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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Xpaper Nov 06. 2024

[후기] 소설 쓰다가 깨달은 것들

후기

[후기] 소설 쓰다가 깨달은 것들



브런치북에 소설 두 편을 연재했습니다. 연재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랫동안 직장 일로 바쁘단 핑계로 글을 제대로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알고 보니 그건 모두 핑계였던 것 같습니다. 뭔가 꾸며내야 하는 소설의 경우, 연재를 매일 하다 보니 정신이 좀 없긴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한 거라서 매일 매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뮤즈가 매일 올 수는 없으니, 뮤즈 대신 약속을 하는 게 글쓰기에는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단편소설 <여름의 눈>은 무척 애정하는 소설인데, 좀 지나친 장면들이 있어서 과거 문우들이 합평할 때 싫어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막상 마지막 문장까지 쓰고서는 혼자 안도했습니다. 여자 주인공<이진>에 대해서는 먼 훗날 다시 다른 이야기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때에는 아마도 무기력하게 죽임을 당하고  가만히 있지만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이 소설의 모티브는 일본 아이돌 기쿠치 모모코의 노래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 가수는 노래를 아주 잘 부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가수입니다. 고음이나 그런 가창력은 없지만 그냥 듣기 편하게 부르는 게 장점인 것 같습니다. 어떤 노래를 자주 듣다 보면 소설의 단상이 떠오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요즘은 그런 노래가 드물거나, 아니면 아예 노래 자체에 강력한 스토리를 동반하기에 무슨 단상 같은 게 떠오르기 어렵기도 합니다만.


단편소설 <듀오 헤븐>은 몇 년 전에 썼다가 결말이 신통치 않아서 버렸던 소설입니다. 브런치 북에 다시 연재하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별 볼 일 없는 글이라도 다시 숙고하면서 고치면 적어도 완결까지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몇 분은 좋아해 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티티는 진정 제가 의도한 인물과는 다르게 흘러간 대표적인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원래는 나쁜 캐릭터로 등장시켰는데, 스스로 멋진 대사를 읊어서 저 자신도 깜짝 놀랐습니다. 덕분에 소설 속 인물이란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나름 생명력이 있으니까요.


소설 쓰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은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애니멀>입니다. 그 중에서도 <Pigs>는 참으로 좋았습니다. 저보다 윗세대 분들이 좋아하던 핑플 음악인데 어느새 저도 너무 너무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스티븐 킹은 핑크 플로이드가 음산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저도 소설 속에서 음산하다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들을 때마다 이 음반은 음산한 게 아니라, 너무 경쾌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음악이 글쓰기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크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좀 쉬다가 브런치북에 장편 소설을 써보고 싶습니다. 순수문학은 단편소설에 어울리고, 장편 소설은 모험적인 이야기이여야 한다고 혼자 생각해 봅니다. 젊은 사람들은 진보적이고 강렬하고 산성적인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나이도 좀 있고 해서, 그냥 재미있는 장르적인 소설을 쓰고 싶어집니다. 재미있는 게 아니라면 인생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런 생각이 자꾸 들거든요. 이번 소설을 쓰면서도 그걸 깨달았습니다. 그냥 재미있게 살자, 그게 정답인 것 같다는.      


하하.     


뭐 자꾸 쓰다 보면, 무료한 제 삶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제게 영감을 준 음악들 ... 



https://youtu.be/gZM1WQKwpl0


                    

https://youtu.be/RC6V9jx4A9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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