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다녀왔다. 백만 년 만에 가보는 듯하다. 요 근래 결혼식에 다녀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생각해 보니 코로나 이후 처음이다. 아침부터 내 결혼식인 양 설레었다. 한껏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식장에 도착했다. 예전에 다녀본 결혼식장과 비슷한 듯한데 많이 달랐다. 식장 한가운데 버진 로드라 하는 신랑, 신부가 입장하는 잘 꾸며진 통로가 있었다. 그 양쪽으로는 버진 로드보다 낮은 높이에 홈이 파인 듯한 양쪽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계단식 의자가 놓여 있었다. 마치 연극을 보듯 통로는 바라보는 방향으로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신랑이 입장하고 신부도 입장했다. 이미 오래전 달라진 부분일 것이다. 이제는 신부가 친정아버지 손을 잡고 등장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주례도 달라졌다. 신랑 아버지가 주례를 하고 혼인 선언문을 낭독했다. 곧이어 목사님의 기도와 안수가 있었다.
중간에 눈물이 핑 돌 뻔한 순간이 있었는데, 신랑 동생이 형에게 쓴 편지를 낭독할 때였다. 어릴 적 기억, 아빠와 형과 축구했던 기억, 또 부모님 몰래 PC방 갔던 이야기를 했다. 그런 때가 있었는데 이제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 한 내용이었다.
그 순간 나도 그렇게 부모님 곁을 떠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형제와도 떨어졌다. 아빠, 엄마, 오빠, 나, 남동생. 이렇게 다섯 식구가 옹기종기 살던 때가 엇그제 같건만, 이제 우리는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불현듯 내 세 아이들도 이렇게 떠나가겠구나.라는 생각에 갑자기 눈물이 살짝 차올랐다. 신랑 어머니도 이 대목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 마음은 같은가 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철부지 같았던 내 젊은 시절이 떠올라 혼자 피식거렸다. 내일이면 27주년 결혼기념일이다. 2003년 5월 11일. 전주 전동성당에서 혼배성사를 했다.
나도 남편도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였다. 탄탄대로만 같을 줄 알았던 결혼생활, 늘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다. 이제는 안다. 결혼생활이 늘 그렇게 순탄한 길만은 아니라는 것을. 부부가 싸우지 않고 항상 사랑하기만 하며 살기도 힘들다는 것을.
전주 전동성당(성지) [한국의 아름다운 성당 50선㉓]뉴스내용[데일리안 = 데스크] 전주 한옥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서양식의 웅장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전동성당이다. 언제나 관광객과 순례객으로 붐비는 성당에는 마침 멋스러운 배롱나무에 붉은 꽃이 한창이다.전동성당 전경 ⓒ배롱나무꽃과 전동성당 ⓒ전동성당은 호남 지방에 최초로 건립된 서양식 건물로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출처데일리안
낯설었던 시댁, 시부모님, 시가 어른들. 아이 셋 키우며 웃고 울었던 일. 사춘기를 보내는 딸과 아들과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아직은 아이들이 제 짝을 만나 결혼하는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어렵고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남편과 함께 또 세 아이와 함께 행복했던 날들이 더 많다. 그러기에 오늘을 살아간다. 지금보다 더 힘든 순간이 오더라고 이겨내리라. 내 젊은 날을 함께 했던 남편, 세상 누구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남편이 있고,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세 아이들이 있기에. 또 매 순간 우리 가정과 함께해 주시는 하느님이 계시기에 나는 두렵지 않다.
오늘도 소리 내어 기도해 본다.
주님, 저와 저희 가정을 주님께 봉헌하오니,
저희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당신께 영광 돌리는 성가정이 되게 하소서.
아멘
#결혼식
#성가정
#아티스트데이트
#나우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