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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란 Oct 03. 2016

강아지와 사진 찍기

단 한 장을 건지기 위한 백 장의 사진

강아지 사진을 찍어 본 사람은 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강아지를 찍기가, 찍어서 예쁜 사진을 건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다. 하물며 강아지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면?


나는 절대로 같이 찍을 수 없개!
찍을 테면 찍어 보개!


딱 오 초만 가만히 있어 주면 좋으련만 뭉구는 격렬한 움직임으로 프레임을 벗어나기 일쑤다. 빨리 더 걷고 싶은데, 어서 움직이고 싶은데 누나랑 누나 친구들은 왜 자꾸 이상한 물건을 들고서 "뭉구야~ 여기 봐! 여기, 여기!"라는 말만 반복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다. 


어르고 달래며 시도해도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은 사진 찍기건만 왜 계속 도전하게 되는 걸까?


그 이유는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고 틈틈이 시도해서 사진을 한 백 장쯤 찍고 나면, 다소 웃기기는 해도 사람과 강아지가 무사히 한 프레임에 담긴 사진이 나오기는 하니까.



여기서 또 백 장쯤 더 찍고 나면, 한 장 정도는 건질 만한 사진이 나온다. 운이 좋다면 한 장보다 더 많은 사진을 손에 넣을 때도 있다.



잘 나온 사진을 갖고 싶은 마음은 내 욕심일 뿐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는다.


사진을 찍지 않아도 뭉구는 아무렇지 않다. 당장 옆에 누나가 있고, 누나랑 재밌게 놀면 그만인데 왜 놀이를 멈추고 사진을 찍는지 어리둥절할 것이다. 뭉구에게 기록이란 무의미한 행위일 테니까. 다만 기억이 뭉구에게는 중요하겠지.


하지만 뭉구보다 느린 시간을 사는 이해란이라는 인간에게는 기억만큼이나 기록이 중요하다. 뭉구가 누나랑 더 많이 놀고, 되도록 오래 같이 있고 싶어 하는 것처럼 나도 뭉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우리가 함께 있는 순간을 가능한 만큼 기록해 두고 싶다. 


나보다 빠르게 자라서
먼저 늙어가는 지금의 뭉구를
미래의 나에게도 보내 두고 싶다.

그러니까 뭉구야, 귀찮아도 조금만 이해해 주지 않을래? 네가 더 편안해하는 방식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누나도 열심히 노력할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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