사탕형 (입에 물고 있는 것)에서 침을 뱉는 형으로 바꾸어 있는 가래 없는 가래 모아서 검사. 두 줄이 선명하게 올라왔습니다. 난 분명히 양성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음에도 머리가 하얗게 변하며 주변엔 어떻게 말하고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는 자괴감에 멘붕이 왔습니다.


6.

다행히 말레이시아는 대부분의 성인이 부스터까지 완료해서 증상이 심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미크론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가족과 주변 분들이 걸린 것은 아닐지 그 죄책감이 더 심했습니다. 저는 그 시간부로 작은 컴퓨터 방에 남은 매트리스와 베개를 들고 들어가 격리를 시작했습니다.


7.

부스터 안 맞았으면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해봅니다. 가벼운 감기몸살이라고 하지만, 저에겐 이런 몸살은 또 처음이었습니다. 열이 나서 몸에 기운이 없는데 그 와중에 머리도 무겁고 목도 아파서 3단 콤보 어택이었습니다. 물론 부스터의 힘을 믿기에 더 심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명확히 집고 넘어갈 것은 Vaccine Works! (백신은 먹힙니다!)라는 것입니다. 부스터까지 꽉 채워서 맞았는데도 이 정도니. 같은 시기에 걸린 제 동료는 자기 몸상태를 트럭에 치여서 피만 안 난 상태로 누워있는 느낌이란 표현을 하더라고요.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지나고 보면 몸살 일지 모르지만 겪어내는 상태에서는 절대 가볍게 볼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8.

정신을 차리고 보건부 앱에서 제 양성 테스트를 자진 등록하고 저의 증상에 대한 설문에 답하고 자가격리를 명(?) 받았습니다. 담주 수요일까지 7일간 자가격리를 시작하게 됩니다. 화요일 당시에는 아내와 자녀들 모두 음성이었는데... 이 자가 키트가 첫날부터 잘 잡아내지 못하거든요. 제가 만났던 주변 분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검사를 권유드렸습니다. 일차 테스트 결과 모두 음성이라는 소식을 듣고 마음을 놓았습니다.


9.

다시 태어나도 와이프랑 결혼한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와이프의 지극 정성으로 삼시 세 끼를 다 받아먹으며 무섭게 회복했습니다. 수요일. 목요일. 이틀을 끙끙 앓고 금요일이 되면서 살아나서 일요일인 오늘은 앉아서 차분히 글도 쓸 수 있는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아직도 식은땀이 좀 나고 목도 부어있지만 열은 내려갔습니다. 아직 3일 정도 격리를 더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밀려있던 일 (회사일 말고)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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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기서 딱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토요일인 어제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던 둘째 딸이 검사 후에 두줄이 나왔습니다. 같이 침 흘리며 놀았던 첫째를 지켜본 와이프는 멘붕. 다행히 이나가 아주 힘들어하지는 않네요. 매일 밤에 아빠의 빈자리를 차지해 엄마랑 같이 잤다는데 ㅠㅠ 와이프와 아들도 이러다 다 걸리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됩니다. 수칙상에 격리라고 하지만 4세 아동을 격리하는 건 아동학대와도 같기에 정말 living with COVID를 몸으로 실천하며 버티는 우리 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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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격리를 깨고 내려가서 가족 모두 한 번에 오미크론을 치러내야 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 중입니다. 와이프랑 첫째 아들도 이미 걸렸을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선택지가 많이 없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어달리기처럼 걸리면 격리 기간만 늘어나기에 그것도 무시할 수 없고요. 저랑 딸만 둘이서 격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겠지만 방안에서만 있을 거라 생각 안 하기 때문에 참 난감하네요.


12.

그 와중에 감사한 것은 저도 회복세에 들어섰고 이나도 잘 버텨주고 있고 주변분들께서 아프다고 약도 보내주시고 맛있는 것들도 보내주셔서 격리를 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는 감기처럼 약하다니까 괜찮아하시는 분들에게 한 번 경고. 그리고 부스터 안 맞고 고민하시는 분들께 두 번 경고. 걸리는 것은 막을 수 없다 하더라도 얼마나 씨게 겪고 지나갈 건 어찌 보면 여러분에게 달려있을지도 모릅니다. 백신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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