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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란 Oct 03. 2016

누나, 오고 있지?

한눈팔지 말고 잘 따라와야 돼!

산책이나 외출을 나서면 뭉구는 앞서 가다가도, 딴짓을 하다가도, 저 혼자 놀다가도 꼭 한 번씩 고개를 돌려 누나가 어디 있는지 확인한다.


누나, 사진 고만 찍고 어서 오개!
빨리 오라니까 사진 또 찍개?
누나, 안 오고 여기서 뭐 하개!


내 존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신나게 궁둥이를 씰룩대며 걷다가도 문득 뒤돌아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뭉구를 볼 때면, 내가 저 강아지의 보호자라는 사실이 새삼 가슴에 와 닿곤 한다. 


어디를 가든 잊지 않고 뒤를 돌아보면서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빵끗 웃는 뭉구. 더없이 해맑고, 어딘지 애처로운 그 모습을 보노라면 한없이 귀여운 한편으로 나라는 인간을 의지하는 뭉구의 마음 크기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코끝이 시큰하다.


가족끼리 외출을 할 때도 뭉구는 누나가 영순위여서, 나 대신 남동생이 리드줄을 잡고 걸으면 내가 뒤에 있는지 두 번, 세 번 돌아본다.


형아, 잠깐 기다려 보개! 누나가 아직 안 왔개!
누나! 기다릴 테니 빨리 오개!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계단을 오르거나 코너를 돌 때도 뭉구는 누나 확인을 잊지 않는다.


벽이나 코너에 가려 내가 보이지 않으면 고개를 빼꼼 내밀거나 가던 발걸음을 돌려 뿅 하고 나타나서는 "누나, 오고 있지?" 하는 눈빛을 보낸다. 나는 그러는 뭉구가 너무 귀여워서 가끔은 일부러 늦게 따라가기도 하는데, 그러면서 찍은 영상들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수가 많다. 


혼자 "귀여워!"를 연발하며 영상을 돌려 보다가, 내친김에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 여러 개의 영상을 하나로 편집했다. 이 영상 하나면 뒤돌아 확인하는 뭉구의 귀여움에 대해서는 더 쓸 말이 없겠구나, 생각하면서. 


그저 영상을 자르고 이어 붙인 게 전부이기는 하지만 관심이라곤 없던 영상 편집에까지 손을 뻗게 한 뭉구의 귀여움에 감사하며, 내 인생의 첫 영상 편집 결과물을 아래에 싣는다.


누나, 오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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