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내 이름이 불려진다. 처음에는 수련생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3개월차, 모두들 그러려니 하며 무심하다.
'앉은전굴자세'는 매번 굴욕의 시간을 선물했다. 접힌 폴더마냥 골반을 접고 가슴을 다리에 붙여하는 이 자세를 할때면 매번 홀로 꼿꼿이 앉아 멋쩍어야 했다. 옆 수련생은 완전히 폴더자세를 취하였다. 반면 나는 1/3도 가슴이 접히지 않았다. 옆수련생을 쳐다보며 비슷하게나마 동작을 취해보려 애쓴다.
있는 힘을 다해 전굴자세를 취하려 하지만 아직은 내겐 어려운 동작이다.
이번엔 "양옆으로 다리찢기자세"이다. 일자는 커녕 45도로 다리를 찢는것도 아직 내겐 버겁다.
동작을 지켜보다 답답했는지 내 옆으로 성큼 다가온다. 내무릎을 강제로 누르며 이야기 한다.
선아씨, 무릎을 붙이고 발끝에 힘을 주세요!
요가매트에 무릎을 붙이고 발끝에 있는 힘을 주어보았다. 무릎을 붙이면 발끝에 힘이 안들어가고발끝에 힘을 주면 무릎이 들렸다.
이 동작에 더해 매번 "플랭크자세"는 두 손으로 온몸을 지탱해야 했다. 유독 손목이 아픈 버티기 힘든 동작이다. 두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아이들 옷을 주로 손빨래를 자주했던터라 손목이유독 자주 아프다. 매년 손목때문에 병원치료를 받으러 다닐 정도였다. 손목이 아팠지만 안간힘을 다해 버텨 보았다. 손목이 부서질듯 아프면 팔을 접어내려 팔꿈치로 버텼다. 온몸에 땀이 샘솟았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던 땀방울은 얼굴을 타고 주르르 흘러 내렸다. 어느덧 땀으로 온몸이 범벅이 되어 있다.
안간힘, 3개월 요가를 지속하며이 단어가 매번 떠올랐다. 요가를 마치고 매트에 앉아 가뿐 숨을 몰아쉬다 순간 울컥했다. 이것이 지금껏 나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단어였다.
와르르 무너지는 대신, 펑펑 울어버리는 대신, 땀을 쏟고, 팔을 뻗으면서 지금껏 안간힘으로 버텨냈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돌이킬수 없이 순간순간 무너지고 전부 토해내듯 울고 싶었지만 버텨내며 하루하루를 지켜냈다.
1.8키로 미숙아 딸아이를 낳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몇 달간 지켜봐야했을때, 남편 사업으로 인해 전재산을 탕진해 생계형 워킹맘으로 살아내야 했을때, 비정규직삶을 지내며 처절한 열등의식을 이겨내야 했을때
5년간 고시시험에서 매번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을때...모든 순간이 위기의 찰나였다.
강사님은 유연하지 않더라도 코어 근력을 키우면 '앉은전굴자세와 다리찢기'를 할수 있다고 하였다.
코어 근력은 어떻게 키울수 있는지 묻자. 코어 운동을 꾸준히 하면 된다고 하였다.기운 빠지는 답이지만 어쩌겠나. 이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것을. 마음도 다르지 않다. 마음도 몸처럼 근력이 필요하고, 이는 꾸준한 마음운동 외는 방법이 없다. 마음 근력이 좋은 사람은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강한 외풍을 유연하게 이겨내며 마음의 평온을 유지한다. 마치 코어 근력을 이용해 전굴자세를 멋지게 해내고 깊은 명상에 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내 이름이 호명되지 않을 날을 위하여 오늘도 매트라는 작은 공간에서 코어근력을 기르기위한 사투는 시작된다.