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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등교사 윤수정 Sep 01. 2024

이세이의 <어린이라는 사회>

나우학교 제17회  한 평 책방 독서토론


나우학교 제17회 한 평 책방에서 8월 지정도서로 이에이 선생님이 쓰신 <어린이라는 시회>를 읽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오늘날의 초등학교 교실을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는 책입니다. 특히 우리가 어린이라 하면 1/2, 어른의 한 그릇이 아닌 반쪽자리 삶으로 치부해 버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도 제 한 그릇을 무게를 각자의 삶으로 살아내는 당당한 존재임을 알게 해 줍니다.


어른들을 모르는 어린이들의 사회, 아니 외부인을 잘 모르는 초등학교 교실의 단면들을 진솔하게 풀어주어서 같은 초등 교사로서도 깊은 공감과 함께  유쾌, 상쾌,  통쾌한 묘한 청량감을 안겨주는 책이었습니다. 진짜 초등학교 교실을 엿보고 싶고 어린이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적극 추천드립니다.



내가 뽑은 3 문장
1. 뭉뚱그린 말로는 결코 체득되지 않는, 어린이들의 세계다. p.132


초등학교 교육이라는 것은 말로 퉁쳐지지 않는 그런 것이다. 어리숙한 1학년에서부터 어엿한 6학년이 되기까지 그 사이에 촘촘히 끼어들었을 어떤 어른들의 노력이 분명 존재한다. 스스로 크는 아이는 없다. 누군가의 말과 삶으로 곱게 빚어질 뿐,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합니다."라는 뭉뚱그린 말로는 결코 체득되지 않는, 어린이들의 세계다.



2. 불편한 일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고 안 되는 일에 좌절했다가 극복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교육이 아닌가. p.183


 결국 교육이란 아이들이 스스로 독립해서 살아갈 준비를 하는 것일 게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되도록이면 그들 입으로 손으로 할 수 있도록 가만히 두는 것도 교육이다. 올바른 부모의 태도이다.

"자기 자식의 삶에 오로지 꽃송이만 놓이길 바라는 일부의 학부모들은 아이가 불편한 말을 할 기회를 부지런히 소거하므로, 아이가 역경을 버티는 힘은 자라기도 전에 거세된다. 살면서 배우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하게 막는 건 내 시각에 적극적인 방임과 다를 게 없었다. 교육의 목표가 독립이란 걸 모르는 부모야말로 아이 인생의 훼방자라고 느껴졌다. " p.183



3. 내 한마디를 성경처럼 품고 평생을 살 거라고, 그러니까 이 직업은 이렇게 속이 썩더라도 결국 몇몇 인간의 가장 여린 부분에 가장 또렷한 자국을 남길 거라는 믿음으로, 나는 아이들의 삶을 응시한다. p. 209


초등 교사의 삶을 단 몇 개의 문장으로 너무도 잘 표현했다. 이세이 선생님의 글재주가 몹시나 부러운 지점이다. 맞다 결국 초등 교사는 그런 존재이다. 아이의 마음에 아로새겨지는 결정적 한마디를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나는 오늘도 이 사실을 성경처럼 품고 교단에서 꿋꿋이 살아가려 한다.



독서 에센스

매일 10분 읽기를 실천한 기록입니다.









이 책을 읽은 소감

어린이들과 초근접 거리에서 그들의 삶에 깊은 영향력을 미치는 초등 교사라는 직업에 더욱 큰 자부심이 생겼다. 나는 내가 초등 교사여서 너무 좋다. 내 어릴 적 꿈을 이룬 행복한 사람이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 때도 많다. 25년 차 교사로 살아가며 울고 웃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나는 정년퇴임을 꿈꾼다. 나만의 사명을 가지고 오늘도 묵묵히 나아가고자 한다. "100명의 교사를 돕고 100명의 학생을 살린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다시 한번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확신을 주었다. 내 행복은 결코 교실과 유리되지 않는다. 내 삶을 고스란히 가져와 교실에서 학생들 속에서 펼치고 그 속에서 소소하지만 귀하고 알찬 행복을 만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책의 274쪽 문장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마음의 근육은 찢어져봐야 커진다. 아이들은 그걸 배우려고 12년이나 학교엘 다닌다."


교사인 나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때로는 찢어지기도 했을  또 어느샌가 또렷한 상처를 남긴 채 아물었을 내 마음속 근육을 떠올려본다. 앞으로 또 언젠가 찢어지고 아파하고 다시 아물게 되는 그 일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찢어져봐야 학생도 교사도 성장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나우학교, #한평책방, #어린이라는사회, #이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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