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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유기농 제철 식품

by 남동휘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제철 작물이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내와 산책을 하면서 유기농 제철 식품의 구입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내가 내게 농담 삼아 “그동안 식품에 들어있는 방부제 덕분에 아직 상하지 않고 건강하니 고맙게 생각해, 농약 하지 않은 농산물이 있으면 사와 봐”라고 한방 먹였다. 아내는 유기농 제철 식품을 이야기하는데 방부제를 더하는 것이었다. 농담이라도 음식에 들어있다는 방부제는 건강에 해를 끼치면 끼쳤지 이롭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농작물을 내가 직접 재배하지 않고 농약을 쓰지 않은 농산물을 찾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내가 반찬거리를 사본 적이 거의 없었으니 대답이 궁했다. 그런 내가 유기농 제철 작물 이야기를 하니 아내는 기가 막힌다는 것이었다.



이기영의 ((음식이 몸이다))에서 지렁이를 사용한 유기농업으로 성공한 쿠바의 모습을 보자.

요즈음 쿠바는 유기농업의 정착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쿠바는 미국과 오랜 대립으로 경제봉쇄를 받아왔다.

쿠바는 인구 1100만 명의 작은 열대 섬나라로 미국 본토에서 불과 200Km 떨어져 있다. 쿠바는 수백 년 동안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 지배하에서 고통받다가 1959년 카스트로의 공산혁명의 승리로 독립했다. 미국은 케네디 대통령 시절인 1962년, 핵 위기 사태를 일으키는 등 눈앞의 가시 같은 존재인 공산주의 국가 쿠바의 경제를 완전히 봉쇄했다. 그 후 1991년 구소련이 붕괴되고 소련에서 수입했던 비료와 농약 그리고 석유까지 한꺼번에 공급이 중단됐다. 이 상황에서 쿠바는 총체적 위기의 해결책으로 도심지를 포함한 전국에서 유기농업을 시작했다.

봉쇄되기 전까지 소련의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했던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민적인 유기농업을 카스트로의 명령으로 시작했다. 여성을 중심으로 10년 동안 진행된 쿠바의 유기농업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지렁이를 이용하여 흙을 살렸다. 해충을 제거하는 일도 자연이 담당했다. 쿠바는 유기농업을 시작하기 전에 43%에 불과했던 식량 자급률을 거의 100%로 끌어올려 자급자족을 실현했다.

쿠바 유기농업의 일등공신인 지렁이는 10여 년 동안이나 살 수 있는 장수 동물이다. 흙 속에 살면서 유기물질 쓰레기를 분해하고 검은흙 똥인 분변토를 배설해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 지렁이는 2.5미터 깊이의 땅속까지 팔 수 있다. 지렁이는 땅 표면과 내부의 흙을 순환시키고 공기를 섞어줄 뿐만 아니라 빗물이 잘 스며들게 땅을 살리므로 그야말로 자연의 쟁기인 것이다. 이런 지렁이를 쿠바에서는 도시의 농부라고 부르고 있다.

만약 지렁이가 없어진다면 세상이 모두 사막으로 변할 것이다.

길을 걷다가 볼 수 있는 지렁이가 이렇듯 큰일을 하는지를 몰랐다. 나는 요즘 흙과 나무가 있는 길가에서 인도로 나오는 지렁이를 보면 흙이 있는 곳으로 옮겨준다. 그냥 놔두면 지렁이는 포장된 인도에서 꿈틀거리다가 말라죽기 때문이다.

쿠바의 전 국민이 유기농 식품을 섭취한 결과 병원을 출입하는 환자 수가 3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영아 사망률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아지는 등 북미와 남미를 통틀어 가장 건강한 나라가 되었다.

지금은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한 쿠바의 유기농업을 많은 외국의 농업인들과 환경단체들이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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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체 암의 약 35%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음식과 암의 상관성을 뒷받침한 예로 대장암과 유방암은 육류와 지방 섭취가 많은 북미나 유럽 국가에서 그 발생률이 높다. 곡류와 채소를 주식으로 하는 남미와 동양은 상대적으로 낮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기농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유는 과일, 채소, 곡류 등에 함유된 피토케미컬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은 항산화 작용, 해독 작용, 면역 기능, 호르몬 작용, 항박테리아, 항바이러스 등의 다양한 기능이 있다. 피토케미컬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다.

하버드대학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서 보스턴에 거주하는 여성 109명의 유방 조직에 토마토의 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의 농도가 높을수록 유방암에 걸리는 위험이 덜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당근, 호박, 감, 피망 등에 들어있는 베타카로틴은 대표적인 항산화제로 노화 방지 및 항암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딸기나 토마토, 수박 등에는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은 베타카로틴보다 10배 강력하게 암세포를 억제하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채소나 과일을 구입할 때 신선하고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을 고르려면 아무래도 비용이 더 든다. 좋은 식재료를 선택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약은 가급 적 먹지 않는 등의 습관을 유지하면, 누구나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아내는 주로 재래 사장과 지역의 로컬푸드에서 식품을 구입한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지역 농산물이지만 농약을 썼을까? 아닐까는 늘 걱정하면서 사게 된다고 한다. 우리는 사려고 하는 농산물에 유기농 인증서가 있으면 믿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농약을 한 과일과 야채를 얼마나 먹고살았을까? 잘 씻는다고 씻어도 남게 되는 농약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두려운 생각이 든다.

나도 지금까지 과일을 고를 때 반듯하고 큰 것만을 선택해 왔던 일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아내에게 부탁한 말이 “이제는 채소와 과일을 고를 때 못 생기고 벌레 먹은 것을 사자”라고 하면서 좋은 식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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