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여우는 순간 깜짝 놀랐다. 혼자서 어디를 간다는 건 생각도 못 해본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아직 어린 여우일 뿐이야. 혼자서는 그렇게 멀리 갈 수 없다고.”
민들레 홀씨는 솜털을 흔들거리며 잠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힘을 키운 다음 가면 되겠다. 어차피 난 여기 뿌리내릴 테니 그때까지 내가 같이 있어 줄게.”
민들레 홀씨는 솜털이 들썩이게 큰 숨을 들이켰다. 그리곤 기운을 내 씨 아랫부분을 땅속에 조금 밀어 넣었다. 작은 여우는 그런 민들레 홀씨를 보고 마음이 놓였다. 그는 혼자 남겨진다는 것이 너무나도무서웠기 때문이다.
민들레 홀씨는 작은 여우와 며칠을 같이 보내며 그를 돌봤다. 작은 여우가 먹을 것을 잘 찾아 먹었는지 잠은 잘 자는지 확인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민들레 홀씨가 말했다.
”그런데 나 이제 땅속에 뿌리를 깊게 내릴 때가 되었어. 사실 진즉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네가 잘 지내는지 지켜보느라 조금 늦어졌지 뭐야.”
민들레 홀씨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땅속에 들어가서 일곱 밤에서 열 밤 정도 지나야 다시 나올 거야. 그때 내 모습이 달라질 텐데 놀라면 안 된다고.”
작은 여우는 민들레 홀씨가 땅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에 흠칫 놀랐지만 태연 한척했다.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 기다릴 테니 꼭 다시 나와야 해!”
작은 여우는 민들레 홀씨에게 다정하고 말해주고 싶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자고. 이 자리에서 너를 꼭 기다리겠다고. 하지만 생각한 것과는 달리 퉁명스럽게 말해버렸다. 사실 작은 여우는 민들레 홀씨 없이 혼자 지내야 하는 밤들이 무서웠다. 땅속에 들어가지 말고 계속 나와 있어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하지만 민들레 홀씨는 땅속에 뿌리를 내려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작은 여우는 코끝이 시큰해지는 걸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어떻게 우는지 까먹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눈물 한 방울이 눈가에서 또르르 굴러 내려 민들레 씨앗에게 떨어졌다. 일단 한 방울 떨어지고 나니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렸다. 엉엉 우는 작은 여우를 민들레 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봐 줬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울음소리가 잦아들었고, 작은 여우는 목청을 가다듬고 민들레 홀씨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서 꼭 기다릴게. 다시 만나.”
민들레 홀씨는 작은 여우의 눈물에 흠뻑 젖어 솜털을 하늘거릴 수 없었지만, 작은 여우의 눈에는 솜털이 흔들리는 것 같이 보였다. 꼭 다시 만나자고 대답해 주는 것 같았다. 민들레 홀씨는 작은 여우의 눈물의 모두 받아들이고서야 땅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