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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Aug 01. 2019

복직을 앞둔 워킹맘에게 전하는 Tip

두 번째 육아휴직 후 복직을 준비하면서 

지난 6월 경, 회사에서 복직 권유 전화를 받았다.

당초 계획했던 휴직보다 좀 이르게 복직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막상 복직을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회사에 다닐 때는 그렇게 쉬고 싶더니 막상 쉬니까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을 보면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갈대와 같다.

많은 고민 끝에 휴직을 길게 쓰기보다 조기 복직을 하는 게 더 낫겠다는 결정을 했다.

첫째가 초등에 입학하는 시기까지 못 쉴 바에야 차라리 복직을 당기고 초등 입학 때 조금이라도 근무를 조정해볼까 하는 마음에서다. 


이제 휴직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남은 기간 해야 할 일을 챙겨보고 있다.

두 번째 복직이기 때문에 첫 번째보다는 수월하지만 혹시 첫 아이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도움이 될까 싶어 몇 가지를 적어본다.



1. 복직 후 아이들 케어 시스템 세팅하기


첫째 육아휴직 때도 이 부분에 신경을 제일 많이 썼다.

양가 부모님이 도와주실 수 있다면 걱정이 덜하지만, 그게 아니라 시터를 써야 하는 상황이면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후보군을 정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하기도 하고, 육아 도우미 소개 업체에 가입해서 직접 연락을 하기도 한다.

풀타임으로 아이 돌봄을 맡길지, 어린이집과 병행하면서 하원 후 파트타임으로 맡길지에 따라 시간과 급여가 달라지므로 각자의 사정에 맞게 사전에 결정하여 육아 도우미를 구하는 것이 좋다.


첫째는 돌 무렵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따라서 하원 후 케어를 담당해주실 육아 도우미가 필요했다.

나는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분과 첫째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약 4년을 함께 했다.

아이를 맡기는 것이므로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함께한 4년 동안 이유 없이 픽업에 늦거나 빠지는 일이 단 한차례도 없었다. 하원 후에는 항상 잘 하원 했다고 사진을 보내주셨고, 아이의 상태나 기타 전해야 할 말씀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편하게 메시지를 보내셨기 때문에 나도 마음을 터놓고 잘 지낼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둘째도 어린이집과 하원 도우미 체제로 영유아기를 보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래서 예상보다 빠른 만 7개월 시기에 염두에 두었던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등록할 수 있었다. 3월부터 학기가 시작되는 어린이집 특성상, 둘째가 돌이 되는 연중에는 자리가 날 확률이 희박하므로 자리가 있을 때 먼저 등록해야 한다는 경험치가 있어서다.

복직 시기를 정하자마자 첫째를 돌보아주셨던 이모님께 연락을 드려 다시 돌봐주실 수 있는지를 여쭤보았다. 다행히 내가 원하는 시기에 다른 계획이 없어 가능하다고 답을 주셔서 마음이 한시름 놓였다.

어린이집 등원은 우리 부부가 직접 하고, 하원 후 퇴근까지는 이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세팅이 완료되었다.


2.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은 가능하면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셔틀버스를 타고 다니는 유치원이라면 다른 이야기이지만, 만 36개월 이전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어린이집은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을 추천한다.

물론 보내려는 기관의 평가인증, 원의 분위기, 원장 선생님 및 보육교사의 인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겠으나 같은 조건의 여러 곳을 두고 결정해야 한다면 나는 무조건 근거리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집에서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이(같은 동네) 아이의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될뿐더러, 바쁜 출근시간을 쪼개 직접 등원을 할 때도 도움이 된다. 하원 후 육아 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첫째는 만 12개월부터 아파트 단지 안에서 운영하는 가정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집에서의 거리뿐 아니라 출근길 동선까지 고려해서 결정했다. 그곳에서 2년간 무탈하게 잘 생활하고 우리 나이로 네 살이 되었을 때 직장 어린이집으로 옮겼다. 집에서 버스 3 정거장 정도의 거리가 아무래도 부담이 되어서 우리는 결국 직장 어린이집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둘째는 다행히 집 근처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어서 또다시 이사를 할 필요는 없어졌지만 아이가 어릴수록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보육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아이도, 부모도 피로도를 줄이는 방법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같은 조건이라면’ 더 가까운 곳이 낫다는 것이다. 영 마음에 들지 않는데 가까운 곳이라고 해서 보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3. 가사 분담은 복직 전에 남편과 합의하자


첫째 휴직을 마무리하고 복직한 뒤 6개월 동안은, 우리의 결혼생활에서 유례없이 많이 싸운 나날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체로 가사 분담의 모호함에 따른 불만에서 오는 것이었다.

또 서로가 생각하는 가사의 수준이 달라 맞춰가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당시 나는 당시 집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사무실로 출퇴근을 했는데 회사를 다녀오면 기진맥진하여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매일 저녁 식사 준비도 해야 했고, 집 안은 늘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남편의 기준을 도저히 맞출 수 없었다. 맞춰가는 과정을 통해 반찬은 사 먹고 청소는 남편이 주말에 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면서 평일의 여유를 다소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 복직 이후에도 아이들 반찬은 내가 만들겠지만 우리가 먹을 반찬은 구입해서 먹고, 청소 및 집안 정돈을 쉽게 하기 위해 최대한 짐을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애써 왔기 때문에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4. 남은 기간, 스스로를 돌보자 


법정 육아휴직 기간인 1년을 꽉 채워서 쓴다면, 복직을 앞 둘 무렵이면 단유를 하거나 이유식에서 유아식으로 넘어가는 시기라 아이 돌보기가 조금은 수월해진다.

나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운전 연수를 받을 계획이고 그동안 모유 수유 때문에 할 수 없었던 피부과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닐 예정이다.

특히 운전 연수의 경우 그동안 필요성을 잘 못 느꼈는데 이제 아이가 둘이 되었고, 첫째가 많이 커서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지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허는 수능 시험이 끝나자마자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땄는데 그대로 장롱 면허가 되어 본의 아니게 10년 넘게 무사고 운전자가 되었다. 이번에 꼭 운전 연수를 받아서 나도 차도로 나가야지. 조금 무섭긴 하지만 다들 하고 있으니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는, 열의를 가지고 하다가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아픈 바람에 중단하게 된 중국어 공부도 마무리해야겠다. 책을 읽고 나서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는 것도 많이 밀렸는데 조금이라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때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서 시간을 쏟고 싶다.


5. 무엇보다 중요한 것, 아이들과 찐~한 시간 보내기


무엇보다 나의 휴직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첫째 아이다.

둘째는 아직 어려서 아침마다 엄마와 떨어지는 경험을 해 봐야 복직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채겠지만 첫째는 이미 몇 년을 그렇게 지내다가 최근 1년 동안 엄마와 함께 어린이집을 오가고, 평일에 놀이터에서 실컷 노는 즐거운 경험을 했는데 이제 못한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아쉬울까.

다행인 것은 직장 어린이집을 다니며 엄마가 회사에 가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복직 후에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적응해줄 거라고 믿는다.


남은 휴직 기간에는 아이들과 더 많이 살을 비비고, 좋은 음식을 자주 해주고 싶다.

아침에 여유 있게 식사를 하고 천천히 어린이집에 가는 생활을 이어가면서 하원 후에는 간식거리를 싸들고 놀이터에 가서 열심히 놀게 해주고 싶다. 둘째는 이제 이유식이 끝나가고 있는데, 유아식이 시작되면 맛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해 주고 많이 안아줘야겠다. 까맣고 예쁜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주어야지.


엄마가 된 이상, 중간에 그만두거나 끝낼 수가 없다.

휴직이 끝난다고 해서 전업 엄마의 역할 모두를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 상태에서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이 추가되는 것뿐이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지겠지만.

첫 번째 휴직이 끝날 무렵에는 매일 밤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며 눈물짓곤 했다. 

예쁜 아이를 두고 회사에 나가는 일이 마치 엄마로서의 내 의무를 져버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두 아이를 키우며 회사를 다니는 것은 또 다른 도전 과제이겠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항상 옆에 붙어있어도 아이는 때가 되면 아플 것이고, 회사에 가느라 함께 해주지 못해도 아이는 때가 되면 성장한다. 중요한 것은 늘 아이들을 생각하고,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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