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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란 Oct 01. 2016

거절은 거절한다

왜냐하면 나는 떼를 써도 귀여우니까!

아직도 '개'라고 하면 당연히 주인에게 절대복종할 거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래도 개와 관련된 미담이 워낙 많은 탓이지 싶은데, 과연 정말 그럴까? 정신없이 물고 뜯다가도 주인이 "동작 그만!"이라고 외치면 개들은 하던 행동을 딱 멈출까?


나로서는 "NO"라고밖에 대답할 길이 없다. 애당초 인간은 개의 주인이 아니며, 개 역시 인간의 소유물이 아닌 까닭이다. 개는 감정과 의지를 지닌 생물로서 자신을 대하는 보호자의 태도에 따라 순종을 선택할 뿐 무조건 복종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기본적으로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개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겠는가.


물론 함께 생활하다 보면 신통방통하게 말귀를 알아들을 때도 있고, 어쩜 이렇게 예쁜 짓만 골라 할까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왕왕 짖거나 생떼를 쓰는 일도 결코 적지는 않다.


가령 우리 뭉구로 말할 것 같으면 비가 오는데도 산책을 나가야겠다고, 산책을 나가서는 집에 안 들어가겠다고, 누나가 바쁘건 말건 나랑 놀아야 된다고, 지금 입에 문 것을 절대 놓지 않겠다고 심심찮게 떼를 쓴다.


집에 안 들어가개! 산책 더 할 거개!
비가 오든 말든 산책은 해야겠개!
놀아줄 때까지 이러고 쳐다볼 거개!
이 수건은 내가 접수했개!

이럴 때마다 참 난감하다. 뭉구가 조른다고 매번 우중 산책을 감행한다든가 마감을 코앞에 두고 마냥 놀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누나가 돈을 벌어야 뭉구 너도 밥을 먹을 수 있다 말을 건네며 달래 보기도 하지만, 아무리 설명한들 이런 인간의 사정을 뭉구가 어찌 알겠는가뭉구는 그저 좋아하는 인간과 함께 산책하고, 더 오래 같이 놀고 싶은 마음뿐이다.


게다가 이 녀석은, 귀엽다. 자꾸 떼를 써서 곤란하기 그지없는데도 불구하고 아득바득 우기는 표정이며 행동이 너무 귀엽다.

이 헤어롤도 내가 접수했개!

아아, 이것은 패배가 예정된 싸움. 산책 대신 간식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뻔한 결말, 생떼로 공격받으면서도 귀여움에 심장을 부여잡.


자, 여러분, 보십시오. 강아지가 이렇게 위험한 동물입니다! 특히  새꾸의 귀여움에 빠지면 완전히 끝장이죠. 답도, 약도, 출구도 없으니 혹시 반려견 입양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모쪼록 신중에 신중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강아지가 옹고집을 피우고 말썽을 부려도, 똥을 싸도, 산책하다가 흙바닥을 뒹굴어도 속이 타는 한편으로 귀여워 보이는 지경에 이르게 되니까요.


네? 이미 그렇다고요? 가련한 분, 신은 이미 개 집사의 길을 걷고 계시는군요. 부디 오늘도 귀여움에 압사당하지 않고 살아남아, 내일의 귀여움과 맞서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 개의 귀여운 고집이 담긴 영상을 첨부하오니 곧 닥칠 귀댁의 귀여운 고집에 대비하소서.


손을 핥아야겠으니 가만히 좀 있어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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