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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우리의 전통 된장과 간장

by 남동휘

나는 그동안 밥은 입에 맞는 것으로 한 끼 때우면 되는지 알고 살았다.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더라는 우스개 소리처럼 우리가 먹는 음식을 골치 아프게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식이 다른 나라 음식인 중식이나 일식, 양식보다 좋다는 이야기는 가끔 들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가 매일 먹는 한식이 다른 나라 음식보다 몸에 좋은 건강식이다. 이 한식에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 발효식품 중 으뜸을 차지하는 것이 된장국이다. 솔직히 나는 보글보글 끓여 먹는 된장국이 우리 몸에 얼마나 좋은지 잘 몰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발효식품 중 된장에 관한 이야기를 보자.

이기영의 ((음식이 몸이다))를 살펴보면 된장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들이 있다. 된장은 무르지 않다는 ‘되다’의 뜻을 가지며 토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된장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290년경의 중국 고문헌 ((삼국지))와 ((위지동이전))에 고구려인의 장 담그기, 술빚기의 솜씨가 매우 훌륭하다고 소개되어 있다. 1018년 고려사 지에 된장의 기록이 있다.

메주는 일본에도 전래되었는데, 701년 일본의 대보율령에는 장과 시, 말장이 기록되어 있다. 이 말장이 일본의 (정창원문서/739년)에 ‘고려의 (된) 장인 말장이 일본에 들어와서 그 나라 방언 그대로 미소라 읽는다’라고 나온다. 왜식 집에 가면 맛볼 수 있는 미소 된장국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건강식품의 대명사인 콩을 원료로 발효시킨 장류 문화권의 오랜 중심 국가였다.

된장을 만들려면 메주를 쑤는 시기가 중요하다. 메주 쑤기 장인이었던 어머님이 하는 모습을 보자.

감나무에 까치가 먹으라고 남긴 몇 개의 감이 말라서 쪼그라들기 시작할 때쯤이면 어머님이 메주를 만들기 위해 콩을 삶았다. 돌절구로 찐 콩을 네모난 나무 상자에 넣고 맨발로 밟아 메주 모양을 만들어 바람이 잘 통하는 방에 불을 때며 하루를 두면 잘 굳는다. 겉이 웬만큼 굳은 메주를 짚으로 매서 안방 천장에 매달아 놓았다. 메주는 따뜻한 방에 두어야 잘 뜨는데 겨울이 지나 곰팡이가 피면서 노란 진이 나와야 잘 발효된 것이다. 이것은 누룩곰팡이가 번식한 것인데 적당히 말라야 잘 자란다. 3월 초나 돼야 메주로 장을 담글 수 있는데 표면에 푸른곰팡이가 피면서 단백질이 분해되므로 겨우내 고린내가 방안을 진동한다. 메주가 너무 질거나 추운 방에서 잘못 띄우면 검은 솜털 같은 곰팡이가 뒤덮는데 이것은 발효가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증거다. 3월 초에 잘 뜬 메주를 떼어내 소금물에 담그는데 물 한 동이에 소금 반말을 넣어 계란을 넣어서 떠 있을 정도는 돼야 간장이 잘 발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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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단백질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심장마비를 치료할 수 있고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된장은 유방암, 직장암, 위암, 전립선암에 효능이 있는 이소플라본과 사포닌, 트립신 억제제 같은 항암 성분이 풍부하다.

이밖에도 된장에는 칼슘과 칼륨, 철분, 아연 등의 미네랄이 풍부해 육류 과잉섭취로 산성화 된 혈액을 알칼리로 바꿔주고, 뼈의 칼슘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여 골다공증 진행을 막아준다. 골고루 함유된 비타민과 미네랄은 다양한 효소와 함께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줌으로써 에너지를 소모시켜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된장은 옛날부터 다섯 가지 덕을 갖추어 오덕(五德) 식품으로 불려 왔다. 다른 맛과 섞여도 고유의 맛과 향미를 잃지 않는다는 단심(丹心), 오래도록 상하거나 변함이 없다는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없애면서 본래의 영양가는 생선이나 고기보다 못하지 않다는 불심(佛心), 매운맛이나 독한 맛을 중화시켜 부드럽게 해 준다는 선심(善心), 그리고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고 자연과 동화를 이룬다는 화심(和心)이다. 이렇듯 우리 한식은 자연철학의 정신이 배어있는 건강한 음식이다.

임경락 ((흥부처럼 먹어라, 그래야 병 안 난다/2010/(주)서경지엠피))을 보자.

발효는 유기물이 미생물 작용에 의해 분해나 변화해서 유용한 물질로 바뀌는 것이다. 옛날부터 부잣집 장이 맛있다고 하는 것은 부잣집이 따뜻해서 메주의 발효가 잘되었기 때문이다. 곰팡이균 중에 전통 간장에 피는 흰 곰팡이 균은 주로 공기 중에 있다가 온도와 습도가 맞는 곳에서 번식한다.

전통 간장은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서 뺀 진액이다. 간장도 된장을 우려낸 물이기 때문에 모든 조미료의 으뜸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간장이 오래 발효된 배양균이다. 부잣집에서 담그는 겹장은 오래된 간장에다 해마다 소금물을 넣고 메주 넣고 장 담그면 원래 있던 묵은 간장의 이로운 균이 배양돼 번식하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장맛을 가문의 자랑으로 여겼다. 충북 보은의 보성 선 씨 종갓집에서 350년 동안 대물림해 온 간장은 1리터에 무려 5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간장을 끓이면 균이 죽을 것 같은데, 옛날 어른들이 간장을 달이면 맛있는 냄새가 온 마을에 퍼졌다. 이것은 열을 가해 오래 끓일수록 이로운 균만 남아서 그렇다. 된장국은 오래 끓일수록 맛있다. 그래서 발효식품은 오래될수록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잘 체하는 음식이 밥, 떡, 고구마, 고기 주로 이 네 가지다. 밥은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젓갈 등의 발효식품과 같이 먹어야 안 체한다. 옛날에는 어떠한 식중독이든 된장 한 숟가락을 미지근한 물에 타 먹으면 고쳐졌다고 한다. 된장이 해독제이고 소화제 역할을 한 것이다.

된장 박사 손찬락은 ((우리 몸은 자연을 원한다))에서 전통 된장 담글 때 팁을 하나 선사 한다.

발효된 된장을 저장할 때 항아리에 넣고 반드시 입구를 한지로 밀폐하여 뚜껑을 덮어주어야 변질을 막는다. 된장을 퍼낼 때마다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꼭꼭 눌러 주어야 한다. 마른 고추씨나 멸치 머리를 빻아 위쪽에 뿌려 놓아도 좋고, 햇볕이 강한 날에는 4~5시간 뚜껑을 열어 주는 것이 변질을 예방한다.

일본 농수성 식품종합연구소의 연구에 의하면, 된장에 포함된 유리 리놀산이라는 지방은 멜라닌 색소의 합성을 억제한다. 멜라닌 색소는 기미나 주근깨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된장국만 매일 먹어도 맑은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식품 중 하나가 된장국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 중에 특히 단백질이 나이 먹을수록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동물성 단백질 보다 식물성 단백질이 우리 건강에 더 좋다.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식물성 단백질의 보고인 된장에 겨울철에 구할 수 있는 무청 시래기를 넣은 된장국이 문득 생각난다.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이 주는 좋은 점을 알아봤다.

임경락/((흥부처럼 먹어라, 그래야 병 안 난다))/농민신문사/2010

손찬락/ ((우리 몸은 자연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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