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아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 가까운 친구의 지인이 미술심리 상담가라고 해서 한번 아이의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나름 아이와의 애착관계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정서적인 환경에는 누구보다 자신있었기에 별 생각없이 받아봤는데, 며칠 뒤 나온 결과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엄마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인데, 엄마가 우울함과 슬픔이 많아 아이도 그런 감정을 많이 느낀다.
아빠와의 애착 형성이 잘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라는 이야기 였고, 엄마가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들과 함께 할때 가벼운 콧노래를 부르면서 엄마가 괜찮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주라는 솔루션을 받았다.
그때 우리 부부는 작은 가게를 하면서 경제적으로 쉽지 않았고 남편과 나는 일과 육아에 많이 지쳐있었긴 했다.
놀라긴 했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괜찮아지고 일시적일 것이라 생각했고, 정말 힘든 날도 힘을 짜내서 콧노래를 부르고 남편도 노력했다.
물론, 그렇지 못한 날도 있었다.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작년 후반기에 아이가 담임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며 본인은 가족과 행복한 기억은 하나도 없고 엄마아빠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살아왔다고 했단다. 같이 있던 위클래스 선생님은 아이가 의도적으로 좋은 기억은 지우고 야단맞거나 통제당한 기억등 좋지 않은 기억들만 끄집어 내는 것 같다고 했다.
나의 작은 우주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지금 아이는 내게 엄마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었다.
오늘은 아이 학교의 친구들이 수학여행을 떠난 날이다.
마침 나는 아침부터 집에 있는 날이고, 이때 일들이 생각나 명치 끝에 콕 박힌다.
아이가 이렇게 되고나서 하루하루, 때때의 기분이 오락가락하는데 오늘은 깊은 수렁에 빠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