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 이제 정말 겨울로 들어섰다. 학생들은 기말고사 준비에 한창이고, 주부들은 미뤄뒀던 김장이며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는 시기다. 이때가 되면 찬 바람에 손발이 차가워지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수족냉증.
진짜 수족냉증은 한여름에도 손발이 차다지만, 다른 때는 멀쩡하다 유독 겨울만 되면 손발이 시리다 못해 꽁꽁 어는 사람들이 있다. 변온동물도 아닌데.
학교 다닐 때도 그런 아이들이 있었는데, 심지어 손톱까지 보라색으로 변해버리는 친구도 있었다. 사시사철 손발이 따끈따끈한 나는 그런 아이들의 손을 꼭 쥐어 녹여주곤 했었다.
그렇게 인간 손난로 같은 나지만, 차가워지는 신체 일부가 있는데, 바로 코다. 코뿌리는 괜찮은데 코끝이 그렇다. 밖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 따뜻한 실내에서도 그렇다. 그럴 때면 주먹을 말아 엄지와 검지가 만드는 그 틈에 코를 대고 녹이곤 한다.
그러다 가끔은 밤에 포근한 이불속에서도 코가 시려서 잠이 오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 막내는 가끔 머리가 차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데, 나는 코가 시리다. 한옥도 아니고 아파트에서 머리가 시리고 코가 시리다니 우스운 일이다.
막내의 생애 첫 사진을 보면 비니를 쓰고 있다. 체온 조절이 잘 안 되는 아이는 병원에서 모자를 씌운다는데, 그래서였던 것 같다. 지금도 찬바람이 불면 바라클라바를 쓰고 다니고, 잘 때도 가끔 머리를 싸고 자는 걸 보면 체질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코끝이 차가워지는 것도 체질인가. 어떤 사람은 갑상선 기능 저하 때문이라고도 하고, 비강 점막이 건조하거나 비염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혈액순환을, 또 다른 이들은 경락이나 폐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하기도 한다.
갑상선이나 폐의 문제는 아니니 혈액순환이나 비강 점막 건조 쪽에 무게가 실린다. 갱년기를 지나다 보니 전에 비해 사방이 건조해진다. 피부뿐 아니라 눈이나 입술까지 건조하다. 심한 사람은 건조함이 지나쳐 질염에 걸리기도 한다고 한다.
혈액순환 문제도 솔깃하다. 요즘 들어 가끔 어깨나 무릎, 손목, 팔꿈치 등에 통증을 느끼곤 하는데, 따뜻한 물이나 찜질기, 드라이기로 풀어주면 또 멀쩡해지니 말이다.
어릴 적엔 스케이트 타고 썰매 타는 재미에 겨울이 정말 좋았다.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할 수 있어 눈이 오면 신이 났다. 나이가 들면 좋았던 것도 귀찮아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눈 쌓인 풍경은 눈으로 보기에만 좋을 뿐. 더 나이가 들면 낙상에도 조심해야겠지.
추워져서 코가 시린 건 어릴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진데, 유독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덜 바빠져서일까 아니면 체력이 떨어져서일까. 흥미로운 일을 많이 만들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예전보다 보온에 더 신경을 써서 혈액순환이 잘 되게도 해야지. 덥고 답답한 걸 싫어하는 게 문제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