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합숙 훈련

엄마 생각이 안 났어.

by 서진

태권도 학원에 다녀온 아이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엄마, 태권도 학원에서 합숙훈련 한대.

나도 가도 되지?”

“음... 못 갈 것 같아.”

“왜?”


실망한 표정으로 되묻는 아이에게,

“생각 좀 해보자”하고 대답을 미뤘다.


사실 나는 아이가 낯선 곳에서 나 없이 지내는 일을

한 번도 상상해해 본 적이 없었다.

입이 짧은 아이가 못 먹는 음식이라도 나오면

배불리 먹지 못할 것 같았고,

밖에서 볼 일 보는 것을 꺼려하는데

공용 화장실을 불편해할 것도 같았다.

씻는 문제도 걱정이었고,

무엇보다 남자친구들과 한 공간에서

자야 한다는 게 몹시 신경 쓰였다.

언제가 그런 날이 오리라 생각은 했지만,

그게 지금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런 걱정들을 솔직히 말하기도 싫었다.

곧이곧대로 이야기했다간,

나를 좀 믿어보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내 망설임을 들은 신랑이 한마디 보탰다.

“언제까지 품 안에만 둘 수는 없어.

그냥 한 번 보내줘 봐.”


계속 조르는 아이를 두고, 몇 날을 고민하다가

결국 보내주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그래봐야 14시간 떨어져 있는 것이었고,

도장은 코앞이었다.


“잘 다녀와! 하지만 집에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전화해!

바로 데리러 갈게.

자기 전에 꼭 전화하고. 알았지?”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며,

아이를 도장 앞에 내려주었다.

그 날밤 신랑과 나는,

아이만 없을 뿐인데 텅 빈 것 같은 조용한 집에서

허전함을 안고 아이의 전화를 기다렸다.

12시가 다되어 드디어 벨소리가 울렸다.

상기된 목소리 너머로

얼마나 즐겁게 보내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제야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합숙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의 눈에서는 빛이 났다.

엄마가 보고 싶지 않았냐는 물음에,

아이는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엄마 생각이 안 났어. 그냥 너무 신나게만 놀았어.”


나는 빙그레 웃으며, 아이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낯선 환경에서도 엄마 생각이 안 났다는 건 좋은 일이야.

보통 사람들은 그 자리가 불편하거나, 뭔가 억울하거나

서럽거나 힘들고 울고 싶을 때 엄마 생각이 나거든.

그러니까 네가 신나게 놀았다는 건,

그만큼 잘 지내고 행복했다는 뜻이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 서운하긴 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이가

‘이렇게 신나는 곳에 엄마가 같이 오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해주길 바랐다.


그게 얼마나 이기적인 마음인지 안다.

나도 어려서 엄마에게 하지 못했던 일이고,

심지어 아기를 낳고서야 엄마 생각에 눈물지었던 나니까.

그런 내가, 내 아이에게는

벌써부터 그런 감정을 바라다니.

말도 안 되는 욕심이었다.


어쩐지 이 서운함은 아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

아이가 즐거운 시간 동안 엄마 생각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직접 겪어봐야 깨달을 수 있다.

그러니 이 감정은

내 가슴에 잠시 묻어두는 게 좋겠다.


예전 같으면 많이 섭섭했을 나지만,

이번엔 아이의 독립적인 모습이

그저 기특하고 뿌듯했다.

그렇게 기쁜 마음이 먼저 들었다는 사실이

퍽 마음에 들었다.

조금씩 달라지는 나의 모습에서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

오늘만큼은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아이는 앞으로도

더 많은 곳에서, 더 멀리에서도

나 없이 잘 지낼 것이다.

그럴 때마다 섭섭함보다는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지켜봐 주고 싶다.



<그게 잘 될지 잘 모르겠지만...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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