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롤 May 01. 2019

해질 무렵 나와 당신들

당진에서 보낸 어느 일요일

당진으로 가는 차에 올라 라라 랜드 OST를 재생시킨다. 빛 좋은 주말 오후, 사랑스러운 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니,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아침에 만든 유부초밥을 나눠 먹고 후식으로 준비한 귤도 입 안으로 털어 넣는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 주차장 너머로 대관람차가 보였다. 놀이기구와 거리가 먼 나는 놀이동산에 간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탈 수 있는 기구는 겨우 두세 개뿐이지만, 왠지 모를 설렘과 긴장 같은 게 피어올랐다.





친구들은 롤러코스터를 보고 열광했고 놀이기구 앞에서 주저하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결국 세 사람을 올려 보낸 뒤 실눈을 뜨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기구가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마다 몸을 움찔하면서. 끝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흐른다. 다음은 대관람차. 낡고 오래된 관람차에 몸을 싣고 아늑한 도시의 전경을 구경한다. 금세 한 바퀴를 돌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친구는 근처에 부둣가를 발견했다며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햇빛을 받은 바다는 금빛으로 물들어 아름답게 반짝였다. 배 몇 척과 파도 소리, 낚시하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이 고요한 순간에 뜨거운 미소가 피어오른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삽교호에서 나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향한다. 금세 출출해져서 근처에 차를 세워보지만, 마땅히 먹을 만한 곳이 없다. 결국 편의점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랜다. 한참을 달려 바닷가가 보이는 마을의 언저리에 도착했다. 이미 해가 넘어갈 대로 넘어가서 일몰을 천천히 즐기기로 한다. 양 옆에서 불어대는 바닷바람에 추위가 엄습한다. 반대편 들판에는 어스름이 내려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6시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어두워질 줄이야. 한낮에는 봄이더니 밤이 되자마자 겨울이다. 친구가 챙겨 온 핫팩 덕분에 수족냉증의 파국을 면한다. 낮게 나는 새 무리 아래 네 사람이 일몰의 아름다움 속에 빠져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호탕한 웃음을 흘리는 밤, 즐겁다.







저녁을 먹기 전에 잠시 들른 해수욕장. 모래사장 위의 발자국이 갈색 파도가 되어 일렁였다. 폭죽을 터뜨리며 당진의 밤을 장식한다. 먼발치에 있던 아이들은 폭죽 소리를 듣고 짹짹거리며 환호하고 엄마 아빠는 그런 그들의 손을 잡는다. 한동안 이곳의 따뜻한 장면이 마음을 간지럽히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알제리를 여행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