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괜찮아, 나도 너도.

틀리면서 배우는 거잖아.

by 서진

수학 문장제 문제집의 채점을 보던 아이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엄마, 한 문제 빼고 다 틀렸잖아...”


여섯 문항 중 겨우 한 개를 맞혔다.

내가 가차 없이 그어 놓은 붉은 빗금들이 아이의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사실, 일부러 더 굵고 선명하게 그었다.

작은 쪽지 시험에서조차 백점에 집착하는 아이를 보며,

‘틀려도 괜찮다’는 연습을 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그 작은 마음이 조금은 더 단단해지길 바랐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앉았다.


“괜찮아. 중요한 건 네가 열심히 해봤다는 거야.

백점이 아니어도 돼.

틀리면서 배우는 거잖아.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그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요즘,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써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문장을 써 내려가다 보면 ‘이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고,

머릿속에서 신호등이 꺼져버린 듯 멈칫하게 된다.


‘내 글은 재미도 깊이도 없는 것 같아.’

‘어휘력은 빈약하고, 생각은 얕기만 해.’

‘글쓰기가 내 길이 아닌 건 아닐까?’

‘연재를 그만둬야 할까?’


부족한 걸 채울 생각은 않고,

그만둘 궁리부터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나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글쓰기에는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

수학 문제처럼 명확한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채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백점을 바란다.

스스로가 낸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 글은 실패작처럼 느껴진다.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럽고, 다시 쓰고 싶지 않다.


아이가 이런 나를 닮은 걸까.

아니, 어쩌면 나는 아이를 통해

나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틀려도 괜찮아.

틀려도 해보고 못해도 해보는 거, 그게 중요한 거야.”


그 말을 하며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던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울컥 올라왔다.


‘나는 과연 그렇게 해보았나?’


아이에겐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나는 왜 결과만 보고 포기하려고 할까.

아이에게는 그토록 관대하면서,

왜 나에게는 이토록 인색했을까.


아이를 다독이며 건넨 말들이,

결국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었다.

백점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못해도 해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아이에게 했던 그 말을,

오늘은 나에게도 해보려 한다.


엉성해도 좋다.

유치해도 괜찮다.

못써도 된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


아이는 오늘도 잘해보려고 애쓰고 있고,

나 역시 살아가며 배우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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