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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May 01. 2019

파란빛에 물드는 시간

소소하고도 눈부신, 제주의 파란빛에 대하여

커튼을 걷어내자 진한 새벽하늘이 쏟아져내린다. 꿈나라에 있는 여자들의 단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거실로 나온다. 난로를 켜고 주전자에 물을 붓는다. 간단한 아침 준비를 마친 뒤 꼭 해야 할 일, 빈백에 누워 제주의 그림 같은 마을 감상하기.





여덟 시, 꿈나라에 있는 친구들을 내버려두고 산책에 나선다. 돌담길 옆으로 난 계단을 보고 주저 없이 옥상으로 향하자, 하도리에 모여 있는 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몰아치는 바람에 얼굴이 얼지만, 산책할 가치가 충분한 풍경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다. 멀어져 가는 마을에 인사하려는 찰나, 눈부신 바다가 두 눈에 가득 찬다. 우리를 멈추게 한 하도 해변 어딘가. 그 너머로 보이는 토끼섬이 아침을 빛내고 있다. 파도 앞에서 청량한 파란빛을 들이마시다 사정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급히 철수. 이제 종달리로 갑니다. 안녕, 하도리!



강아솔의 ​‘하도리 가는 길’을 들으며 마을의 경계를 넘는다. 구불구불한 도로와 산책로와 몇 개의 섬이 보이는 종달리 전망대. 어제의 달리 맑은 하늘이 우리를 반겼다. 찻잎이 씹히던 아침의 페퍼민트 차의 향, 깨끗한 하늘과 해안도로, 차를 가득 채우는 고요한 음악들,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칼바람. 정말이지 감탄사 말고는 내뱉을 말이 없는 섬이다. 요란한 웃음소리와 바다 위의 햇살을 카메라에 담는다.




점심을 먹은 뒤 제주시로 넘어가는 길, 세화 카페에서 반한 플레이리스트 중 한 곡을 재생시킨다. Carla bruni의 첫곡은 Stand by your man.
“너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 봤어?”
“아니, 근데 이게 그 드라마에서 나온 노래라는 건 알아. 거기 박해인 나오잖아.”
“이해인 아니야?”
“얘들아, 정해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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