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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슬 Sep 28. 2017

피할 수 없는 마주침



지워내려고 한다.

처음 만난 날, 함께 나눈 이야기들, 새벽 내내 이어졌던 길었던 통화, 오묘했던 눈빛들까지. 그 모든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내고 잔뜩 무거워져 땅 속으로 가라앉아 버린 그 마음들을 덜어내려고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려 무분별한 만남을 가져본다.

그 모든 사람들에게서 너의 모습을 찾으려 할 때가 있고, 그 모든 사람들보다 너가 좋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너의 모습이 머릿 속에서 지워져 간다.


그런데 그렇게 자꾸만 내 꿈에 불쑥,

겨우 덜어낸 그 모든 기억 속의 모습 보다 더 따뜻한 모습으로 찾아온다면 난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걸.


그저 꿈에서 깨고 난 후 하루종일 '지웠다고 여겼던' 그 모든 기억들에 둘러싸여 환영 같은 하루를 보낼 뿐,

보고싶다, 하고 미칠 듯이 아련해진 마음 움켜잡고 너의 이름 위로 손가락만 기웃거려 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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