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8) 발효식품 김치

by 남동휘

나는 매일 먹는 밥과 김치를 너무 당연시해왔다. 며칠 전 아내가 김치를 담그는 것을 봤다. 먼저 잘 씻은 배추와 무를 소금물에 절여 숨을 죽게 한다. 그리고 준비된 양념을 버무려서 살짝 익힌 후에 김치냉장고에 보관하여 먹는다. 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외국에서 생활하는 유학생 부부의 김치에 관한 인터뷰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유학생의 아내는 처음 김치를 담그는지 배추를 소금물에 절여야 하는 과정을 몰랐다. 결국 숨이 죽지 않은 배추가 양념을 뒤집어쓴 채 다시 살아서 밭으로 가려했다는 우스갯소리였다. 그냥 들으면 웃기는 말이었지만 당사자는 먹고 싶은 김치가 이건 아닌데 하며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요즘이야 유튜브를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지만, 예전에는 엄마에게 제대로 김치 담기를 못 배운 경우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다. 우리의 발효식품 중 김치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기영의 ((음식이 몸이다)) 를 읽어보면 김치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들이 있다.

역사적으로 김치에 관한 첫 기록은 삼국유사에 등장한다. 신라 신문왕 때 김치와 유사한 반찬이 밥상에 올랐다고 한다. 고추를 넣어 만든 매운 김치는 1600년경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후에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1760년경 유종림의 ((증보산림경제))에 동치미, 김장, 짠지, 나박김치, 소박이 등 20여 가지의 김치가 등장한다. 과거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 등을 보충해 줄 수 있는 훌륭한 식품인 채소를 겨울철에는 구할 수 없었다. 그즈음 채소를 소금에 절여 겨우내 저장해 두고 먹을 수 있는 김치의 모습이 갖추게 되었다.

김치는 비타민 A, B, C 등 핵심 비타민이 풍부하고, 정장작용을 해주는 유산균이 많으며, 섬유질이 풍부한 저지방 다이어트 식품이다. 주재료인 배추, 무, 갓, 고추, 마늘, 파, 생강 등에는 많은 양의 항산화 비타민인 A(카로틴), 비타민 C와 무기질, 섬유질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김치는 숙성 2주째에 비타민 C 함량이 최고로 높아진다. 잘 익은 김치는 뇌 활성 아미노산인 가바(GABA, Gamma-Amino Butyric Acid)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뇌 기능 촉진, 집중력 향상, 정신안정, 혈압 저하 등의 효과가 있어 학습에 도움이 된다.

snowfield-9707323_1280 (1).jpg


김치를 발효시키는 유산균은 발효 과정에서 장 내 유용 미생물의 증식을 촉진하며 변비와 대장암 예방에 좋다. 김치 유산균은 높으면 몸에 해롭다는 LDL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낮춘다. 그리고 고추의 캡 사이신 성분은 지방을 분해하여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을 준다.

비닐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 농약과 질소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배추나 무는 조직이 치밀하고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황 화합물 등의 면역물질 함량이 높아 질병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 농약을 치지 않으면 해충이나 병원균과 싸우기 위해 식물 스스로 이러한 면역물질들을 축적해야 하므로 유기농 채소와 과일은 산삼 같은 보약과 같다. 유기농 배추나 무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것보다 조금 더 질기고 단단하며 약간 매운맛이 강하다. 그리고 향기와 색깔이 진해 냉장고에 반년 이상 오래 저장해도 무르지 않고 싱싱하다. 노지에서 농약을 안 치고 키운 배추나 무가 그렇지 않은 농산물에 비해 각종 색소와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의 함량이 30~120%나 더 높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옛날에는 김치를 담그는 날이면 푸른 배추의 억센 잎들을 따로 모았다가 우거지 된장국을 끓여 먹었고, 깍두기를 담글 때 무청은 고스란히 토막 내어 무와 함께 벌겋게 버무려 먹었다. 그 무청이 무엇보다 맛있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잎은 잎대로, 줄기는 줄기대로, 뿌리는 뿌리대로 보관하고 조리하여 먹었던 조상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요즘은 자연식, 유기농 음식이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졌다.

김치와 관련 있는 무청을 비롯한 푸른 잎채소의 유익한 점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있다.

미국의 산부인과 의사이며 심신 의학자인 크리스티안 노스럽 박사는 책((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강현주 역/한문화멀티미디어/2000년))에서 “여성은 폐경이 되어도 부신을 비롯한 다른 신체 조직에서 더 많은 양의 여성호르몬이 분비된다”라고 했다. 여성은 폐경과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 저하 때문에 골다공증과 골절의 위험이 높아질 리 없다며 푸른 잎채소를 권했다..

실제로 무청을 비롯한 채식을 하면 골다공증과 골절의 위험이 현저히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K는 푸른 잎채소에 많이 함유되어 있고 장내 세균에 의해서도 합성된다. 비타민K는 칼슘의 이용과 뼈 단백질을 합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아내의 친구 중에 김치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너무 김치를 좋아해서 주위 친구들이 그녀와 같이 식당에 가기를 창피해할 정도다. 밥을 먹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주인 눈치를 보지 않고 몇 번이고 김치를 추가로 시킨다. 그러면 본인보다 친구들이 주인에게 더 미안해한다. 그러나 김치가 가지고 있는 영양소나 효능을 알고 나니 그녀가 현명한 사람으로 다시 보였다. 김치 덕분인가 그녀는 60이 한참 지난 나이에 복싱으로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소금에만 절인 김치를 그대로 숙성시키면 처음에는 염분의 짠맛 외에 다른 맛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발효 작용으로 인한 신맛과 약간의 단맛이 생긴다. 이 맛이 미생물의 번식과 활동을 증명하는 ‘발효의 맛’이다.

나는 처음 가는 식당에서 발효된 김치의 맛으로 다른 음식 맛까지 미리 짐작한다.

대부분 김치가 맛없는 식당의 음식은 역시 마찬가지다. 겨울에 먹게 되는 간식인 고구마를 먹을 때 익은 김치와 같이 먹으면 체하지 않는다. 이것은 소화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이 있다는 말이다. 매일 먹는 김치를 통한 건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이기영의 ((음식이 몸이다.))

크리스티안 노스럽((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강현주 역/한문화멀티미디어/2000년))

keyword
이전 17화(17) 구수한 청국장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