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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Me Jul 10. 2020

늙어가는 것에 대하여

나이 드는 건 괜찮은데 피부가 늙는 건 싫다. 어쩌란 말인가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는 하지만, 난 너무 혼란스러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꽤 안정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자랐지만, 왠지 마음은 항상 혼란스러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혼란스러운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사십 대 중반인 지금은 이전보다 퍽 안정된 상태 이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나이 드는 것이 싫지 않다. 은발을 잘 손질한 중년 부인의 사진을 보면 중후하고 멋져 보여서 절대 새치염색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실제로 새치가 많이 늘면 마음이 홀딱 변해 염색을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지금까지는 한 번도 새치 염색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 드는 것이 다 좋은데, 단 한 가지 피부가 늙는 것은 너무 싫다. 거울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착잡하다. 은발의 할머니가 피부가 탱탱하면 그것도 너무 이상해 보일 것 같지만, 피부 노화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중년인 사람이 너무 젊게 보이는것도 뭔가 이상해 보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피부가 늙으면 건강한 할머니가 아닌 완전히 지친 호호 할머니가 연상되어서 그런지 그냥 너무 싫다. 피부가 늙어가는 걸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만은, 다른 것들은 그럭저럭 노화의 과정을 즐기고 있는 것 같지만 피부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


 2년 전 내 생일에 나 자신을 위해 고가의 LED 마스크를 선물했었더랬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2년 동안 피치 못한 며칠을 제외하고 열심히 사용 중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화장품 바를 때 갈바닉 마사지도 열심히 하고, 영양제도 꼭 챙겨 먹는다. 시간을 거슬러 갈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뭐라도 붙잡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금 큰 바람이 있자면, 불행했던 유년시절에 대한 보답으로 노년은 행복하고 귀여운, 피부가 탱탱한 은발의 할머니가 되고 싶다. 


오늘도 또 하루 늙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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