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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구수한 청국장 이야기

by 남동휘

발효식품 이야기를 하면서 청국장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은 청국장이 몸에 좋은 건강식품이라고들 알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냄새를 싫어한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식당에서 여러 메뉴 중 청국장을 고르려면 퀴퀴한 냄새가 먼저 코를 찌른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냄새는 싫지만, 건강식품인 청국장이 가진 역사와 좋은 점을 알아보자.

고구려와 발해 시대에 만주 초원에서 유목민 생활을 하며 살던 우리 선조들은 말안장 밑에 주머니를 달아 삶은 콩을 넣어 다니며 꺼내 먹었다고 한다. 말의 체온으로 삶은 콩이 자연스럽게 발효되었는데 이것이 청국장의 효시가 되었다. 청국장은 일본에도 전래되어 현재 낫토라는 음식으로 남아 있다. 낫토를 먹을 때 냄새와 끈적임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청국장을 먹고 체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청국장은 이미 미생물들이 분비한 소화효소에 의해 어느 정도 분해가 된 상태이다. 이는 소화가 잘될뿐더러 변비와 설사를 멈추게 하며 장운동을 도와 장 건강에 좋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기능성 펩타이드는 고혈압과 치매, 뇌졸중을 막아주고, 칼슘의 흡수를 막아 골다공증을 예방해 준다. 콩이 가진 좋은 성분에다가 발효까지 되었으니 더 말할 나위 없이 건강에 이로운 식품이다. 주로 빨리 증식하는 세균만을 이용하여 질척하고 높은 온도에서 2~3일 만에 속성으로 발효시켜 만든다.

청국장에 들어있는 젖산균인 바실러스균은 1g에 10억 개 이상의 균이 있지만 요구르트 1g에는 100만 개의 유익균이 있을 뿐이다. 바실러스균은 프리바이오틱스에 사용되는 단백질을 분해하고 소화 기능을 돕는 유익균이다. 청국장은 설사가 있으면 설사를 방지하고,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는 변비를 개선해 준다.

청국장에는 레시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혈액 속에 세포 또는 혈관 벽에 부착되는 악성 콜레스테롤을 혈액 속으로 녹여내어 노폐물로서 몸 밖에 배설되게 한다. 그래서 혈액순환이 부드러워지고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풍부하게 들어있는 레시틴이 인슐린의 분비를 왕성하게 하여 당뇨병에 도움을 준다. 청국장은 단백질이나 비타민, 미네랄의 섭취에 유리할 뿐 아니라 100g당 3mm의 철분이 들어있다. 비타민 B12도 포함되어 빈혈을 예방한다. 청국장 100g에 칼슘이 217mg이나 들어있어서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청국장의 레시틴은 혈액순환을 부드럽게 하여 혈전을 녹여서 심장병 예방과 뇌졸중(중풍) 예방에 좋다. 그 외에도 노화 방지, 피부미용, 다이어트 효과, 치매 환자에게 부족한 아세틸콜린이 풍부하여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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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내가 청국장을 식당에서 먹자고 하면 반대했던 일이 생각난다. 사실 청국장 냄새가 싫어서 이렇게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이 있는지를 모르고 피했다. 요즘은 내가 무청으로 만든 시래기 된장국이나 청국장을 먹자고 하면 아내는 별말 없이 끓여준다. 건강을 위한 여러 가지 음식들이 우리 집에 있음이 새삼 감사하다.

한때 콩의 수입 과정 중에 많은 농약과 화학비료, 방부제와 살충제가 사용되었는가를 걱정했다. 다행히 아내는 국산 콩으로 만들면서 냄새가 나지 않는 청국장을 구했다. 그동안 청국장을 피했다면 이제는 찾아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일본의 낫토도 청국장과 비슷한 성분이 있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내 입맛에는 청국장이 훨씬 맛있었다. 싱겁게 끓인 청국장은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오늘의 저녁 식사 메뉴는 청국장으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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