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30일. 새벽 기상을 시작한 첫날이다. 매일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여행을 가도 실천했다. 또 부모님 댁에 갈 때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려고 노력했다. 새벽 기상의 루틴을 놓치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했다. 새벽에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이 시간이 좋아졌다. 온 세상이 잠든 듯 고요한 이 시간이 특별했다. 처음에는 나 스스로 일찍 일어났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있기를 반복했지만 언젠가부터 내가 새벽에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다. 그럴수록 새벽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모래알처럼.
내 인생 10년을 가져갈 새벽 루틴 연구를 시작했다.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어 나만의 새벽 루틴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기상과 함께 꼭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아이 셋을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내 생활에 최적화된 타임라인! 그것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았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 끝에 나에게 가장 적합한 기상 시간은 새벽 3시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대한 저녁 일들을 빨리 마무리하고 막둥이랑 저녁 10시를 넘기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엄마 껌딱지인 우리 막내는 내가 자야 잠이 든다. 엄마가 깨어 있으면 옆에서 계속 빙빙 주변을 돌거나 늦게 잠들곤 했다. 최대한 저녁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밀도 높게 집안 일과 아이들을 챙긴 후 함께 일찍 자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제는 새벽 3시 알람이 울리기 전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마신다. 인증 사진도 찍는다. 노트북을 연다. 인터넷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둔다. 주방으로 가서 커피포트에 물을 끓인다. 커피포트의 기운찬 소리를 들으며 기지개를 켠다. 뜨거운 물 반절, 차가운 물 반절을 섞은 음양탕을 마신다. 미지근한 물 한 모금에 내 안의 나쁜 독소들이 빠져나가는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한 잔을 내리고 노트북 앞에 앉는다. 이렇게 나만의 기상 리추얼이 만들어졌다. 몸이 알아서 먼저 움직인다.
새벽은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다. 잠이 깬 후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은 3p 바인더를 활용해서 매일 다이어리 쓰기였다. 내 삶의 기록이 필요했다. 여기저기 끄적거리듯 적어두는 기록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바인더는 적는 법도 있고 사용하는 요령이 있어서 공부가 필요했다. 처음부터 욕심부리지 않기로 했다. 하루에 조금씩 3P 바인더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며 익혔다. 내 삶의 기록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몇 권의 바인더가 만들어졌다. 더는 새벽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하지 않는다. 다이어리를 펴고 오늘의 할 일을 계획하고 점검하는 일을 매일 실천한다. 오늘을 쫙 잡고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새벽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계획하지 않으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보람이 없다. 30분 단위로 끊어서 써 보기로 했다. 3p 다이어리, 감사일기, 긍정 확언을 매일 의식을 치르듯 하고 나면 가장 중요한 일을 했다. 바로 글쓰기였다. 1일 1편 글쓰기. 1.5매 초고를 쓰는 일은 단박에 되지 않았다. 이제 막 글쓰기에 입문한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루에 다 쓸 수 없었다. 쓰다가 멈추고를 반복했다. 내가 과언 40편의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느꼈다. 어제 쓴 글을 다시 꺼내어 쓰는 일을 반복하기도 했다. 어느새 초고 40편의 글이 완성되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매일 쓰다 보니 초고의 끝이 보였다. 고단한 몇 번의 퇴고 과정을 거쳐 출판사에 투고하게 되었고 내 이름 석 자가 박힌 책 한 권이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보았다.
새벽 3시 기상을 최적화한 이후에는 30분씩 끊어서 시간을 활용했다. 또 새벽 시간을 1부와 2부로 나누어 썼다. 바로 일어나 행하는 몇 가지 리추얼을 통해 잠이 완전히 깨면 바로 글쓰기를 한다. 늘 글을 쓰는 일은 매우 어렵다. 어느 날은 생각지도 못하게 술술 써지다가도 또 어느 날은 한 문장도 쓰기 어려운 날이 있다. 매일 365일 다 잘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런 날을 그냥 흘려보낸다.
끙끙거리며 고심하다가도 새벽 5시 30분이 되면 글쓰기를 멈춘다. 아직은 동트기 전이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10분 달리기를 하거나 아파트 안을 돌며 가벼운 산책을 한다. 30여 분 몸을 움직이고 나면 점점 아침 해가 떠오른다. 봄에는 나팔꽃이 나를 반겼고 여름에는 매미 소리가 흥겨웠다. 가을은 귀뚜라미 소리가 정겨웠고 겨울에는 밤새 내린 도둑눈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이 특별한 산책을 ‘새벽 아티스트 데이트’라 이름 지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 시간은 바쁜 일상을 사는 나에게 삶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선물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아무리 바빠도 네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살피고 보라는 속삭임 같았다. 잠깐 멈추고 주변을 바라보았을 뿐인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꽃과 풀벌레, 새소리뿐 아니라 새벽과 아침이 교차하는 신비로운 하늘빛을 볼 수 있었다. ‘와, 내가 살아있구나. 오늘을 다시 시작할 수 있구나.’ 하루의 감사와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새벽 아티스트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가볍게 10분 독서를 한다. 사실 10분은 별것 아니지만 매일 실천하는 10분은 큰 힘을 가지고 있다. 타이머를 맞추고 10분 독서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 블로그에 서평을 쓰고 마무리를 짓는다.
아직도 나만의 새벽 루틴 연구가 진행 중이다. 어쩌면 평생, 이 연구를 지속할지도 모른다. 하다 보면 더욱 나에게 맞는 루틴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새벽 기상을 결심했던 첫날과 오늘이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일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어제의 새벽과 오늘의 새벽은 같지 않다. 『들뢰즈와 교육』에서 들뢰즈가 말한 차이 생성이 바로 이런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매일 반복되는 새벽이지만 분명히 서로 다른 차이를 가지기 때문이다.
새벽 루틴을 반복했을 뿐인데,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분명 다르다. 새벽은 나를 성장시켰다. 나만의 새벽 루틴이 있는가? 그것은 누가 대신 만들어 줄 수 없다. 내가 만들어야 한다. 나에게 맞는 나만의 루틴 만들기,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무한 반복한다면 내가 꿈꾸는 일을 이룰 수 있다. 우선 그 루틴을 찾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분명 그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적극적으로 실행되는 괜찮은 계획이 다음 주의 완벽한 계획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새벽 루틴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실행이 먼저다. 하다 보면 만들어진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바로 실천하자. 어제의 새벽과 오늘의 새벽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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