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엄마

나는 아이를 놓는 연습 중입니다.

by 서진

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감동적인 장면만 나오면 영화든 뉴스든 애니메이션이든 상관없다.
남의 일이건, 픽션이건, 작은 뭉클함에도 눈물이 맺힌다.
그러니, 내 아이의 중요한 순간 - 그것도 겨루기 경기라면 -
울지 않고 버티는 게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


남편이 병원에 있는 사이,
아이는 첫 국기원 승품단 심사를 치렀다.
원래라면 남편과 함께 가서 봤겠지만,
그날은 혼자 새벽부터 분주히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딸바보 아빠가 함께하지 못한 그날이,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아쉬운 하루였을 것이다.


체육관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나는 아이를 찾느라 서성였다.
천 여명의 아이들 가운데,
아이의 번호는 1번이었다.
대표로 단상에 올라 그날 치를 품새를 제비뽑기하는

아이의 모습은 작은 몸에 가득 찬 자부심처럼 보였다.


‘저 작은 아이가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절도 있게 품새를 펼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울컥했다.
실수 없이 품새 파트를 마친 아이는 겨루기로 넘어갔다.
작은 몸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체급 차이 나는 상대와 마주 선 모습은,
마치 싸움처럼 느껴져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아이가 작은 주먹을 꼭 쥐고 발차기를 하는 순간,
그 발차기가 내 마음을 향해 날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눈물이 터졌다.
그냥, 툭.


나는 왜 울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이는 겁내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닥친 현실을 차분히 받아들였고,
그 순간을 자신 있게 통과했다.
반면 나는, 혹시 아이가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그저 아이의 성장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나는 보호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붙잡고 있었고,
아이는 그 손을 조용히 벗어나고 있었다.


아이가 나에게 달려왔다.
볼이 발갛게 상기된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날 나는, 아이의 강인함 앞에서
내가 얼마나 움켜쥐고 있었는지를 봤다.
놓아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아직 겨루기는, 못 보겠다.
아이의 성장을 믿고 싶은 마음과,
그래도 아이가 아프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내 마음속에서 아직 타협되지 않는다.


병원에 가는 길,
아이는 내내 시험 이야기를 했다.
제비뽑기할 때 떨렸던 이야기,
7장이 아니어서 아쉬웠던 품새 이야기,
상대의 배에 닿지 못한 발차기 이야기,
그리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던 순간까지.

나는 조용히 듣고,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수고했어. 엄마는 네가 정말 기특하고, 자랑스러워.”


내 아이는 늘 최선을 다한다.
나는 때때로 점수에 집착하는 아이를 타이르며
실수도 괜찮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어쩌면 아이는 이미 그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믿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걸 보며
나는 또 배운다.


다음 국기원 시험은 1년 뒤다.
그때도 나는 또 울겠지.
그리고 언젠가, 아이를 완전히 놓는 날이 오면
그날도, 나는 울고 있을 것이다.
아이의 성장 앞에서 나는 늘, 눈물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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