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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Sep 07. 2023

68. 나마스테

원초적인 동물

친구가 불평을 하며 하루가 몇몇 꼴불견 승객 때문에 짜증 난다고 수다를 떨려고 전화가 왔다.


왜? 연착되었어? 잠을 못 잤어?


아니, 어떤 여자가 기내에서 요가를 하는데 정말 보기 싫더라. 굳이 그렇게 까지 요가를 해야 하냐?


뭐?  어떤 자세였는데?  


딱 달라붙은 요가복을 입고 다리를 쭉쭉 뻗으면서 팔을 뒤로 젖히고 아주 가관이었어. 기내가 무슨 스튜디오도 아니고 다른 승객들 사이 복도에서 그래야 하냐고요? 그렇다고 긴 비행도 이나 었는데.


뭐라고 했어? 누구나 다 그대의 엉덩이를 즐기는 건 아니라고 말하지?


요가 스튜디오가 아니라고 당연히 그랬지. 그런데 또 앞 좌석 쪽에서 어떤 여자가 갓난아기 똥기저귀를 좌석에서 갈아치우고 있잖아. 아기 기저귀 테이블이 있는 화장실이 바로 자기 앞에 있는데, 좌석에서 똥기저귀를 갈다니…. 아우 짜증 나.


내 아기 똥냄새가 다른 승객에게 다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을 모르는가? 아무리 아기가 이쁜 들 똥은 똥인데……



이렇게 비행기는 난데없이 거실이 되고 요가 스튜디오가 되고 난데없이. 부엌이 되는 경우도 있다. 냄새나는 음식들을 잔뜩 펼치고 옆 좌석에 앉은 승객의 배려도 없이 마구잡이로 먹다가 냄새나는 소스를 쏟거나 음식이 사방팔방 떨어져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사라진다.


손톱을 깎는 것은 기본이고 발톱까지 깎으면서 그것을 바닥에 그냥 버리는고 가는 승객들도 있다. 여성분들은 네일을 다듬는다고 손톱을 갈고 있다. 그럼 손톱먼지는 누 구입으로 들어가는가?

하물며 머리가 긴 사람들은 자기 머리를 수십 번 쓸어내리면서 머리카락을 바닥에 버린다.


하긴 화장실 가는 것이 귀찮아? 생리대를 좌석에서 갈고 뒷좌석 주머니에 두고 가는 승객들도 있다. 상상이 되는가?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여자가 앉은자리에서 그녀가 2시간 내내 씹다 뱉은 껌이 다닥다닥 의자 손잡이에 모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이미 내린 승객을 잡을 수 없어 분하고 너무나 화가 나 공항을 뒤져서라도 그녀를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느 날 어린 청소년 커플들이 이것저것 주문을 하면서 배가 고프다고 스낵을 좀 더 여유 있게 달라고 한 적이 있다. 동료는 안타까워 일부러 많은 스낵을 주고 음료도 덤으로 주며 살뜰하게 보살펴 주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모든 쓰레기를 바닥에 던지고 좌석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동료에게 스낵을 그만주라고 하고 잠이 든 그들을 깨워 비닐봉지를 주었다.


일어나 봐 얘들아!


아, 왜요?


이 쓰레기봉투에. 너희가 버린 바닥에 있는 모든 쓰레기를 한 톨도 남기지 말고 주워 담아!


왜요?


왜라니? 네가 버린 쓰레기 맞지? 그럼 네가 주워 담아야지.


어……


지금 당장 담아! 안 그럼 너희 부모님께 연락할 거야. 여기가 어디라고 이런 행동을 하니?


네…..


그렇게 아이들은 나의 단호한 말투에 더 이상 토를 달지 못하고 허리를 굽혀 부스럼 한 톨까지 담아내야 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인데 왜 비행기만 타면 두뇌라는 것이 원초적인 동물로 변하는지 모르겠다.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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